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파워게임 2차 대전 열리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11.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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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두 슈퍼파워, 두 자이언트 G2인 미국과 중국이 같은 시기에 차기 지도자를 결정하고 새로운 파워게임에 돌입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 지 이틀 만에 중국에서도 시진핑 체제로 전환하는 5세대 지도부가 등장했다. 이로써 앞으로 적어도 4년간 맞상대를 해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차기 국가주석 사이에 펼쳐질 기 싸움의 향방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중 양국은 최근 들어 슈퍼파워 자리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치러왔다. 그래서 같은 시기에 최고 지도자를 새로 선출한 두 강대국이 상생 협력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충돌 코스로 치닫게 될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재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3대 외교 도전 과제들에는, 이란 및 시리아 사태와 함께 슈퍼파워 자리를 놓고 겨루고 있는 중국과 어떤 관계를 구축하고 어떻게 밀고 당기기를 할 것이냐 하는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두 슈퍼파워의 관계가 지구촌 전체에 큰 여파를 미치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워싱턴 지도부는 중국에 대해 화전(和戰)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때로는 협력하는 파트너이고 때로는 한 치도 밀리지 않으려는 경쟁자로 자리하고 있다. 서로 위기가 깊어지면 같이 타격받기 때문에 상호 지원하거나 지지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기 세력 결집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아시아 중시 정책을 천명하고 외교·안보의 초점을 중국에 맞추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2기에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협력과 경쟁을 어떻게 이끌어나가느냐는 문제로 부심하게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겉으로는 중국과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강조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경제·군사적으로 팽창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을 제어하려는 포위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3월22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 법안에 정식 서명하면서 건보 개혁 도전사에 한 획을 그었다. 연합뉴스
오바마-시진핑간 힘겨루기 더 거세질 듯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되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1기에 이미 본격화된 미·중 간 파워게임, 기 싸움은 오바마-시진핑 시대에 들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워싱턴의 싱크탱크들과 미국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트 전 국방장관, 리언 파네타 현 국방장관 등과 합세해 중국에 대한 올가미 전략을 구사해오고 있다. 미국의 올가미 전략은 한국과 일본에서 시작해 타이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 카자흐스탄, 몽골에 이르는 국가들을 연결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말한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 등 한반도 위기가 터졌을 때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를 동해는 물론 서해까지 급파해 북한 및 중국에 대해 무력 시위를 해왔다. 미국은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베트남에도 항공모함을 파견해 합동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군사 동맹국인 호주까지 가세해 중국에 대한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경제·군사적 팽창주의를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에 포위 전략을 구사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막대한 경제 지원을 대가로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데에 열을 올렸고, 다른 한편으로는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폭기 등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나섰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미국의 해군·공군력에 중국이 정면 도전하고 있는 것이니 미국도 바짝 긴장한 채 맞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 미국 정가에서는 중국의 시진핑 시대에 아무래도 충돌 코스로 기울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이나 중국을 이끌 시진핑 차기 국가주석 겸 총서기를 바라보는 오바마 진영과 미국의 엘리트들은 만만치 않은 상대가 공식 등장하자 걱정 어린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시진핑이 중국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강성 인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군 장성을 아버지로 둔 시진핑 차기 주석은 후진타오 현 주석보다 훨씬 더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중국 군부도 시진핑을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해줄 최적임 지도자로 간주하고 있다.

시진핑은 전략을 선택할 때에는 중국 군부로부터 조언을 듣게 될 것이고, 결국 군부 입장이 가미된 강경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워싱턴의 분석이다. 특히 중국 군부는 “인민해방군이 무력을 상당히 개선했다. 보유하고 있는 전력을 사용할 때가 되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여기에 시진핑 차기 주석은 성격상 면전에서 할 말은 하는 지도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월 베이징을 방문한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장관에게 “중·일 간 영토 문제에는 미국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단호하게 말해 미국측 인사들을 당황시킨 바 있다.

