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잘 날 없는 12년 꽃동네 ‘5조원 금광 전쟁’
  • 정락인·조해수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9.0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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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금 74t이 매장되어 있다는 충북 음성 금왕읍 일대 금광 개발을 둘러싸고 금광 개발업체인 대륙광업과 사회복지법인 꽃동네 사이에 길고 긴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대륙광업은 이 지역에 대한 광업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금광 개발을 중단한 채 공사를 반대하는 꽃동네 오웅진 신부와 마을 주민들에 맞서 끝없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온갖 파열음을 내며 진행되고 있는 금광 다툼의 내막을 들여다보았다.

대륙광업 임원이 봉쇄된 갱구 앞에서 금광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갱도가 막히기 전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충북 음성군 금왕읍 일대는 예부터 금이 많기로 유명하다. 한창 때는 외양간에 있는 소도 금장식을 하고 다녔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1990년대 말까지는 국내 최대 금광도 이곳에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금광이던 영풍산업의 무극광산이 1997년에 문을 닫으면서 금맥도 끊겼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금광 개발업체인 대륙광업과 사회복지법인인 꽃동네가 금광을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륙광업은 공사를 위해, 꽃동네는 공사를 막기 위해 창과 방패가 되어 맞서고 있다. 양측이 밀고 밀리는 법적 소송을 진행한 지 벌써 12년째이다. 이들은 왜 싸우고 있는 것일까. 꽃동네에서 벌어지는 ‘금광 전쟁’의 내막을 추적했다.

거기에는 ‘금’이 있었다. 2000년 초 음성군 금왕읍에 대한광업진흥공사의 지질 탐사팀이 내려왔다. 이 일대에서는 대륙광업(당시는 태화광업)이 7호맥 1천3백20만㎡(4백만평)의 광업권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김태순 회장(2003년 작고)은 금 매장량을 정밀 측정한 후 채산성이 있다면 본격 채광에 나설 계획이었다.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순금 74t이 매장되어 있다고 나온 것이다. 수치로만 보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현재 한국은행이 보유 중인 우리나라의 전체 금 보유량은 54.5t(세계 43위)이다. 태극광산에는 이보다 19.5t이 더 있는 것이다. 현재 시가로 따지면 약 5조원에 달한다. 대륙광업측은 실제 매장량이 100~4백t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금 보유량은 3만1천3백47t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노다지 금광’인 셈이다. 

이에 앞서 1997년에 일본 스미토모 광산개발에 의뢰해 실시한 태극광산의 광맥 기초 탐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전문 기관이 측정한 조사에서 ‘우수한 금맥’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대륙광업은 일본에서 외자 60억원을 들여온 후 2000년 7월부터 본격 채굴에 들어갔다. 레일이 갱내수(갱도에서 나오는 물)에 부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레일을 깔지 않는 친환경 공법을 채택했다. 기존 방식은 철로 만든 레일이 갱내수에 부식되면서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어왔다.

같은 해 12월에는 갱도를 3백12m까지 뚫었다. 금맥이 있는 곳까지는 불과 90m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발생했다. 공사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날 무렵에 인근 주민들과 꽃동네가 채굴을 막아섰다. 오웅진 신부도 주민들이 점거한 갱도에 찾아오기도 했다. 갱도가 꽃동네 사람들과 주민들에 의해 점거되자 더 이상의 공사는 불가능했다. 굴착기는 멈춰섰고, 발굴 작업도 중단되었다. 꽃동네와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지하수 고갈’과 ‘환경 오염’ 등이었다. 주민들 중에서는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나왔다.

대륙광업이 가지고 있던 광업권에는 꽃동네도 포함되어 있었다. 현행 광업법 제48조에는 지표 밑 50m 이하는 광업권을 가진 자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채굴 현장에서 꽃동네까지는 직선으로 약 1.7km가량 떨어졌고, 도로를 따라 가면 4km 정도 된다. 지형으로 보면 21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광산과 꽃동네가 마주보는 형국이다.

충북 음성군 내 40여 단체로 구성된 가섭산생명연대가 지난해 11월 금광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지금까지 벌인 소송만 30여 건

대륙광업은 공사 진행이 어렵게 되자 오웅진 신부와 윤시몬 수녀 등을 상대로 충주지방법원에 ‘공사 방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자 이에 맞서 오웅진 신부를 포함한 꽃동네 성직자와 주민 5백80여 명은 주민들의 토지소유권 제한과 환경 오염이 우려된다며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이후 양측은 광업권 및 채광 인가 취소 소송, 업무 방해 및 명예훼손 소송 등 끊임없는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지난 12년 동안 양측이 벌인 소송만 해도 30여 건에 이른다.

