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공의 첩보위성, ‘골키퍼’가 감시한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09.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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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오준호 교수, 국내 처음으로 실시간 추적 가능한 광학 장치 개발

북한의 한 시골 도로에서 이루어지는 물체의 이송과 산속에서 벌어지는 미사일 동향을 미국은 훤히 알고 있다. 첩보위성 때문이다. 미국과 같은 인공위성 강대국들의 다른 나라 엿보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수백 개에 달하는 첩보위성을 쉴 새 없이 쏘아 올려 지구 상공에 촘촘한 위성 첩보 네트워크를 구축해놓았다.

첩보위성이란, 상대편의 정보나 형편을 몰래 알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인공위성을 말한다. 웬만한 선진국에서 첩보위성을 띄우고 있는 요즘의 상황은, 우주 공간에서 소리 없는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의 나라 심장부에 있는 주요한 건물을 사진 찍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공격이다. 그것은 마치 상대방에게 무기를 들이대고 위협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우리나라 상공에서도 예외 없이 외국의 첩보위성이 한반도를 엿보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가 최근 한반도 상공을 지나가는 인공위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는 광학(光學) 추적 장치를 개발해 화제이다. 우주 감시 장비가 전무하다는 것을 알고 오준호 교수가 2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장치이다. 광학 추적 장치는 추적하고자 하는 위성을 따라 자동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적도의(赤道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테면 송수신 광학망원경을 초당 20℃씩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2백~2만5천km 상공의 인공위성을 1초각(3천6백분의 1도) 이내의 정밀도로 추적할 수 있다. 물론 같은 방법으로 별도 조준할 수 있다. 하지만 궤도만 입력해주면 별보다 수백 배 빠르게 움직이는 인공위성의 위치를 계산해 광학망원경이 따라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이 기술의 가장 큰 핵심이다. 물론 하늘의 어떤 물체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은 앞으로 한반도를 지나는 첩보위성을 감시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세계에서 광학망원경을 통해 위성 같은 비행체를 추적하는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극히 일부이다. 이 기술은 인공위성이나 탄도미사일의 레이저 요격과 같은 국방 무기 체계 기술과 연관되어 있어 우주 기술 선진국들이 기술 이전을 꺼려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기술 개발에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오준호 교수가 개발한 광학 추적 장치는 미국이나 일본 등이 보유한 기술보다 정밀도 면에서 앞선다. 스스로 하늘을 관측하고 이상 상황, 예를 들어 어떤 별이나 인공위성이 발생하면 스스로 감지해서 추적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의 군사 정보 등을 수집하는 첩보위성을 찾아내고 감시하기에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첩보위성은 열적외선 센서를 탑재하고 대개 밤에 활용한다. 낮에는 태양 복사열과 체온 사이에 간섭 현상이 일어나 인체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낮과 밤에 모두 활동하는 첩보위성도 있다.

첩보위성은 고도 3만6천㎞의 정지 궤도에 떠 있는 방송위성이나 통신위성과는 달리, 가능한 한 지구 가까이에서 지상의 물체와 움직임을 탐지한다. 또 고도 3백?6백㎞에서 지구의 강한 인력에 끌리지 않고 첩보를 수집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지구를 돌아야 한다. 그래서 첩보위성은 하루에 지구를 14바퀴 반 정도 돌 만큼 빠른 속도로 지구를 선회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5백㎞ 상공인 경우 초속 약 8㎞의 속도를 유지한다.

따라서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위성 강대국은 무선 감시 장치인 우주 레이더까지 이용해 이중 삼중으로 철저하게 첩보위성을 감시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작동하려면 수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웬만한 국가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하지만 오준호 교수가 개발한, 비용 면에서도 저렴한 광학 탐지 장치로도 기본적인 감시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첩보위성(스파이 위성)에는 크게 정찰위성, 조기경보위성 그리고 도청위성이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정찰위성이다. 정찰위성은 작전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수백 ㎞의 상공에서 지상을 들여다보며 적의 동향이나 지형을 살피는 일을 하는 위성이다.

정찰위성은 보통 고도 6백~8백㎞의 지구 저궤도에 위치한다. 어느 지역에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려면 가능한 한 고도가 낮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성이 지면과 가까워질수록 영상의 해상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정찰위성들은 자기 궤도에서 편하게 셔터만 눌러대지 않고, 때때로 상당히 급격한 운동을 통해 최대한 지구 가까이 내려오는 방식을 사용한다.

