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5년간 서민 삶은 ‘팍팍’해져도 슈퍼리치는 배불렸다
  • 엄민우 기자·김지은 인턴기자 ()
  • 승인 2012.08.12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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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이후 대한민국 100대 부자의 자산 가치 변동 조사 결과 자산은 평균 54% 증가…실질 자산 가치는 41%(22조원) 불어나

ⓒ 일러스트 오상민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은 실패로 끝났다. 임기의 90%가 끝나가는 2012년 8월까지의 성적표로는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당시 7% 성장, 4만 달러 소득, 세계 7위 경제 대국을 이루겠다는 ‘747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명박(MB) 정부는 해당 숫자를 맞추지 못했다. 지난 4년간 평균 경제 성장률은 3%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소득도 2만 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밖을 맴돌고 있다.

747 공약의 실패와 함께 서민과 중산층의 삶도 팍팍해졌다. MB 정부가 출범한 2008년 3월 이후 2012년 5월까지 물가 상승률은 13.9%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자산 가치는 거의 변동이 없다. 2006년 2억8천1백12만원이었던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 총 자산은 지난해 2억9천7백65만원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자산 가치 상승률은 오히려 마이너스이다. 쉽게 말해 물가는 크게 올랐는데 재산 규모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의미이다.

모든 사람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것은 아니었다. 같은 기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슈퍼리치들은 자산을 늘렸다. <시사저널>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대한민국 100대 부자의 자산 가치 변동을 조사했다. 조사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슈퍼리치의 자산 대부분이 주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 2012년 8월3일 슈퍼리치 100명의 주식 자산 정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2008년 3월31일 당시 주식 보유 수와 종가로 보유 주식 자산 총액을 구한 뒤 현재(8월3일 종가 기준)와의 차이를 계산했다. 상장 주식을 중심으로 했으며 비상장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은 포함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이 기간 동안 이들의 자산은 평균 54%가 늘어났다. MB 재임 기간 물가 상승률 13.9%를 빼면 대한민국 100대 부자의 실질 자산 가치는 41%가량 늘어났다. 슈퍼리치 100명의 자산 가치는 MB 재임 기간 22조원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8월31일 이명박 대통령이 30대 대기업 총수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자산 가치 증가는 주가 상승 때문

슈퍼리치들의 자산 가치 증가는 주가 상승에 기인한다. 2008년 3월 1700포인트에 머무르던 코스피 지수는 2012년 8월 둘째 주 1900포인트를 웃돌고 있다. 자산의 70%가 부동산으로 이루어진 일반 가계와 달리 슈퍼리치의 자산은 대부분 주식으로 되어 있다. 주가 상승과 더불어 자연스레 자산이 증식된다.

국가 대표 슈퍼리치인 이건희 회장의 실질 자산은 4백36% 상승했다. 2008년 1조8천6백억8천6백3만1천원에서 2012년 10조2천3백67억3천4백10만3천원이 되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당시 비상장 기업이었던 삼성생명이 2010년 5월 상장되면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상장 기업의 주식 가치는 무려 4조6천억원이나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눈부신 성장도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으로 휴렛패커드와 히타치를 제치고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업체로 성장했다. 유로존 재정 위기 탓에 세계 경제가 침체된 와중에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같은 실적 개선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2008년 3월31일 62만3천원이었던 삼성전자 주식은 2012년 8월3일 1백24만3천원으로 두 배가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곧 삼성가(家) 자산 가치가 올랐음을 의미한다. 2008년 5천2백36억원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자산은 2012년 1조4백46억원으로 늘어났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 관장의 자산도 같은 기간 6천7백47억원에서 1조3천4백62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재용 사장과 홍라희 관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0.74%, 0.57%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눈부신 성장으로 인해 삼성가의 자산 가치 전망은 여전히 ‘맑음’으로 전망된다.