단호한 성격의 지도자인 시진핑이 매우 가까운 군부의 강경 입장을 채택한다면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충돌 코스로 흘러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협력과 경쟁의 균형 잡기가 관건

오바마 대통령은 외교 무대에서 싸움꾼은 아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설렁설렁하지 않고 면밀하게 작전을 펴는 스타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합작품으로 알려진 올가미 전략을 편 것으로 드러나자 중국은 일단 꼬리를 내린 적이 있다. 그만큼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1%의 워싱턴 엘리트들은 주도면밀하게 대중국 전략을 수립해 구사하고 있다.

오바마 집권 2기에서도 미국은 표면적으로 지금과 같이 정면충돌하기보다는 조용하되 주도면밀한 작전을 펼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내부적으로 예산은 대폭 삭감되고 세금은 급격히 올라가 경제에 직격탄을 가하고 경기 침체에 빠지게 할 ‘재정 절벽’부터 막아내야 한다. 또한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 살리기, 이민 개혁 등 우선적인 과제들이 줄을 서 있고 외교·안보에서도 이란의 핵무장 저지, 시리아 사태 개입 여부 등 다급한 난제들이 밀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과의 정면충돌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진핑 차기 주석은 미국 지도자들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놓고 있으나 최고 권력자가 되자마자 승자가 없을 미국과의 싸움부터 벌일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중국은 국제 현안에 대한 책임을 나눠지는 대신 미국은 중국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를 남겨주도록 파워를 분점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강성 인물이라고 하지만 서로 주고받기가 되면 얼마든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책임과 파워를 분점하면 신뢰할 수 있는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미국이 중국에게 순순히 파워를 나눠주려 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따라서 팽팽한 기 싸움, 신경전이 지속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과 경쟁, 책임과 파워 나누기 등에서 얼마나 균형을 잡아나가느냐에 따라 한반도를 포함한 지구촌에서 화전의 갈림길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새 국무장관, 수전 라이스도 물망에

오바마 집권 2기 내각에서는 슈퍼파워 미국의 외교를 선도하는 국무장관이 바뀔 것으로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미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스스로 장관직에서 물러날 것임을 공언했다.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 등 네 명의 외교관이 숨진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 이후 유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퇴진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장관이 자리를 떠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그만한 거물급 인사를 기용하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부시 공화당 행정부 시절에 망가지고 왕따당했던 미국의 외교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녀의 후임자에도 거물급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존 케리 상원의원이 가장 많이 거명되고 있다. 케리 상원의원과 함께 여성인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한 톰 도닐론 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영전설도 나오고 있는데 가능성은 그리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파네타 국방장관은 유임설에 무게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은 유임설이 더 우세하다. 파네타 장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에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한 해 5백억 달러씩 자동 삭감될 국방예산 감축,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교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국방차관을 지냈다가 오바마 재선 캠프에서 활약한 미셀 플루노이 전 차관이 국방 수장이 될 것이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특수부대인 레인저스 출신인 민주당 잭 리드 상원의원도 거명되고 있다.

 

가이트너 재무 퇴진 확실…보울스 등 거명

미국의 최대 현안인 경제 회복과 재정 적자 감축을 주관해야 하는 재무장관도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현 재무장관은 여러 차례 사임 의사를 밝혔고, 오바마 대통령도 사실상 그것을 받아들여 집권 2기 경제팀 수장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로서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던 어스킨 보울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보울스 전 실장은 3달러 예산을 삭감하면 1달러 세금을 올려 적자를 감축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심슨-보울스 위원회를 이끌어오면서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재무장관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진 스펄링 국가경제회의(NEC) 의장, 로저 알트먼 전 재무차관 등도 물망에 올라 있다.

 

백악관 비서실장 당분간 잔류, 대변인은 교체

오바마 2기 백악관에서는 취임 초반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서서히 진용을 재구축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잭 류 현 백악관 비서실장은 집권 2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내년 초반까지는 잔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으로는 진 스펄링 현 의장이 유임을 바라고 있으나 제이슨 퍼먼 수석 부의장이 승진할 가능성도 있다. 사임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혀온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후임에는 마이클 프로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제담당 보좌관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본인이 물러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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