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방송도 메달 경쟁 시작됐다
  • 반도헌│미디어평론가 ()
  • 승인 2012.07.2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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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 킬러 콘텐츠인 스포츠 중계에서 우위 선점할 기회…예능 프로그램까지 내세워 ‘총력전’

지상파 방송 3사의 런던올림픽 해설자와 캐스터들. (왼쪽부터 ⓒ KBS 제공, ⓒ SBS 제공, ⓒ MBC 제공)

‘지구촌의 축제’ 2012 런던올림픽이 7월28일(한국 시각)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올림픽을 오랜 기간 준비해온 지상파 방송사의 움직임은 개막과 함께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올림픽은 월드컵과 함께 최대의 스포츠 제전이라 불리며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올림픽 중계는 킬러 콘텐츠인 스포츠 중계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광고 수익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지상파 방송 3사는 2012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올림픽 위주의 편성 전략을 운용한다. 올림픽 중계 경쟁은 매번 치열하게 전개되었지만 런던올림픽은 KBS와 MBC 파업이라는 변수로 인해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것은 SBS이다. SBS는 파업으로 인해 중계 준비에 애를 먹었던 경쟁 방송사들에 비해 안정적인 환경에서 올림픽을 준비해왔다. 현지 방송단 규모에서도 1백70여 명으로 1백14명 규모의 KBS, 1백11명 규모의 MBC를 압도한다. 올림픽 중계 준비에 쏟은 물리적인 시간도 가장 길다. 런던올림픽 주관 방송사로 선정되어 양궁과 태권도 종목의 국제 신호 제작을 맡기도 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KBS가 주관 방송사로 참여해 양궁과 소프트볼 국제 신호를 제작한 바 있다. SBS는 올림픽 기간 동안 국내 방송사로는 유일하게 3D 중계방송을 제작해 송출한다.

해설진 영입에서도 치열한 경쟁 벌여

KBS는 올림픽 주관 방송사를 가장 많이 해본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1TV와 2TV 두 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동시에 여러 종목이 펼쳐지는 올림픽의 특성상 대단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두 개 채널에서 올림픽 중계에 편성된 시간이 하루 평균 24시간이다. 18시간의 SBS, 14시간의 MBC에 비해 편성의 묘를 살리기에 유리한 상황이다. KBS는 공영 방송사로서 경쟁에 치중하지 않고 메달 경쟁권에 들지 못한 비인기 종목을 중계하는 데에도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MBC는 올림픽 중계 경쟁에서 가장 불리한 입장이다.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파업 국면이 진정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파업이 MBC에 가져온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준비 과정이 짧았던 만큼 중계 준비의 부실이 우려된다. 하루 평균 편성 시간도 3개 방송사 중 가장 짧다. MBC로서는 파업 과정에서 실추된 채널 이미지를 극복하고 외부 인력을 기용한 중계진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 과제이다.

스포츠 중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캐스터와 해설진 구성은 중계방송 경쟁의 성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때문에 각 방송사는 영향력 있고 경험 많은 해설진을 영입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축구·수영·양궁·탁구 등 국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거나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서는 더욱 치열하다. SBS는 축구의 차범근 해설위원을 필두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주역인 핸드볼의 임오경, 육상의 장재근, 배드민턴의 김동문, 탁구의 양영자, 양궁의 김경욱 등 스타 출신 해설위원이 대거 포진했다. 박태환을 키워낸 수영의 노민상 감독, 손연재의 스승인 리듬체조의 송희 해설위원도 기대를 받고 있다. KBS는 축구의 이용수, 양궁의 이은경, 탁구의 김택수, 배구의 신진식, 체조의 여홍철, 펜싱의 오경석 등 스타 출신 해설위원과 전문 해설위원이 조화롭게 포진되었다. MBC에서는 축구의 허정무, 배드민턴의 방수현, 양궁의 김수녕, 육상의 윤여춘 해설위원 등이 나선다. 가장 주목받는 종목은 축구이다. 이번 올림픽 축구대표팀에는 기성용·구자철·김보경·지동원 등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고 있는 영건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메달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베이징에서 야구가 만들어낸 열광적인 분위기를 재현할 수도 있다.

올림픽 총력전에 나선 예능 프로그램들

올림픽 경쟁은 스포츠 중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각 방송사는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을 내세워 올림픽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SBS는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세 MC 이경규·김제동·한혜진을 올림픽 기간 런던에 투입한다. 이들은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고 관계자와 선수들을 만난다. <이경규가 간다>를 진행했던 이경규의 활약이 기대된다. MBC는 파업으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었다. <무한도전>이 결국 런던으로 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지난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스포츠 중계와 예능의 시너지 효과를 증명한 바 있다. 전가의 보도를 잃어버린 MBC는 <아이돌 스타 올림픽>을 통해 선제공격을 시작했다. 수목드라마 시간대에 <아이돌 스타 올림픽>을 편성해 올림픽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것이다. 선제공격의 효과는 있었지만, 닉쿤의 음주 운전 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탁구에서 우승한 닉쿤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내면서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다. 노골적이고 유치하기까지 한 스마트폰 간접 광고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는 가수다>도 지원에 나선다. <나는 가수다> 출신 박정현·김조한이 올림픽 주제가를 불렀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발견된 국카스텐이 응원가를 불렀다. 그 밖에 김연우, 이은미, 박상민 등이 금·은·동 각 메달송을 불렀다. KBS는 음악 프로그램인 <뮤직뱅크>를 런던올림픽 특집으로 꾸민 것 외에는 예능 프로그램의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다.

매번 올림픽 중계 경쟁에는 전파 낭비라는 비판이 따랐다. 한 종목에 모든 채널이 매달리면서 다양한 경기를 보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무시되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 3사가 협정을 맺었다. 주요 관심 종목 12개를 나누고 순차 중계 방식으로 방송하기로 한 것이다. SBS는 유도 태권도 사격 레슬링을, MBC는 수영·배드민턴·역도·복싱을, KBS는 양궁·체조·펜싱·탁구를 중계한다. 이들 종목은 예선부터 8강까지는 단독 중계, 결승전과 3, 4위전, 준결승, 시상식 등은 두 개 방송사가 생방송을 하고, 한 개 방송사는 딜레이 방송하는 형태로 방송된다. 구기 종목인 축구·핸드볼·하키·배구는 예선부터 방송 3사가 돌아가면서 중계한다. 방송 3사의 합의로 중복 편성의 폐해가 줄어들고,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과 채널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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