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호 가로막는 암초 네 개 있다
  • 소준섭│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12.11.1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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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문제·경제 성장 감속·정치 불안정성 등 난관 첩첩

11월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대회의 최고 간부회의를 끝내고 나오는 시진핑(왼쪽)과 후진타오. ⓒ Xinhua 연합
세계적으로 불황과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2012년의 11월, 마침내 중국에 시진핑 시대가 막을 열었다. 그러나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호(?)’의 앞길에는 곳곳에 결코 만만치 않은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심화되고 있는 중국 최고위층의 부패를 비롯해 현저히 감속된 경제 성장, 증폭되는 정치적 불안정성 그리고 치열해지는 영해 분쟁 등은 시진핑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네 가지 난제라 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곧바로 부인하기는 했지만 최근 원자바오 가족이 엄청난 축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어 중국 지도부 중 가장 청렴하다고 정평이 나 있던 리커창의 동생 리커밍(李克明)이 중국 국가담배전매청 부국장이라는 고위직에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다시 한번 중국 최고위층의 축재와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월18일 중국 베이징의 초고층 빌딩 사이로 한 여성이 삼륜 리어카를 몰고 가고 있다. ⓒ EPA 연합
계층·지역 간 소득 격차도 갈수록 심각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2011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 동안 2천2백57억 달러가 중국에서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국제 정책 전문 연구기관인 글로벌파이낸셜인테그리티(GFI)도 2000년 이후 12년간 해외로 불법 유출된 중국 외화가 무려 3조7천9백억 달러로서 경제 규모 세계 4위인 독일의 지난해 GDP(국내총생산)보다 많은 액수라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5%인 1천9백억 달러가 부패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해외로 도피한 중국의 부패 관료 수가 1만6천?1만8천명이며, 반출된 재산 규모도 8천억 위안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료와 부자에 대한 반감은 이제 중국 사회 저변에 심리 의식으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최고위층의 부패가 현 수준 이상으로 심화된다면, 그것은 권력 정당성의 심각한 위기로 이어지게 되고, 동시에 공익과 사익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새로운 지도부로의 원만한 권력 승계를 위해서도 권력을 이용한 치부라는 부패 문제의 척결은 필수 불가결하다.

후진타오 집권 시기에 중국 경제의 눈부신 발전은 그야말로 괄목상대 그 자체였다. 후진타오 집권 10년 동안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천 달러에서 5천4백32달러로 다섯 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지난 30년간 해마다 10%대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며 경제적 위용을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세는 갑자기 둔화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7.4%에 불과했다. 사실 이 정도의 성장률도 다른 국가에서는 결코 나쁜 성과가 아니지만 중국의 경우 지난 수년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이며, 이는 세계적 차원에서 중국의 경제 성장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부각시켰다. 사실 중국이 그동안 여러 문제점에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바로 경제 성장이었다. 따라서 만약에 그 경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다면 대중들의 신뢰와 지지는 급속하게 냉각될 것이며, 이것은 곧 엄청난 권력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러한 성장 감속 추세에서 갈수록 확대·심화되는 소득 격차의 문제는 시진핑 시대의 중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폭동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는 지니 계수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계층·지역 간 소득 격차를 더 방치해서는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 

영토 분쟁에도 현명하게 대처해야

만약 시진핑 시대에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가로놓인 난제를 뛰어넘어 정치적 안정과 지속적 경제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다면 금융과 산업을 국가가 관리하는 중국식 자본주의는 금융공학의 수익률 올리기에 매몰된 미국식의 이른바 ‘카지노 자본주의’를 대체해 이른바 중국 모델의 위용 및 유효성을 역사에 분명하게 새기는 ‘쾌거’로 기록될 것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정치 시스템으로서 중국 공산당을 지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보시라이 사건과 권력 교체기에 잇달아 터져나오는 불협화음 등에서 드러나듯 중국 정치 시스템에 일종의 경고등이 켜지면서 중국 공산당의 정치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정치 평론가가 중국에게 과감한 정치 개혁, 즉 서구적 다당제와 선거에 의한 권력 교체 시스템을 주문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중국적 특색을 지닌 중국적 정치 체제’, 즉 중국공산당에 의한 일원적 정치 시스템을 대내외적으로 주창해나갈 것이다. 다만 민주주의 방식을 적용하는 데에서 중국은 선출 인원보다 많은 수의 후보자를 선정해 투표 후 최소 득표자 순으로 떨어뜨리는 차액(差額) 선거나 노동자·농민·농민공 등 기층 인사 비율의 제고 등 이른바 당내 민주화 측면에서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향후 10년 동안 다양한 위험 요소들을 관리하면서 ‘안정적 발전’을 기치로 해 이전 시기에 비해 국제적 기준에 좀 더 접근하는 합리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정치 시스템 구축을 추구해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갈수록 가열화되는 일본과의 분쟁을 비롯해 난사 군도(스프래틀리 군도)와 시사 군도(파라셀 군도)에서의 베트남 및 필리핀과의 치열한 해양 분쟁은 ‘아태 지역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미국과의 대결과 맞물려 차세대 세계 패권국으로서의 중국의 위상을 가름하는 승부처가 되고 있다. 미국이 분명히 쇠퇴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파워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일본과의 영해 분쟁은 명분이나 역학 구도상 중국의 우세로 전망되지만, 중·미 양국 관계는 여전히 협력과 경쟁의 양면을 지닌 채 ‘현상 유지(status quo)’를 위주로 해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숙적 인도, 심지어 역사상 앙숙 관계로서 같은 사회주의권이면서도 치열한 이데올로기 노선 투쟁에 전쟁까지 치러야 했던 러시아도 항상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어느 국가이든 만약 해양과 영토 분쟁에서 수세에 몰리게 되면 곧바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진핑 시대 중국이 이러한 ‘연합군의 포위망’에 어떻게 균열을 내면서 돌파할 수 있을지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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