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억원대 날릴 판에 ‘쉬쉬’하는 마사회
  • 이승욱 기자 (smkgun74@sisapress.com)
  • 승인 2012.10.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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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확인 / 용산 장외발매소 건립 관련 소송 제기


한국마사회(회장 장태평)가 지난 2009년경부터 서울 용산에서 추진하던 마권장외발매소(KRA플라자) 신사옥 건립 사업과 관련해, 3백50억여 원의 초기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한국마사회가 지난 7월 서울 용산 마권장외발매소 신축 사업 부지의 토지 소유주인 부동산 개발업체 랜드마크디앤엠과 신탁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을 상대로 계약금과 중도금 등 3백57억원의 매매 대금 반환 민사 소송을 제기한 사실 또한 본지 취재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한국마사회가 뒤늦게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서는 수백억 원의 투자비를 날릴 위기에 처한 셈이 되었다. 특히 한국마사회가 전임 회장 재임 시절부터 야심차게 추진했던 서울 지역 장외발매소 신축 사업지인 서초와 마포에 이어 용산 장외발매소 건립 사업까지 잇달아 부실 추진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국마사회의 관련 사업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에 있는 KRA플라자 신사옥 예정지. ⓒ 시사저널 최준필
“부풀린 감정평가에 속았다”

한국마사회가 소송을 제기한 명목은 애초 부지와 신축 건물의 매매 대금을 감정한 검정평가법인 ㄱ사와 ㅌ사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1천1백90억여 원으로 토지와 건물 매입비를 비싸게 감정평가하고, 이를 통해 부지 소유주와 신탁사 등이 매매 대금을 과다하게 받을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2009년경부터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16-48번지 부지(대지 면적 1,192㎡)를 매입해 지상 18층, 지하 7층 규모의 용산 마권장외발매소 신사옥 건립 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2001년부터 신용산역 인근 옛 용산컨벤션센터 내에 운영해오던 용산 장외발매소가 노후화 등의 이유로 인해 이전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신축·이전 사업은 원활히 추진되는 듯 보였다. 용산구청 건축과 담당자는 “현재 신축 공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상태로 사용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사용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조만간 준공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국마사회가 용산 장외발매소의 공사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돌연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는 최근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 결과가 이전 감정평가법인인 ㄱ·ㅌ 사의 평가에 일정 부분 오류가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는 매매 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 전, 국토해양부를 통해 해당 부지와 신축 건물에 대해 한국감정원에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국토해양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한국감정원의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정평가법인의 당초 매매대금 산정액이 적정 기준에 의한 평가보다 30% 정도 더 높게 평가되었다”라고 말했다. 즉, 감정평가법인 ㄱ·ㅌ 사의 감정평가액이 실제 감정가보다 30% 정도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의 감정평가 심의위원회에 의뢰한 결과, 당초 감정평가법인의 감정에 일정 부분 하자가 있다고 통보를 해왔다. 하지만 평가방법상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일 뿐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높게 (감정평가액이) 책정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해명했다.

한국마사회가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 결과를 근거로 매매 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실제 반환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 결과는 감정평가법인의 감정 이후 새로운 감정평가 기준을 근거로 한 평가일 뿐이다. 한국마사회 내부에서 당초 잘못된 감정 평가 기준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소송 과정 중 사실 관계를 명백히 밝혀야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마사회 내부의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추진 절차로 인해 감정평가액을 산정했을 여지가 발견되면 초기 투자비 수백억 원도 날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한국마사회의 부실한 장외발매소 신축 건립 사업으로 인한 손실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마사회는 전임 회장인 김광원  회장 재임 시절인 2009~10년에 용산 이외에도 서울의 서초구와 마포구 등지에서 수천억 원대의 사업비를 투자하는 장외발매소 이전·신축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잇달아 부실하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거액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마사회가 2010년 12월 서초동 교대역 근처에 6백96억원을 들여 서초 장외발매소 부지를 매입했지만 지난해 7월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장외발매소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지구 단위 계획을 고시했다. 부지 변경에 따른 예상 손실액은 45억~1백6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총체적 부실 의혹 제기되는 상황

경마가 펼쳐지고 있는 서울 과천 경마장. ⓒ 시사저널 임준선
또 한국마사회는 서울시와 서초구를 상대로 낸 행정 소송 1심 판결에서도 원고 패소했다. 2심 판결이 남았지만 서초 장외발매소 건립 사업 무산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한국마사회가 떠안아야 할 형편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감사원은 2009년 마포 장외발매소 이전 사업 추진과 관련해 사업 부지 대금 6백69억원을 손실 보전 방안 없이 우선 지급해 개발 평가액 차액 1백3억원의 손실을 떠안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마사회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한국마사회와 관련 당사자들은 이번 소송이 본지의 확인 취재로 밝혀지기 전까지 ‘쉬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당초 ‘소송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입장 표명을 꺼렸던 한국마사회는 10월5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한국마사회 장외개설준비단 홍 아무개 반장은 “향후 1차 변론 기일이 잡히고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면 좀 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다만 홍반장은 “지난 2011년 10월 마사회 차원에서 감정평가액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지난해 10월 국토해양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감정평가가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만큼 (감정평가법인의 감정 결과를) 믿을 수밖에 없어 마사회 차원에서도 억울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로서는 재판 결과를 단언할 수 없지만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에서 일부 하자가 드러났다고 한 만큼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라면서도 “만약 소송에 질 경우에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존 감정평가액대로 계약을 이행해야겠지만 후속 조치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또 다른 소송 당사자인 코람코자산신탁의 해명을 듣기 위해 취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코람코자산신탁이 서면 질의서 제출을 요구해 기자가 질의서를 보냈는데도 “우리의 입장도 곤란하다.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언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당초 용산 장외발매소의 매매 대금을 감정평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당초 감정평가 당시 복수의 감정평가법인이 적정하게 평가를 했고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 결과에서도 평가액이 과도하게 산정되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한국마사회의 민사 소송도 단순히 감정평가액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안다. 하지만 (감정평가액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는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한국마사회가 추진했던 장외발매소 신축 사업들이 잇달아 부실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관련 기관·업체들이 소송을 핑계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의혹은 짙어지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김우남 민주당 의원은 “용산 장외발매소 신축 사업의 부지 신탁사는 서초 장외발매소 건립 부지 신탁사와 동일한 업체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내부자의 개입 가능성 등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장외발매소 건립 사업 전반에 대한 집중적인 감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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