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쓰림 우습게 보다 큰 위 다친다
  • 석유선│헬스팀장 ()
  • 승인 2012.09.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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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 불량도 심하면 위암 전조 증상일 수 있어

지난 8월22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노성훈 위암 전문 외과교수팀이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매일 음식을 먹을 때마다 속이 더부룩하고 쓰렸던 김상엽씨(41·자영업)는 최근 부쩍 입맛이 없어지고 살이 4kg이나 빠지면서 불현듯 걱정이 앞섰다. 아내의 권유로 내시경 검사를 받은 김씨는 위암 1기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로 거의 완쾌가 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에 안심했지만 두 딸의 얼굴과 아내의 얼굴이 교차하며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김씨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암 환자 중 단연 으뜸은 위암 환자이다. 국가암정보센터가 발표한 1999~2002년 국내 암 환자 통계 자료에서 해마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암이지만, 위암의 전조 증상인 속쓰림과 소화 불량을 가볍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점도 위암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습관, 맵고 짜게 먹는 한국인들은 위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지만 매일 반복되는 위장질환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만성 위염과 위궤양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 가운데서도 자신에게 위암이 생길 것이라고 예단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위암 증상, 위염·위궤양과 구분 힘들어

통상 위암의 증상은 일반적인 상복부 불쾌감과 통증으로 대표되는 속쓰림, 구토 등을 동반하고 대개는 입맛이 없어지며 체중이 감소하고 쇠약해지면서 매사에 의욕을 잃게 된다. 이는 사실 위염, 위궤양 증상과 흡사해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위염과 위궤양은 치료를 통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지만, 위암의 경우는 약을 투여하더라도 쉽게 호전되지 않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미리 위 건강을 챙길 필요가 있다.

한국인에게 유독 위암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짜게 먹는 식습관, 높은 헬리코박터균 감염률, 흡연 등의 영향 때문이다. 이는 속쓰림과 소화 불량이 수반되는 위궤양과 위염에도 공통적인 원인으로 손꼽힌다. 특히 매 끼니 때마다 찾게 되는 찌개, 국, 김치, 젓갈 등은 모두 염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소금의 섭취는 위 세포의 변형을 촉발해 위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의 70% 정도가 보유하고 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발암물질 1등급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위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균은 위점막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며 위암 발생의 원인이 된다. 헬리코박터균은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구강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된 물이나 야채, 어패류 등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위암 발생률이 두세 배 높다는 보고가 있다는 점에서 흡연 역시 중요한 원인으로 주목된다. 스트레스 역시 위궤양 환자들 사이에서 궤양 합병증 발생률을 높여, 위암 발생의 주적으로 손꼽힌다. 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서정훈 교수는 “일반적으로 위궤양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감염이지만 소염·진통제와 같은 약물 복용 증가, 지나친 음주나 흡연, 스트레스, 커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물론 위궤양이 있다고 다 위암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복통이나 속쓰림 등이 평소와 다를 경우, 스트레스 등 때문이라고 핑계 대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 위궤양인지 위암 초기 증상인지 판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위궤양은 재발을 잘 하기 때문에 발병 후 1년마다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사실 일부 위암 환자들이 초기에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심지어 암이 말기까지 진행된 경우에도 특이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가벼운 소화불량 증상만을 느끼는 예도 있다.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 받아야

더구나 위암이 위염·위궤양의 발병으로 인해 약을 복용해 일시적으로 나아지면서 위암임을 감지할 수 없게 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많은 위암 환자가 속이 불편해도 자가 진단으로 약을 복용하거나 병원에 가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위암인지 판별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바로 내시경 검사이다. 내과 전문의들은 속쓰림·소화불량 등의 복부 불편감을 느낄 경우 나이에 상관없이 위 내시경 검사를 즉시 받으라고 권한다.

특히 평소 위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30~40대 이후부터는 1~2년 간격으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미리 위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고, 혹시나 모를 위장 질환을 미리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또, 위암은 내시경 검사 등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이 이루어지면 충분히 완치할 수 있다. 폐암은 1기에 치료해도 5년 생존율이 55% 정도이지만, 위암은 1기에 치료하면 약 9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일 정도로 완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내시경 검사를 통해 당장 위궤양이 발견되면 즉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되지 않은 상태로 오래 지속될 경우 궤양이 암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궤양은 현재 약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저절로 치유되기도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50~60%에서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적절한 치료를 하면 대개 4~8주 정도에 궤양이 치유된다.

위궤양 진단 후 치료할 때는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하며, 관절염 및 만성 통증으로 진통제를 먹어야 할 경우에는 점막 보호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위궤양 출혈 합병증이 있을 경우에는 항혈전제, 혈전용해제 등의 약물을 복용하면 출혈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약물 복용을 결정해야 한다.

김재규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체중 감소가 있는 사람에게서 위궤양이 발견되면 반드시 악성궤양을 감별 진단해야 한다. 위궤양으로 인해 토혈, 흑색변, 빈혈 또는 드물게 혈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만성적인 유문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이어 “위궤양은 십이지장궤양과 달리 암과의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위궤양 치료 후에 다시 상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조직 검사를 해 암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위암에 앞서 위염·위궤양 등 위장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화 불량과 속쓰림 등의 원인부터 없애는 것이 순서이다. 우선 술과 담배를 끊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위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몸에 밴 생활 습관을 말처럼 한 번에 고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특히 식생활 교정은 가족의 도움이 없이는 힘든 만큼, 본인과 가족의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관리는 위장질환 예방에 특히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모든 병에 쉽게 걸린다. 위는 유독 스트레스에 약한데, 만성 위염과 위암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다. 스트레스가 소화효소의 분비를 막고 위장 운동을 위축시켜 소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커피와 같은 카페인 함유 음료, 강한 향신료가 첨가된 음식, 아주 차거나 뜨거운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속이 쓰릴 때 우유를 마시면 위에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것은 잠시 증상을 없애주는 것에 불과하고 우유는 나중에 칼슘에 의해 위산 분비가 증가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태희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에서 위산 분비가 증가되고 위 점막을 보호할 수 있는 점막이나 혈류 공급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염과 위궤양을 야기한다. 다만 음식은 특별히 제한할 필요가 없고 매일 세 번, 과식이나 폭식 없이 적절한 양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지나치게 음식에 신경 쓰며 스트레스를 받아 위염이나 위궤양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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