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지주 민영화 ‘첩첩산중’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9.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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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매각 지연으로 ‘메가뱅크’ 실현 불투명

지난 7월30일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산은지주) 회장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들이 잇달아 무산된 탓이다. 올 상반기 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40%나 감소했다. 산은지주측은 “외환 및 파생상품 관련 손익이 급감하면서 당기순이익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산은지주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평가이익이 반영되었던 금호석유화학의 전환사채(CB)가 지난해 말 주식으로 전환된 것이 원인이다. 순이자 손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산은의 경쟁력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강만수 회장의 리더십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있다.

‘강만수호’ 출범 이후에도 악재 지속

강회장은 지난해 3월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 취임했다. 취임 초만 해도 기대가 컸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MB노믹스’ 설계자였기 때문이다. 강회장이 산은에 입성하면 민영화 작업 역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강회장이 주도한 ‘메가뱅크(은행 대형화)’ 전략은 우리금융지주 매각 지연으로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11개 지점 인수를 추진했으나 역시 물거품이 되었다. 산은지주 내에서는 “(강회장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IPO(기업 공개) 역시 마찬가지다. 강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기 중 산은의 민영화 계획은 없지만, IPO는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지주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IPO를 하기 위해서는 해외 발행 채권에 대한 정부의 보증이 있어야 한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IPO를 반대하고 있어 연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라고 귀띔했다.

강회장, 전임 민유성 회장과 닮은꼴 행보 눈길

은행권 안팎에서는 강회장과 전임 민유성 회장과의 ‘닮은꼴’ 행보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민 전 회장은 지난 2008년 6월 산은지주 회장에 취임했다. 입성 초기만 해도 그는 산업은행 민영화를 이끌 적임자로 꼽혔다. 금융위원회는 ‘민유성 회장이 적임자이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 전 회장은 부도 직전이던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려다 정치권으로부터 호된 공격을 받았다. ‘산업은행 민영화 재검토’ 목소리까지도 나왔다. 민 전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외환은행 인수나 태국 시암시티 은행(SCIB) 인수 역시 정부 반대로 무산되었다. IPO의 시기를 놓고서는 금융 당국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민유성 전 회장의 경우 56주년 창립 행사도 조촐하게 치를 만큼 정치권의 눈치를 많이 보았다. 강만수 회장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오른쪽 아래)이 주채권은행인 STX, 쌍용건설(왼쪽부터). ⓒ 시사저널 이종현·유장훈·박은숙
물론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회장은 지난 1월 산은지주와 산업은행의 공공 기관 해제를 이끌어냈다. 현 정권 초기만 해도 거래소가 공공기관에 지정되었다.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유례가 없어 강한 반발을 샀다. 강회장은 산은의 공공 기관 해제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출시한 ‘다이렉트 뱅킹’ 상품은 11개월 만에 4조원을 끌어모았다. 민유성 회장도 재임 시절에 예금 모집인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실패했다. 강회장이 산은 최대의 약점이었던 수신고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물론 은행권 안팎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모든 상품에는 적정 수준의 가격이 있다. 산업은행이 높은 금리로 고객들을 유인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산은지주측은 “산업은행은 지점 수가 적기 때문에 인력이나 지점을 유지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상대적으로 적다. 시중 은행과 예금 금리에 차이를 둔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산은금융지주의 기업 공개, 연내 가능할까 

산은지주가 민영화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면서 연내 IPO 성사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IPO에 대한 강만수 회장의 생각은 확고하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올해 안에 IPO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걸림돌이 적지 않다. 특히 쌍용건설과 STX, 팬택 등 산은이 주채권 은행인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들의 회생 여부가 IPO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건설은 최근 최대 주주인 캠코와 채권 은행으로부터 2천억원을 수혈받기로 했다. STX 역시 1조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한다는 내용의 재무 구조 개선 약정을 산은과 체결한 상태이다. 하지만 팬택의 공개 매각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팬택은 지난 2007년 워크아웃 돌입 이후 1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공개 매각 절차에 돌입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력한 매수자인 SKT에 이어 KT도 최근 휴대전화 제조 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주채권 은행의 입장에서는 자금 회수가 더욱 어려워졌다.

나머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 또한 가중되고 있다. 강만수 회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세계 경제 위기는 대공황보다 더 심각하다”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이들 기업은 채권단 지원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제2, 제3의 쌍용건설이나 STX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이런 점이 향후 산은의 IPO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산은지주의 경우 내부 비리 의혹이 잇달아 언론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산업은행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담당 직원을 구속 기소했다. 동일토건의 PF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받고 조사를 소홀히 한 혐의였다. 동일토건은 산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산은 역시 막대한 규모의 부실 PF를 떠안게 되었다. 최근에는 안철수연구소와 산업은행 간 뇌물 공여 의혹도 일부 언론에 불거졌다. 이같은 문제 역시 향후 산은의 IPO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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