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3사3색’ 스마트폰 쏟아진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9.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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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애플, 전략 신제품 내놓으며 ‘판매 전쟁’ 돌입

(왼쪽) 스마트폰 시장의 앙숙으로 떠오른 삼성전자의 권오현 부회장.ⓒ연합뉴스 . (오른쪽) 애플의 팀 쿡 회장.ⓒ AP연합

9월 말이 다가오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애플, 삼성전자, LG전자가 9월 말과 10월 초 야심작을 잇달아 출시하며 대회전을 벌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선제공격은 애플에서 나왔다. 애플은 9월12일 아이폰5 모델을 공개했다. 판매 개시 시점은 9월21일로 알려지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4S를 출시한 지 10개월 만에 새 아이폰 모델을 내놓았다. 아이폰4S가 외관 디자인 변화 없이 일부 기능을 추가한 것과 달리 아이폰5는 디자인, 사용자 경험(UX), 하드웨어 사양에 이르기까지 일신했다. LG전자는 비슷한 시기에 야심작 옵티머스G를 출시한다. 지금 티저(예고) 광고가 한창이다. 디자인, 사양, 성능을 하나씩 공개하며 옵티머스G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갤럭시S3 출시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2를 출시해 아이폰5를 견제하려 한다. 스마트폰 경쟁 양상이 소송전에서 다시 제품 판매 전쟁으로 바뀌고 있다. 싸움의 무대가 법정에서 시장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애플은 2년 만에 외관 디자인을 바꾼 새 아이폰을 내놓았다. 아이폰4S는 아이폰4와 비교해 디자인 변화가 없다 보니 새 제품이라기보다는 개량형 모델에 가깝다. 자동차로 치면 페이스 리프트(face-lift) 모델이라고 하겠다. 이와 달리 아이폰5는 아예 새 제품이다. 화면은 커지고 두께는 얇아졌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서베이몽키가 아이폰 보유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다음에 출시될 아이폰의 화면이 커지기를 원하는가?’라는 항목에 ‘예’라고 답한 응답자 비중이 58%나 되었다. 갤럭시노트나 옵티머스뷰처럼 화면이 큰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는 이미 입증되었다. 애플은 아이폰5 개발 과정에 이와 같은 시장 요구를 반영한 듯하다.


외관도 기능도 확 바꾼 아이폰5

두께가 얇아진 것은 인셀 터치라는 신기술 덕이다. 애플은 터치 센서를 안으로 집어넣은 인셀 터치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기존 터치 방식은 빛 투과율이 낮고 터치감이 떨어졌다. 이와 달리 인셀 방식은 두께와 무게를 줄여 빛 투과율은 높이고 터치감도 많이 개선했다. 또 재료비까지 줄일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5 출시로 삼성전자에게 내준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되찾겠다고 나섰다. 삼성전자 갤럭시S3는 지난 8월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 아이폰을 제치고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으로 등극했다. 미국 투자회사 캐나코드제누이티는 9월4일 ‘미국 4대 통신사는 8월 한 달 동안 미국 갤럭시S3를 가장 많이 팔았다’라고 밝혔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판매 대수 1위 자리에서 물러나기는 처음이다. 아이폰의 판매 저조는 갤럭시S3의 돌풍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이폰5에 대한 대기 수요 탓이 크다. 미국 소비자들이 아이폰5 출시를 기다리면서 아이폰4S를 사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폰5가 나오자마자 하루 100만대 이상 팔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갤럭시S3가 출시 50일 만에 세웠던 1천만대 판매 신기록을 아이폰5는 열흘 안으로 당길 듯하다. 미국 투자자문사 파이퍼재프리 소속 진 뮌스터 연구원은 ‘아이폰5는 출시 첫 주에 6백만~1천만대가 팔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출시 첫 주에 아이폰3GS는 100만대, 아이폰4는 1백70만대, 아이폰4S는 4백만대가 팔려나간 바 있다. 전작보다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대기 수요까지 감안하면 아이폰5의 첫 주 판매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애플은 미국에서 갤럭시S3를 제압하고 나서 서유럽으로 전선을 확대하고자 할 것이다. 서유럽 시장은 이미 삼성전자 수중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서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1천1백90만대 팔아 시장 점유율 43.6%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5백20만대를 판대하는 데에 그쳐 시장점유율 19%를 기록했다’라고 밝혔다. 애플은 아이폰5를 내세워 갤럭시S3가 서유럽에 세운 철옹성을 허물기 위한 공성전에 돌입할 것이다. 

애플이 가진 고민은 경쟁 업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전량을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는다. 아이폰4S의 모바일 DRAM과 낸드플래시 공급도 삼성전자에 크게 의존했다. 디스플레이 패널과 카메라 모듈은 각각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으로부터 공급받는다. 배터리는 LG화학과 삼성SDI가 공급한다. 애플은 타이완의 비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 TSMC에게 AP 공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또 일본 반도체업체 엘피다나 도시바에 선수금까지 주면서 일부 모바일 DRAM이나 낸드플래시를 공급받고 있다. 애플이 자랑하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작품이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가 일시에 부품이나 모듈 공급을 중단하는 일은 없겠지만 가격이나 물량 협상을 까다롭게 해 애플의 시장 전략을 견제할 수는 있다. 애플은 아이폰5를 만들면서 삼성전자로부터 모바일 DRAM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공급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품 수급에 있어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갤럭시노트2, 아이폰5의 돌풍 잠재울까

