탈북 단체 큰 돈줄은 ‘미국 국무부’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11.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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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민간 단체와 한인 교회 등도 든든한 후원자로 알려져

임진각에서 삐라가 든 풍선을 날려 보내는 대북 인권단체 회원들. ⓒ 연합뉴스
국내에서 활동하는 북한 인권단체들은 수십 곳에 달한다. 크게는 북한 인권 실상을 알리는 단체와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대북 매체들로 구분된다. 대북풍선단(단장 이민복)이나 자유북한연합(대표 박상학) 등은 대북 전단을 통해 북한 체제의 모순과 인권 실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내용물도 전단지, 1달러짜리 지폐, 라디오 수신기, 식량 등 다양하다. 대북 풍선 한 개당 비용은 약 10만원 정도(전단지 기준)가 된다. 한 번에 100개를 날릴 경우 1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대북 방송이나 인터넷 매체들은 북한 내부의 고급 정보나 북한의 생활 실상 등을 자체 통신원을 통해 입수하고, 이를 남한 사회에 알리고 있다.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등을 합치면 역시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이들 단체나 매체들의 운영 자금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든든한 돈줄이 누구이며, 자체 조달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돈을 대는지가 궁금해진다. 지금까지 내부 운영 자금이 얼마인지, 어디서 얼마나 지원받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우리 정부 지원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본다면 착각이다. 정부가 이들 단체나 매체들에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거의 없다. 탈북자들에게 정착금을 주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개인에게 제공되는 생활 지원금이다.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지원도 탈북자들의 취업·창업, 직업 훈련, 청소년 교육 등에 한정되어 있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가진 단체에 지원금을 주지 않는 이유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즉, 남북 관계 악화를 우려해 공식 지원은 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는 탈북 단체장들을 청와대로 불러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수표만 날렸다. 탈북 단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기대했으나 별다른 후속 대책이 없자 기대감은 이내 배신감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탈북 단체가 이명박 정부에 등을 돌리게 하는 역효과만 불러왔다.

연간 수백만 달러 대북 인권 단체·매체 지원

탈북 단체나 대북 매체들의 가장 큰 돈줄은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해마다 수백만 달러를 국내 탈북 단체나 대북 매체 등에 지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표적인 지원금은 비영리 단체인 ‘국립민주주의기금(NED)’이다. 사실상 국무부 산하 기관이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깊이 관여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은 전 세계를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다. 1천5백여 개의 자체 지원 프로그램에 의해 주로 분쟁 지역이나 민주화가 요구되는 곳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전체 지원금의 규모도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NED 기금을 받으려면 해마다 신청을 해야 한다. 활동 내용, 재정 상태, 사용처 등을 조사한 뒤 심사를 거쳐 지원 여부와 금액을 결정한다. 현재 열린북한방송, 자유북한방송, 데일리NK 등의 단체가 매년 NED 자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인호 데일리NK 대표는 “우리는 올해 14만 달러(약 1억4천만원) 정도를 지원받았다. 단체별로 적게는 수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십만 달러는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NED측은 지원금의 사용 내역 등에 대해 매년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원받은 단체가 지원금을 제대로 사용했는지를 실사한다. 2008년 한 대북 방송 매체에서 수천만 원대의 횡령 사건이 터진 이후로 감사가 강화되었다.

당시 전후 사정을 잘 아는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계획적으로 횡령한 것이 아니다. 자금 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한 것이 문제였다. 회계 관리를 제멋대로 했고, 지출 내역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지 않았다. 이 매체는 한동안 기금을 못 받다가 지금은 다시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에서도 탈북 단체 등에 직접 자금을 지원한다. 앞서 NED의 경우 국무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비영리 단체를 내세워 지원하는 형태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후인 2009년부터는 적극성을 띠었다.

국무부 내 민주인권노동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기금(HRDF)’에서 탈북 인권단체에 3백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기금은 1998년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동안 북한 인권단체들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았다. 당시 자유북한방송이 50만 달러, 탈북인권여성연대가 30만 달러 등을 받았다. 미국 국무부는 중복 지원을 배제하고, 지원받는 단체들을 확대하기 위해 NED 기금을 지원받은 곳은 제외시켰다.

한 북한 정보 분석가는 “HRDF 자금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2009년 당시 한미연합사 미공보관실에서 브리핑도 했고, 지원 공모도 했다. 이 기금은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자치단체 선거 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쓰인다고도 했다. 단순히 탈북 인권단체 지원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였는지는 알 수 없는 ‘비밀 자금’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북한 인권단체들에게 NED와 HRDF 자금은 생존을 위해 절대적이다. 사실상 이들 단체의 생명 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 외국인 후원자도 상당수

북한 인권단체들의 운영은 빠듯하다. 한 대북 매체의 경우 전체 직원은 30명 정도 된다. NED 자금으로는 부족해 후원금, 광고, 연구 용역, 출판 사업 등으로 근근히 운영하고 있다. 열린북한방송 대표 출신의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나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은 “북한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라고 촉구해왔다.

미국의 민간 단체들도 북한 인권단체들에게는 든든한 후원자이다. 국제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의 경우 매년 국무부에서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이 단체에서도 북한의 인권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북한 인권단체들에게 지원을 해왔다. 2005년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프리덤하우스가 주최한 ‘북한인권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수전 솔티가 대표로 있는 ‘디펜스포럼재단(DFF)’이나, 미국의 기독교 단체 등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북한 인권 단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한인교회도 모금 활동 등을 펼치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부 보수 단체, 교회 등이 지원금을 주고 있다. 금액은 많지 않다고 한다. 개인 후원자들도 재정에 큰 보탬이 된다.

대북풍선단의 경우 미국 정부의 기금을 받지 않고 순전히 후원자에만 의존하고 있다. 후원자는 단체 후원자와 개인 후원자로 나누어지는데, 단체 후원자는 국민행동본부 같은 보수 단체와 교회 등이 주축을 이룬다. 개인 후원자는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 해외에도 있다. 외국인 후원자도 상당수 끼어 있다고 한다.

이민복 단장은 “우리는 1년에 약 3천개 정도의 풍선을 날린다. 풍선 한 개에 보통 3만장의 삐라가 들어가니까 9천만장을 날리는 셈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개당 10만원씩(전단지 기준) 3억원이 들어간다. 우리는 풍선이나 삐라에 단체 이름을 써서 보내지 않는다. 후원자가 주문한 내용을 새기고, 후원자 명의로 날린다. 삐라를 보낼 때는 모든 것을 영상에 담고, 그 내용을 후원자에게 이메일로 보내준다. 이렇게 정직하게 하다 보니 후원자들이 믿고 후원해준다”라고 강조했다. 개인 후원자 중에 탈북자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탈북 단체장들을 만나면 으레 듣는 말이 있다. 특정인을 일컬어 ‘사이비’ ‘사기꾼’ ‘돈을 노린 쇼’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대북 인권 활동을 하는 데 서로 간에 불신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기자와 만나거나 통화한 탈북 단체장들은 “겨울에는 바람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분다. 기껏 풍선을 날려봤자 북한 땅에 가기는커녕 비무장지대에 떨어지거나 동해안 쪽으로 날아간다. 기상청에 가면 자료가 다 있다. 조용히 바람이 맞는 날에 하면 될 텐데, 시끄럽게 문제를 야기하면서 바람도 맞지 않는 날을 택해 풍선을 날리려는 이들이 있다. 다 명예와 돈 때문이다”라며 혀를 찼다. 언론에 자주 등장해야 미국 국무부나 단체, 또는 한인교회 등에서 지원금을 더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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