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팔’ 좀 했다고 검찰 조사 받는 세상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2.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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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선거법 위반한 트위터 계정에 응대했다는 이유로 수사관 전화 받았다” 증언


지난 7월5일 오전 10시, 단잠에 빠져 있던 김희연씨(41·가명)의 휴대전화가 맹렬히 울렸다. 업무상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늦게까지 일을 하고 난 다음 날 아침이었다. 김씨의 눈꺼풀은 한없이 무거웠다. 하지만 연신 울리는 벨소리가 끝내 잠을 쫓았다. 몽롱한 정신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 귀를 파고들었다. “트위터 하시죠?” 사무적이고 건조한 말투였다.

잠이 단번에 달아났다. 왜 그러냐고 반문했다. 그제야 서울 북부지검 수사과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검찰 수사관이 트위터 이용 여부에 대해 묻는 전화를 한 것이다. 김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어 수사관은 트위터상의 특정 별명을 거론했다. 그리고 이 별명의 주인인 A씨에 대해 아는지 물었다. 희연씨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언뜻 본 것 같기는 한데 그 이상은 떠오르지 않았다. 순간 불쾌한 기분이 밀려왔다. 자기 자신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검찰이 어떻게 알고 추궁하는 것일까 의아했다.

희연씨는 공격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정치적 목적의 기획 수사는 아닌지, 자신이 트위터에서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왜 묻는 것인지 소리 높여 따졌다. A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흥분하지 마라. 정치적 수사는 전혀 아니다. 참고인 조사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수사관은 이메일로 서면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했다. 김씨는 거부했다. 그러자 수사관은 검찰에 출두하라고 말했다. 김씨는 “생면부지인 사람과의 트위터 관계 때문에 이런 전화를 받는 것조차 너무 화가 난다. 그런데 어떻게 출두를 하나”라고 항의했다. 이에 수사관은 “몇 가지만 간단히 대답하면 된다”라며 전화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왜 조사를 받는지는 여전히 전달받지 못한 상태였다.

통화 시간은 처음 전화를 받고 조사가 끝나기까지 29분여가 걸렸다. 수사관은 A씨를 정말 모르는지 수차례 반복해 물었다. 개인적으로 쪽지를 주고받지는 않았는지, 누가 먼저 팔로우를 했는지도 물었다. 트위터를 언제 시작했고 현재 팔로워는 몇 명인지 등 사안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부분까지 거듭 질문했다. 이에 화가 난 김씨는 강하게 항의했다. 그제야 수사관은 왜 조사하는지를 설명했다. A씨가 4·11 총선 당시 투표용지를 촬영해 트위터에 올려 선거법을 위반했는데, 트위터 본사가 미국에 있어 인적 사항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은 뒤, 어쨌든 참고인 조사에 응한 꼴이 된 김씨는 몹시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의문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북부지검측이 어떻게 자신의 연락처를 알았을지 궁금해졌다. 트위터는 국내 주요 사이트들과는 달리 가입할 때 이름, 개인 이메일 주소 이상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해외 기업이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검찰은 어떻게 인적 사항을 파악해 직접 전화를 걸었을까. 김씨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현행법에선 영장 없이도 개인정보 수집 가능

결국 지난 7월16일, 트위터에 자신이 검찰로부터 조사받았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곧 검찰 조사에 대한 비판 의견이 봇물을 이루기 시작했다. 많은 트위터 사용자는 단순히 ‘맞팔’을 했다는 이유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반면 북부지검측의 입장은 달랐다. 김씨를 조사했던 수사관은 언론을 통해 “트위터상에는 A씨에 대한 정보가 전혀 확인되지 않아 주변 인물을 통해 접근한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문제 될 것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담당 수사관은 어떻게 수사를 진행했던 것일까. 북부지검은 지난 5월부터 A씨와 맞팔 관계인 트위터 사용자를 수사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북부지검은 트위터 아이디와 국내 포털 사이트 아이디가 동일한 경우를 조사했다. 이들의 개인정보를 국내 포털 사이트에 요청했다. 최종적으로 일곱 명의 개인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김씨는 이 일곱 명의 참고인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현재 김씨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입수한 검찰측의 조사가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며, 단순히 ‘맞팔’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사를 한 것은 SNS상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높은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이번 사안에 대한 자세한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 수사관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담당 수사관은 “공보를 담당하는 차장검사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라. 나로서는 할 말이 없다”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에 <시사저널>은 차장검사측에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기사 마감을 앞둔 27일 오전까지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과연 검찰의 수사는 적법한 것이었을까. 적어도 현행법상으로는 그렇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라 검·경찰, 정보수사기관, 사법경찰권이 부여된 행정 부처 등은 재판 및 수사 등을 위해 이용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 및 해지 일자, 전화번호, 아이디 등의 개인정보를 각 사업자로부터 손쉽게 수집할 수 있다. 개인정보 당사자의 동의나 압수수색 영장 등은 필요하지 않다. 검사, 4급 이상 공무원, 총경 등이 결재한 제공요청서를 사업자에게 제시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조항은 위헌 여부를 놓고 꾸준히 논란이 되어왔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영장주의’에 어긋나는지, 아닌지가 쟁점이다. 위헌론을 펴는 쪽에서는 수사상 필요에 의해 영장 없이 개인 신상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된 영장주의를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2010년 7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서 위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방송사 뉴스 게시판에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댓글을 올린 시민 그리고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포털 사이트 카페에 이른바 ‘회피 연아’ 동영상을 올린 시민 등이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참여연대는 경찰이 방송사 및 포털로부터 영장 없이 회원의 개인정보를 넘겨받는 과정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 그 법적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년이 지난 현재, 관련 소원에 대해서는 위헌 여부가 결론 나지 않았다. 기약 없이 계류 중인 상태이다.

합헌론 쪽에서는 수사상의 필요라는 근거에 의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물론 수사에 필요하다고 항변할 수는 있다. 그런데 감청 같은 경우도 엄격히 법의 통제를 받지 않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큰 수사 행위는 법에 의해 통제되어야 하는데, 현재의 법체계에는 구멍이 있다.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인터넷 관련 사업자가 수사기관에 제공한 개인정보 문건은 13만8천2백48건이다. 매일 약 3백78건씩의 개인정보가 각종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활용된 셈이다. 이렇듯 국가 기관이 막대한 정보를 당사자도 모르게 수집하고 있는 까닭에 ‘빅브라더(정보를 통제해 사회를 관리·감독하는 독재 권력)’의 출현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주민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수사기관이 너무 큰 권력을 가지도록 하는 법적 근거이다. 이런 조항이 있으면 인터넷을 국민의 사상을 검증하고 통제 및 감시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씨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라고 말한다. 아직 검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자신의 또 다른 개인정보가 국가 기관에 무방비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갖고 있다. 김씨는 “검찰이 내 이메일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면 수사를 위해 편지함을 열어볼 것이다. 내 통화 내역이 이미 감시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트위터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사찰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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