맹동면 주민들과 환경단체 그리고 꽃동네측은 태극광산으로 인한 식수와 관정 고갈, 가옥 균열 등의 피해를 우려했다. 또 금광 인근 마을의 수박 농가에도 막심한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태극광산의 환경 오염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대륙광업은 주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전문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겼다. 갱내에 있는 물이 농업용수로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2001년 충북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했다. 그랬더니 ‘적합 판정’이 나왔다. 갱내수가 깨끗한 물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2001년 5월에 충북과 음성 지역에 큰 가뭄이 들었다. 농가에는 농사지을 물이 부족했다. 대륙광업은 갱내에 있는 물을 주민들에게 농업용수로 공급했다. 당시 지역 신문에는 ‘폐금광 갱내수로 가뭄 해결’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갱내수를 공급받은 마을 농가에서도 갱내수로 인해 농작물 오염이나 피해가 있었다는 민원이 없었다.

지하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륙광업이 금광 개발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2009년에 호서대 산학협력단에 ‘환경 영향 평가’를 의뢰했다. 당시 산학협력단이 작성한 ‘대륙광업 환경 영향 보고서’에는 광산에서 나오는 갱내수는 ‘수도꼭지 한 개를 틀어놓은 정도’라고 적혀 있다. 또 대륙광업의 친환경 공법으로 인해 지하수 오염 가능성도 없다고 했다.

대륙광업은 “우리의 지하 갱도는 3백m 아래로 내려간다. 지하수 고갈이나 환경 파괴와는 전혀 무관하다”라고 덧붙였다. 

맹동면 주민들은 태극광산 개발로 인해 가옥 균열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균열이 생겼는지, 또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륙광업측은 피해를 입었다는 주민들의 집을 방문해 견적서를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았다. 가옥 균열로 인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주민도 없었다고 한다. 

전문 기관의 용역 결과, 금광 개발과 환경 오염은 무관하다고 나왔다. 하지만 꽃동네와 금광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음성군 농민회와 환경단체들은 “광산 개발로 금왕읍 용계리·봉곡리 일대에서는 지하수 고갈 피해가 발생했고, 봉곡리 일대에서는 비소(AS) 양이 초과 검출 되는 등 환경 피해가 우려된다”라며 금광 개발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렇게 양측은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대륙광업은 꽃동네와 절충점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그리고는 광업권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광구의 개발을 포기했다. 여기에는 꽃동네 부지와 맞닿은 광구가 모두 포함되었다. 꽃동네측에서는 이렇다 할 화답이 없었다. 그러다 2001년 6월1일 꽃동네와 마을 주민의 대리인인 임광규 변호사가 ‘꽃동네 및 마을 주민의 대안’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제시한다.

여기에는 ‘…꽃동네측이 손실 보전 의무는 없으나 원만한 수습을 위하여 그동안 태화광업(대륙광업의 전신)측이 지출한 투자 비용·명세액의 합계 중 합당한 금액을 지급하고 사태 해결을 하고자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문서 내용으로 보면 사실상 ‘광업권을 팔고 나가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륙광업측은 이때부터 꽃동네가 금광 개발에 반대하는 것에는 ‘광업권 탈취 음모’가 숨어 있다고 의심했다. 2000년 10월에는 오신부가 찾아와서 “내 허락 없이 금광 개발은 안 된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선희 대륙광업 대표는 “꽃동네측이 반대한 명분은 공사가 진행되면 꽃동네의 지하수가 고갈되고 환경 오염이나 지반 침하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꽃동네와 맞닿은 곳의 공사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도 꽃동네는 계속해서 공사를 반대했다. 광업권을 차지하려는 속셈이 있지 않고서야 계속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꽃동네측이 대륙광업측에 제시했던 ‘꽃동네 및 마을 주민의 대안’ 문서.

