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박’ 닦지 말고 ‘진동’하듯 문질러라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10.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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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보호하고 치석 제거하는 바람직한 양치 습관

나이와 치아 상태에 따라 양치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치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칫솔질을 찾을 필요가 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주부 박혜미씨(42·가명)는 최근 충치 때문에 치과를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매일 식후 세 번 양치질을 깨끗하게 했지만 전혀 닦이지 않은 어금니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칫솔에 힘을 주어 열심히 치아를 닦는다. 오죽하면 칫솔모가 한 달도 되지 않아 벌어질 정도이다. 그런데도 닦이지 않은 곳이 있어서 당황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옛날에 정부는 국민에게 하루에 세 번, 식후 3분 이내, 3분 동안 양치하라는, 이른바 3-3-3 교육을 했다. 이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 칫솔질을 열심히 한다. 그러나 칫솔질 방법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었다. 그저 어릴 적에 부모로부터 배운 양치 습관을 평생 유지할 뿐이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은 대부분 뜨겁거나 차고, 질기거나 딱딱하다. 가끔 치아로 병뚜껑을 따기도 한다. 치아를 상하게 하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그런데도 칫솔질은 엉망이다. 대부분 앞니는 위아래로, 어금니 부위는 칫솔을 넣었다 뺐다 하는 식으로 닦는다. 또 힘을 주어 빡빡 문지른다.

노병덕 연세대 치대 보존과 교수는 “치과에 온 환자들에게 양치질을 어떻게 하는지 꼭 물어보는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제대로 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그저 세게 문질러서 닦으면 되는 줄 안다. 이런 습관은 오히려 치아와 잇몸을 상하게 하는 행동이다. 바람직한 양치 습관은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가장 값싸고 효과적인 방법이므로 잘못된 양치 습관을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우선, 자신의 칫솔모가 한쪽으로 휘어졌거나 벌어졌다면 양치할 때 힘을 많이 주는 사람이다. 양치질은 칫솔모 끝 부분으로 해야 효과가 있는데 칫솔모가 벌어진 상태라면 양치질 효과는 거의 없다. 따라서 양치질을 해도 개운하지 않고, 더욱 세게 치아를 문지르는 악순환에 빠진다.

ⓒ 시사저널 임준선
전동 칫솔도 잘못 쓰면 치아 상하게 해

나이가 들수록 치아 표면을 덮어 보호하는 에나멜(법랑질)층이 닳아 없어진다. 게다가 잇몸이 점점 주저앉으면서 치아 뿌리가 드러나는데, 이 부위는 에나멜이 없는 백악질 성분이어서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부서진다. 이런 상태에서 치약은 치아 표면을 깎는 연마제 역할을 한다. 힘까지 주어 닦으니 치아는 더욱 망가진다.

치과의사들이 추천하는 칫솔질은 ‘움직임’이 아니라 ‘진동’이다. 칫솔을 앞뒤로 움직이지 말고, 치아에 칫솔모가 살짝 닿을 정도에서 진동하듯이 살살 문지르는 것이다. 칫솔모에 손가락을 대고 살짝 문질러보면 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칫솔모가 닿는 위치도 중요하다. 치아 표면은 음식, 물, 침 등으로 닦인다. 문제는 치아와 잇몸의 경계 부위와, 치아와 치아 사이이다. 칫솔을 치아와 잇몸 사이에 가볍게 대고 진동하듯이 칫솔질을 한다. 그 다음 칫솔을 치아 윗부분으로 쓸어내듯이 움직인다. 치아와 치아 사이는 치실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치아 안쪽 부분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하되, 칫솔의 끝 부분으로 하면 쉽다. 칫솔의 끝 부분이란, 오른손으로 칫솔을 잡고 칫솔모를 볼 수 있게 세운 상태에서 보았을 때 칫솔모의 밑 부분을 말한다(사진 참조).

이런 식으로 양치질하면 처음에는 20분 정도로 오래 걸리고 치약도 세면대 이곳저곳에 튄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3분 이내에 잘 닦을 수 있다. 칫솔모의 강도가 떨어지는 감이 올 때 칫솔을 바꾸면 되는데, 그 기간은 보통 3~6개월이다.

아침 양치질은 식사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은 수면 중에 입으로 호흡을 하므로 입안이 마른다. 이런 상태에서 치약으로 문지르면 치아를 보호하는 에나멜층을 연마제로 깎아내는 효과를 가져온다.

칫솔모가 굴곡진 것부터 중간에 고무가 들어 있는 것까지 시중에는 다양한 칫솔이 나와 있다. 대부분은 효과적인 칫솔질과 큰 상관이 없다. 칫솔모를 옆에서 보았을 때 굴곡이 없이 반듯하고 칫솔모 끝이 둥근 것을 고르면 치아와 잇몸에 상처를 주지 않는다. 칫솔모의 강도는 중간 정도가 좋으며, 그 크기는 작은 것이 좋다. 치아를 닦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만 세심하게 닦을 수 있다. 

전동 칫솔이나 초음파 칫솔은 1초에 수만 번 진동한다. 그런 데다 칫솔모가 가늘어서 세게 문지르거나 쑤시게 되는데, 이런 행동은 일반 칫솔질보다 치아와 잇몸을 더 망가뜨린다. 이런 칫솔을 사용하려면 칫솔모가 치아에 닿을락 말락 한 상태에서 칫솔은 움직이지 말고 치아를 하나씩 닦아야 한다. 

치약은 칫솔모에 스며들 듯이 눌러 짜야

뽀드득 소리가 잘 나는 치약을 고르는 사람이 많다. 이런 제품일수록 연마제 입자가 크거나 거친 것이어서 자칫 치아와 잇몸을 상하게 한다. 또 기능성 치약이 많은데, 비쌀 뿐 그 효과는 미미하다. 불소가 충분히 함유된 치약이 가격도 싸고 효과도 좋다. 물론 시린 치아 때문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는 전용 치약은 치료 효과가 있다. 

치약을 짜는 방법도 양치질과 관계가 있다. 통상 칫솔모에 치약을 얹고 치아를 문지르는데, 치약이 한쪽 구석에 뭉치고 골고루 퍼지지 않는다. 치약을 칫솔모에 스며들듯이 눌러 짜는 것이 좋다. 그래야 양치질할 때 서서히 치약이 나오면서 골고루 치약 효과를 볼 수 있다.

구강청정제(가글)를 사용할 때도 방법이 있다. 양치질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치아가 치태 등에 덮여 있어 가글이 세균을 죽이지 못한다. 그 효과를 보려면 양치질 후에 가글해야 한다.

노교수는 “치아에 문제가 생긴 10~20대의 90%는 초콜릿을 좋아한다. 치아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또 콜라와 주스 등을 옆에 두고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음료는 입안을 산성으로 만든다. 한번 콜라를 마시면 입안은 30분 동안 산성인데, 그때 또 콜라를 마시면 치아를 계속 산성물에 담가두는 것과 다름이 없다. 치아가 녹는 것이다. 껌은 당분이 없는 것으로 해서 30분 이내로 씹고 뱉는 것이 좋다. 커피는 치아를 당분으로 코팅하는 셈이다. 그리고 요즘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사람이 많은데, 자신도 모르게 신물이 가스 형태로 입안까지 오른다. 이 가스는 산성이어서 치아를 녹인다. 가볍게 여기지 말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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