현대가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자산 가치 상승이 돋보인다. 정의선 부회장의 MB 재임 기간 실질 자산 가치 상승률은 3백8%에 이른다. 현대글로비스가 정의선 부회장의 자산 증식을 이끌었다. 2008년 3월31일 5만5천8백원에 불과했던 현대글로비스 주식은 2012년 8월3일 21만9천원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현대글로비스의 성장 이면에는 현대차의 ‘일감 몰아 주기’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는 여전히 잘나간다. 현대·기아차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 2분기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정의선 부회장의 아버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4조원 이상을 벌었다. 2008년 2조7천억원이었던 자산이 6조8천억원이 되었다. 실질 자산 가치 상승률은 1백33%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현대하이스코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7만원대에 불과하던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식 가격은 각각 24만원, 30만원대까지 올랐다. 현대차는 MB 재임 기간 세계 5위 자동차업체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제 기아차와 합치면 조만간 프랑스 르노닛산을 제치고 세계 자동차업체 4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정몽준 등 자산 가치 크게 감소한 경우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실질 자산 가치 상승률은 무려 1천1백52%에 이른다. 이는 2009년 11월 SK C&C가 상장되면서 상장 기업의 주식 가치가 6천6백75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높은 자산 가치 상승률을 보이는 데는 대부분 비상장 기업이 상장 기업이 되면서 갑작스럽게 주식 부자가 된 경우가 주를 이룬다. 현대백화점 정교선 부회장의 실질 자산 가치 상승률은 3천9백21%이다. 현대홈쇼핑과 현대에이치씨엔이 2010년 9월과 12월에 각각 상장되었기 때문이다.

기업 상장 같은 특별한 요인 없이 초대박을 친 경우도 있다. 서영필 에이블씨앤씨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서영필 대표의 실질 자산 가치 상승률은 3천4백93%에 이른다. 2008년 당시 2천7백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6만3천원대로 무려 40배나 치솟았다. 서영필 대표는 일선으로 복귀해 수입 인기 브랜드를 직접 겨냥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나갔다. 그 결과, 매출이 2008년 1천억원에서 2011년 3천3백억원대로 세 배나 치솟았다.

모든 슈퍼리치가 ‘대박’을 치지는 못했다. 범(汎)현대가에 속하는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는 실질 자산 가치가 54.66% 감소했다. 2008년 3조4백18억원이던 자산이 2012년 1조2천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1조8천억원에 가까운 액수가 증발한 것이다. 현대중공업 주가가 하락한 탓이다. 정몽준 의원은 2008년 현대중공업 지분 10.8%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주가는 37만원이었다. 2012년 현재 정몽준 의원의 지분율은 10.15%로 그때와 큰 변화가 없다. 문제는 주가가 23만원대로 크게 하락했다. 조선업은 절대적으로 해외 수주 물량의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침체는 조선업체에게는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악재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31%), 구본준 LG전자 부회장(-31%) 등 LG가는 전체적으로 자산 가치가 하락했다. 이 외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5%),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31%),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28%)도 자산 가치가 감소하며 다른 슈퍼리치들과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원일 골프존 대표
슈퍼리치 100명 중에는 대기업 일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슈퍼리치 조사 대상 100명 중 일곱 명은 지난 5년 사이 새롭게 등장한 인물이다. 모두 기업 상장을 통해 주식 부자 대열에 올라섰다. 2010년 1월 상장한 락앤락은 김준일 회장과 김창호 사장을 슈퍼리치로 만들었다. 이들은 각각 3천억원, 1천5백억원에 달하는 락앤락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골프존은 지난해 상장 첫날 시가총액 1조원 클럽에 올랐다. 이에 따라 골프존 최대 주주인 김원일 대표 역시 3천억원대 자산가가 돠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연합뉴스
빅뱅, 2NE1으로 ‘대박’을 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천7백억원대의 주식  부자이다.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으로도 슈퍼리치 100명 안에 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바이오 기업 씨젠의 주가는 2010년 9월 상장 이후 고공비행을 펼쳤다. 이 덕분에 씨젠의 창업주인 천정윤 대표이사는 1천9백억원어치 주식을 소유한 자산가가 되었다. 박관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도 상장을 통해 각각 2천5백억원, 2천2백억원의 자산을 소유한 슈퍼리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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