 

음성군, 합의서 파기하고 갱도 막아

꽃동네는 정말 광업권을 차지하려는 속셈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꽃동네측은 수차례에 걸쳐 그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꽃동네가 금광 개발을 반대하는 이유는 오로지 ‘꽃동네 식수 보호’ 외에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광업권을 사려고 한 것은, 금광 개발업자가 광업권을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광업권을 꽃동네가 사들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2002년 말 꽃동네 오웅진 신부의 국고 보조금 유용 의혹 사건이 터졌다.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를 벌여 오웅진 신부가 동생 등 친인척들의 토지를 구입하는 데 꽃동네 자금 7억6천만원을 지출하고,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5억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했다. 오신부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2008년 1월 대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태극광산의 갱도 입구 일부는 군유림이다. 태극광산은 갱도를 뚫으면서 일부 군유림을 임대해서 사용했다. 그런데 음성군은 2002년 대륙광업이 신청한 ‘공유 재산 대부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그리고 2009년 초에 갱도 입구를 막겠다고 통보했다. 대륙광업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했고, 2009년 8월 대륙광업, 음성군, 국민권익위원회가 한곳에서 만났다.

그리고는 갱도 봉쇄 공사를 같은 해 12월 말까지 연기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음성군은 11월16일에 합의서를 파기하고 행정집행을 통해 갱구를 봉쇄했다. 현재는 입구가 완전히 막힌 상태이다. 주변에는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여기가 갱도 입구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폐허가 된 상태이다.

2010년 3월 양측의 싸움에 큰 전환점이 찾아온다. 대법원이 오웅진 신부 등 주민들이 광업권 등록사무소와 충북도를 상대로 낸 광업권 설정 허가 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꽃동네측이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같은 해 11월에는 대전고법에서 꽃동네와 주민들이 제기한 ‘공사 중지 가처분’에 대해 취소 결정을 내렸다. 공사 재개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음성군은 태극광산의 공사 재개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대륙광업이 신청한 농지 전용 변경 허가와 군유림 수용 인정 신청 등을 모두 불허했다. 음성군측은 광산 개발에 따른 이익보다 지역 안정과 공익을 우선했다고 설명한다. 사실상 ‘금광 개발’을 막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올해 6월에는 음성군 맹동면 주민들이 제기한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이 충주지원에서 받아들여졌고, 대륙광업이 불복해 항소하면서 법정 싸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양측이 법정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각종 불협화음도 일어났다. 대륙광업이 광업권을 가지고 있는 지역에는 주민 5천여 명이 살고 있다. 이 중 금광 개발에 반대하는 소송에는 5백80여 명이 참가했고, 4백50여 명은 소송을 위임했다. 그런데 위임한 주민들 가운데는 이미 사망한 사람도 있었고, 소송 당사자도 모르게 도장이 찍혀 있는 경우도 있었다. 위임장에 찍힌 도장의 형태도 똑같았다. 이에 대해 대륙광업은 2010년 3월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고, 음성경찰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대륙광업은 지난해 11월 개장한 음성읍 동음리의 18홀 골프장인 ‘코스카CC’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개의 경우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역 주민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농약 살포로 인한 환경 오염과 엄청난 물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꽃동네는 골프장 건설에는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선희 대표는 “골프장 인근에 꽃동네가 보유한 부동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이 주변 환경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꽃동네는 반대하지 않았고, 금광 개발은 환경에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골프장 건설에는 왜 침묵했는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태극광산의 금은 과연 빛을 볼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꽃동네측은 ‘금광 개발 절대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대륙광업은 ‘금광 개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금광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금광 개발=지역 발전’으로 보고 있다. 금왕읍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역 경제도 다 죽었는데 금광 개발만이 희망이다”라고 말한다.

대륙광업은 조만간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녹슬어 있던 굴착 장비도 새로 정비해서 공사에 투입할 채비를 갖추었다. 지역이 살고, 꽃동네가 살고, 금광이 개발되는 길은 없는 것일까.

 

금광 개발이 중단되면서 회사에 방치된 굴착 장비들. ⓒ 시사저널 임준선
소송전이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대륙광업 김태순 회장(작고)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김 전 회장은 슬하에 3남1녀를 두고 있다. 큰딸은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큰아들과 셋째아들은 회사 일을 함께했다. 둘째아들은 방송국에 다닌다. 목포상고를 졸업한 김회장은 일찍부터 광산업에 눈을 돌렸다.            

전남 해남에서는 제법 규모가 있는 납석 광산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금이 많기로 유명한 음성 지역의 광산 개발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1967년 7월에 금광읍과 맹동면 일대의 지하 광구의 광업권(4백만평)을 획득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후 ‘금 모으기 운동’을 보면서 당시의 사업을 정리하고 음성으로 들어왔다. 나라를 위해 금을 캐서 이바지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김회장은 금왕읍에 회사 부지 1만5천평도 마련했다. 광구 이름은 ‘태극기’에서 착안해 ‘태극광산’으로 명명했다. 