아리랑 2호가 촬영한 독도.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첩보위성, 다른 나라의 정보를 어떻게 빼낼까

예를 들어, 미국 공군우주사령부가 관리하는 KH(Key Hole)-12라는 정찰위성은 평상시에는 6백㎞의 고도에 있다가 목표가 정해지면 2백?3백㎞ 높이로 내려와 목표 지점의 영상을 촬영하고 다시 제자리로 올라간다. 해상도 10㎝급의 최고 광학카메라를 사용해, 지구를 마치 ‘열쇠 구멍’으로 들여다보듯 10㎝ 크기의 물체까지 정밀하게 식별해낸다. 이 정도의 해상도이면 지상의 남자와 여자를 구별해낼 수 있고, 자동차 번호판도 읽을 수 있다.

구체적인 정의는 없지만, 첩보위성은 물체의 식별 능력이 1m 이하의 해상도를 갖춘 위성 영상을 이용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적국의 군사 동향과 작은 군사 시설 등을 판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디지털 해상도는 1m급, 5m급, 30m급 등으로 표현하는데 숫자가 작아질수록 더 작은 지상 물체를 판독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1m급이라는 말은 화소 1개가 1㎡를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즉, 지상 물체의 크기가 가로 세로 1m 이상이면 어떤 물체인지 알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보통 위성 사진 분석가들은 50㎝×50㎝ 정도의 공간 해상도이면 승용차나 손수레를 뚜렷이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정도의 크기를 가진 물체의 윤곽을 뚜렷이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독자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인도, 중국, 일본, 이스라엘 등이다. 미국은 첩보위성, 특히 정찰위성의 최강자이다. ‘켄난’이라고 불리는 KH-11, ‘이콘’이라고 불리는 KH-12가 대표적 정찰위성이다. 두 위성은 디지털카메라처럼 빛을 이용해 지상 물체를 촬영한다. KH-11은 주간 정찰용이고, KH-12는 적외선 탐지 기능을 갖춘 주야간 정찰용이다. 이라크 전쟁 때 이라크 상공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돌며 정보를 수집해 다국적군의 인명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러시아도 첩보위성을 통해 세계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코스모스-2428은 미국의 KH에 버금가는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는 고성능 정찰 첩보위성이다. 이 위성은 최대 해상도가 20㎝로 미국의 움직임을 상세히 관찰할 수 있다. 미사일 공격과 원자핵 실험을 감시할 수 있는 오코 위성과 프로뇨츠 위성을 결합한 조기경보위성 시스템도 운용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 요격 등 군사 기술로 활용 가능

스위스는 스파이 위성의 일종인 전자 정보 수집 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이 위성을 통해 최근 스위스 정보 당국은 런던 주재 이집트 대사관이 본국에 팩스로 보낸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동유럽 비밀 수용소 보고서’ 내용을 파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프랑스는 정찰위성 헬리오스(HELLIOS) 시리즈를 발사해 감시 중이고, 이스라엘은 오펙을 발사해 자신들의 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가장 잘 이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정찰위성이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일본을 분노케 한 것이 계기가 되어, 2003년 첫 첩보위성 H-2A를 쏘아 올렸다. 북한 지역을 비롯한 분쟁 지역 감시용으로 사용한다. 현재 광학위성 2개와 레이더 위성 2기가 지상을 감시하며 비밀리에 한반도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세계는 첩보위성의 존재에 관한 언급 자체를 꺼린다. 또한 자국의 로켓에 실어 자국 우주센터에서만 첩보위성을 발사하기 때문에 정확한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냉전이 끝났기 때문에 첩보가 필요 없다는 생각은 한마디로 난센스이다. 핵전쟁의 위협이 사라진 요즘에도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염탐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끝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광학 추적 장치는 주로 별을 관측하는 천체망원경용으로 개발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첩보위성뿐 아니라 군사용으로도 활용이 가능해 적군의 비행기나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비로도 응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장치를 군사용 레이더 시스템과 결합해 군함이나 탱크 위에 설치하게 되면 적군의 미사일 등을 정확하게 자동으로 요격하는 근거리 방어 시스템(CIWS)의 기관포대가 된다.

첩보위성에 버금가는 미국의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Global Hawk)’는 이른바 날아다니는 군사위성이다. 최대 5천5백㎞의 작전 반경을 가진 글로벌 호크는 지상 20km의 상공에서 36시간 동안 비행하며 첨단 레이더와 광학카메라로 지상의 30㎝ 물체까지 식별한다. 특히 적외선 센서로 탄도미사일의 발사 순간을 포착해 지상 기지에 통보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체제의 핵심 장비이다.

한국은 현재 골키퍼라는 CIWS를 쓰고 있다. 골키퍼 시스템은 강력한 노이즈와 전자 교란 환경에서도 적군의 위험 요소를 추적해 공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장비는 전량 수입해온 것이 사실이다. 오준호 교수가 개발한 광학 추적 장치는 앞으로 우리의 근거리 방어 시스템 기술 자립화를 가능하게 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근거리 방어 시스템은 고가의 제품으로서 부가가치 또한 높다. 따라서 기술의 자립화가 이루어지면 수출도 가능해져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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