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은행, 바다 건너 날린 돈만 2조2천억원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2.10.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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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 해외 투자 손실액 집계 자료 입수ㆍ분석

BCC 투자로 큰 손실을 보았던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 ⓒ 연합뉴스
시중 은행 상당수가 2003년부터 2011년 말까지 해외 투자로 거액을 잃은 것으로 밝혀졌다. 채권, 주식, 펀드, 파생상품까지 투자 상품은 다양했으나 손실액은 수천억 원이 넘었다.
<시사저널>은 김기식 민주당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의 협조를 받아 시중 은행 해외 투자 손실액을 집계한 세부 자료를 입수했다. 시중 은행들의 해외 투자 성적은 ‘쪽박’ 3곳, ‘평균’ 3곳, ‘본전’ 4곳으로 압축할 수 있다.

‘쪽박’에 해당하는 곳은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이다. 그중 가장 큰 손실률을 보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9천5백41억4백만원을 해외 주식에 투자했다. 그중 61.74%인 5천8백90억4천5백만원을 잃었다. 단 한 곳에 대한 투자가 낳은 손실이었다. 지난 2008년 강정원 KB국민은행장은 ‘카자흐스탄센터크레딧은행(BCC)’ 주식 매매 약정서에 서명했다. 원화 6천2백13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듬해인 2009년에도 BCC 지분을 추가로 인수했다. 이렇게 KB국민은행은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BCC에 모두 9천5백억원을 투자했다. KB국민은행의 손실은 모두 BCC 투자에서 발생했다. 이같은 문제는 2010년 국정감사 때에도 제기된 바 있다. 

주식·펀드·파생상품 투자 실패로 손실

부산은행은 7백19억8천8백만원을 투자해 3백93억2천8백만원을 날렸다. 투자 규모는 작지만 손실률은 54.63%로 2위이다. 전액 채권 투자였다. 우리은행은 총 2조5천4백억원을 투자해 1조3천4백억원을 손해 보았다. 손실률은 52.78%로 3위를 기록했다.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에 파생상품에 투자한 것이 천문학적 손실로 이어졌다.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농협은 ‘평균’으로 분류된다. 손실률이 10대 은행 평균 손실률(26.6%)에 근접한 곳들이다. 손실을 보았으니 절대 평가로는 잘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상대 평가 기준으로 보면 ‘중간’은 했다. 신한은행은 펀드와 주식에 4백84억1천만원을 투자했다. 액수만 놓고 보면 최소 규모이다. 그중 1백62억3천2백만원을 잃었다. 모두 펀드에서 발생한 손실이다. IBK기업은행은 1천6백30억원을 투자해 4백72억3천9백만원을 잃었다. 전액 채권 투자였다. 농협은 펀드에 ‘올인’했다. 총 2천8백83억1천2백만원을 투자해 6백39억3백만원을 날렸다.

한국씨티은행, 외환은행, 대구은행, 하나은행은 본전은 지켰다. 한국씨티은행은 10대 시중 은행 중 유일하게 ‘손실률 0%’를 기록했다. 주식이나 파생상품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에 투자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도 모두 채권에 투자했다. 투자액 6천78억1천8백만원 중 0.04%인 24억1천4백만원을 잃었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은 포트폴리오가 다양했다. 하나은행은 채권, 주식, 펀드에 각각 90%, 8%, 2%씩 투자했다. 주식에서 30% 손실률을 보였으나 안정적인 채권 투자에 치중한 덕분에 평균 손실률은 3.93%를 기록했다. 대구은행의 포트폴리오는 10개 은행 중 가장 다양했다. 펀드, 채권, 파생상품, 주식에 모두 7백20억원을 투자했다. 역시 주식에서 54% 이상의 손실률을 보였지만, 안정적인 펀드에 70%를 투자한 덕분에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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