국내외 연구기관에 의뢰해 ‘금맥’을 측정한 결과 엄청난 양의 금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김회장은 광산을 볼 때마다 금을 캘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금광 개발을 통해 국가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뜻도 무너졌다. 더욱이 소송이 시작되면서 하루하루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김회장은 화병이 생겼고, 뒤늦게 암이 발견되었다. 결국 2003년 6월 금광 개발의 꿈을 펴보지 못한 채 눈을 감고 말았다.

김회장의 큰딸인 김선희씨는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김씨는 한국에서의 일을 알지 못했다. 장례를 치르다가 전후 사정을 듣고는 가슴을 쳤다. 이미 집안은 엉망이었다. 투자자들에게 빚을 갚고 소송을 감당하느라 집에는 생활비도 변변하게 남아 있지 않았다. 회사 한쪽에 방치되어 있는 굴착기 등 장비들은 잔뜩 녹슬어 있었다.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직원들도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났다. 

김선희씨는 미국에 돌아가는 것을 포기했다.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는 조립식 컨테이너 건물인 회사 한쪽에 살림을 차렸다. 그리고 회사 대표를 맡았다. 미국에서 아들 둘을 키우던 평범한 주부였던 김씨의 인생도 완전히 달라졌다.

김씨의 가족들은 생계를 위해 신문 배달, 대리 운전, 식당 종업원 등의 일을 했다. 방송국에 다니는 둘째아들은 이혼을 감내하며 변호사 없이 ‘나 홀로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의 가족과 회사가 태극광산 개발에 투자한 돈은 지금까지 약 2백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김씨 가족이나 회사의 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은 아니다. 다만 태극광산의 가치를 높게 산 개인 투자자들이 그나마 힘이 된다고 했다.

김선희 대표에게, 광산 개발에 성공하면 돈은 어디에 쓸 것인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를 것이다. 창업주인 아버지는 평소 ‘금을 캐면 지역을 위해 사용하고, 장학사업을 하겠다’라고 말씀하셨었다. 우리 가족은 이런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겠다”라고 말했다.

 

꽃동네 맞은편에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내건 플래카드와 염우 사무처장(작은 사진). ⓒ 시사저널 임준선
대륙광업에서는 태극광산에 금 매장량이 74t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나?

내가 알아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금광 개발이 타당성이 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 직접 서류를 검토해보았는데,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역 여론도 (개발을) 안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자꾸 쑤셔서 무리하게 금광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금광 개발을 하면 정말 환경 오염과 지하수 고갈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금왕 지역에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진행된 금광의 폐광이 많다.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관리가 안 되어서 가시적인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광 개발을 한다니까 앞으로 닥쳐올 피해를 충분하게 예측할 수 있다. 특히 맹동 농민들은 수박을 특산물로 재배하고 있다. 100호 정도의 농가 소득을 합치면 연간 2백억원에 달한다. 한 가구에 2억원 정도 된다. 광산 개발을 하면 이들 농가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광산업체에서는 꽃동네가 광산을 탈취할 목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꽃동네를 음해하려는 악성 루머이다. 꽃동네 운영상의 문제는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지만 오랫동안 금광 개발을 함께 반대해왔기 때문에 잘 안다. 내가 볼 때는 대륙광업에서 광산에 투자를 했고, 자기 재산권이라고 하니까 그것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말한 것이다. 금광 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타협안으로 제기된 것일 뿐이다. 배려 차원에서 제시한 것을 왜곡시킨 것이다.

대륙광업에서는 광산 개발을 계속하려고 하고 있다. 주민들과 음성군은 어떤가?

업체측은 채광이 아닌 탐광을 위한 굴진이라고 해서 허가를 받으려고 한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기본적으로 법이 환경이나 주민보다는 개발을 용이하게 하는 데 유리하다. 업체가 사업권을 가지고 있으니까 계속 진행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금광 개발은 명분으로 보나 현지 상황으로 보나 어려울 것이다.

소송이 오래 진행되었고, 꽃동네 오웅진 신부가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태극광산 쪽의 친인척들이 언론에 과도하게 왜곡시켰다. 오신부가 검찰 수사를 받은 것도 그쪽에서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1백50~2백여 쪽이 되는 책을 만들어서 뿌렸다. 그것을 기반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부 진보 진영 인사들이 개입했다. 재판 과정에서 다 해명이 되었고, 무죄 판결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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