삼성전자는 지난 8월3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국제가전박람회) 2012’ 전시회에서 갤럭시노트2를 전격 공개했다. 판매 개시 시점은 10월 초로 알려지고 있다. 아이폰5를 견제하기 위해 갤럭시노트2를 비슷한 시기에 출시하는 것이다. 전작 갤럭시노트는 5.3인치 큰 화면 스마트폰 시대를 열며 1천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화면 크기를 5.5인치로 키운 갤럭시노트2는 전작의 흥행을 이어가며 4인치 화면에 불과한 아이폰5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2와 아이폰5의 사양이 공개되면서 두 제품에 대한 비교 열기가 뜨거워질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혁신에서 애플을 앞섰다. iOS는 안드로이드와 비교해 더는 차별화하지 못한다. 과거에 이룬 혁신의 성과나 권리보다, 지금 누가 얼마나 혁신을 주도하느냐가 중요하다. 혁신은 소비자 선택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애플이 디자인에서 경쟁 우위를 보인다면 삼성전자는 통신 기술에서 앞선다. 통신 시장은 LTE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LTE 통신 기술에서 강력한 특허망을 구축했다. LTE 통신 기술에서 애플은 적수가 되지 못한다. 특허 기술 분석 기관 아이런웨이(iRunway)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4G-LTE 기술 특허 출원 건수는 1천1백77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LTE 관련 특허 중 1.2%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LTE 통신 기술에서 점한 절대 우위를 내세워 애플을 압박하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5가 나오자마자 LTE 특허 침해로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거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혁신을 꾀하고 있다. 애플이 외관 디자인 영역에서 차지한 경쟁 우위를 상쇄하기 위해서다. 비장의 카드는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아몰레드(AMOLED)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아몰레드 기술은 플렉서블(휘는) 디스플레이로 이어진다. 삼성전자는 그래핀과 아몰레드 기술을 이용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개발해 스마트폰에 탑재할 계획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애플이 외관 디자인에서 가진 경쟁 우위를 일거에 없애버릴 수 있다. 하드웨어에서는 앞섰고 소프트웨어에서는 별 차이 없는 상황에서 외관 디자인에서 애플과 견줄 수 있다면, 삼성전자와 애플 사이에 놓인 균형추는 삼성전자 쪽으로 기울어진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고(高) 사양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일하게 도전장을 내민 곳은 LG전자이다. LG전자는 시장 2위 그룹(노키아, HTC, 모토로라, RIM)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고가에서 저가까지 스마트폰 상품군, LTE 기술,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어 삼성전자나 애플 외에 제3의 벤더(공급업체)로서 가장 유리하다”라고 평가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한두 업체가 단말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나 애플 외에 제3의 단말기 공급업체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옵티머스G가 통신사의 요구에 부합하기를 기대한다.   

LG전자의 운명이 옵티머스G에게 걸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LG전자는 2X, 블랙, LTE(롱텀에볼루션), LTE2로 이어지는 옵티머스 시리즈를 잇달아 출시했으나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 시리즈의 그늘에 가려 판매 실적이 형편없었다. LG전자는 9월 말 옵티머스G를 내놓고 시장 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9월 말~10월 초 내수 판매량이 관건이다. 국내 통신 서비스업체 3사를 합쳐 날마다 1만대 이상 나가야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한 스마트폰 시장 판도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옵티머스LTE2가 2% 부족한 하드웨어 성능을 채웠다면 G폰은 아이폰5, 갤럭시노트2, 갤럭시S3와 비교해 완성도나 디자인 차별화 기준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LG전자 스마트폰 중 누적 판매 대수 5백만대를 기대할 수 있는 첫 모델이다”라고 밝혔다.

스마트폰업체에게 첫 성공 모델은 주요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 출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첫 성공을 거둔 이래 승승장구하면서 스마트폰 시장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LG전자가 앞으로 G시리즈를 내세워 ‘제2의 갤럭시S 신화’를 만들어내려면 옵티머스G가 성공해야 한다. 삼성증권은 지난 9월4일 공개한 ‘LG전자 다시 기지개를 펴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내수와 수출을 합쳐 2013년 1분기 옵티머스G 매출이 LG전자 휴대전화 사업 부문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 안팎으로 커져 흑자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왼쪽) 독일 베를린 IFA 전시회 갤럭시노트2 부스. (오른쪽 위) LG전자 옵티머스G 출시 예고 광고. (오른쪽 아래) 애플 아이폰4S 발표회. © AP연합


옵티머스G의 ‘솟아날 구멍’은?

그러나 옵티머스G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출시 시점이 아이폰5와 겹친다. 아이폰5는 하루에 100만대까지 팔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나 마케팅 역량에서 뒤진 옵티머스G가 아이폰5 태풍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요 통신사는 옵티머스G를 전략 모델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갤럭시S3와 아이폰5라는 주력 모델에 밀린 것이다. 그렇다 보니 LG전자는 미국 3대 통신 사업자(버라이존, AT&T, 스프린트)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 2000년 이후 고사양 단말기를 대규모로 공급한 곳은 버라이존, AT&T, 스프린트밖에 없다. 미국 통신 사업자마다 아이폰5 출시를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이 와중에 아이폰5와 함께 나올 낯선 스마트폰에게 눈길을 줄 통신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 탓에 옵티머스G가 특정 사업자에게서 ‘대박’이 터지기는 쉽지 않다. LG전자는 ‘롱테일(긴 꼬리) 전략’에 기대를 걸어야 할 듯하다. 한국·미국·일본·유럽 시장에 잇달아 출시해 시장마다 3~4위에 올라 총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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