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그룹 임원 여성은 100명 중 1.3명꼴
  • 이철현 기자·윤명진 인턴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7.10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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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꽃이라는 임원들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시사저널>은 그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 10대 그룹 산하의 상장 계열사 19곳에서 근무하는 임원 5천2백20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여성 임원 수는 총 6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100명 가운데 여성이 32명꼴인데도, 임원까지 승진한 사람은 두 명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이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각 기업별 여성 임원의 현황을 알아보았다.

ⓒ 일러스트 김효영

‘1.26%.’ 국내 10대 그룹 산하 상장 계열사에서 일하는 여성 임원 비율이다. <시사저널>이 국내 10대 그룹 산하 상장 계열사 19곳에서 일하는 임원 5천2백20명을 전수조사한 결과이다. 국내 대기업 임원 1천명 가운데 여성은 13명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10대 그룹 상장사 여성 직원 비율은 32%였다. 직원 100명 중 32명이 여성이지만 임원까지 승진한 이는 두 명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5백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은 14.1%(2011년 기준)였다. 영국·프랑스·스페인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은 28%이다. 5백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낮은 네덜란드도 19%나 되었다. 한국 10대 그룹 산하 상장 계열사 소속 여성 임원은 미국이나 유럽 기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우수 여성 인재 활용 없이 한국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 무색해진다.

숫자는 삼성전자, 비율은 LG생활건강 ‘최고’

국내 10대 그룹 소속 19개 상장사에서 일하는 여성 임원은 66명에 불과했다. 삼성그룹이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많은 여성 임원을 거느린 개별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여성 임원이 12명이나 된다. 삼성전자 전체 임원 수는 9백60명이다. 숫자는 많지만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 비율은 1.25%에 불과하다.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LG생활건강(12%)이었다. LG생활건강은 임원 25명 가운데 여성이 세 명이었다. LG생활건강의 여성 임원은 상경 부문 출신으로 개별 사업부나 고객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는 제일기획, 제일모직, 호텔신라의 여성 임원 비율이 11%를 웃돌았다. 광고, 패션, 서비스라는 업종 특성상 여성 인력을 다수 필요로 하는 곳이라 상대적으로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별로는 한진이 항공 내지 물류 서비스 업종답게 4.08%로 단연 돋보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와 차녀인 조현아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 전무와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보를 제외하더라도 대한항공 소속 여성 임원은 여섯 명이나 되었다. 승무원 출신으로 임원에 오른 이도 세 명이었다. 한진그룹 계열이지만 사실상 그룹에서 독립한 한진해운과 한진해운홀딩스에는 오너이자 최고경영자인 최은영 회장이 유일한 여성 임원이었다. 한진그룹 내에서 한진해운을 제외하면 한진그룹 내에서 여성 임원을 보유한 회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한 셈이다. 재계 10위 한화그룹은 임원 2백35명 가운데 여성 임원이 여섯 명으로 2.55%였다. 한화케미칼 소속으로 신규사업개발 담당이 두 명이었다. 나머지 네 명은 한화증권에서 지점 총괄이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나머지 그룹의 여성 임원 비율은 2%를 넘지 못했다.

중화학 내지 철강업종에서 여성 임원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재계 7위인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24개 계열사에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은 업종 특성상 철판을 다루고 용접 같은 고된 업무가 주된 탓에 여성 임원이 나오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임원은 철판을 나르고 용접을 하는가? 선박 건조라는 업종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여성 임원이 아예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3개 상장사에서 일하는 여직원이 1천5백87명이다. 이들에게는 직장인으로서 승진의 기회가 원천 봉쇄된 것이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평균 연령 46.6세…직급은 상무·상무 대우

포스코그룹 산하 일곱 개 상장사 소속 임원은 1백55명이나 되었으나 여성 임원은 없었다. 비상장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포스코경영연구소에서 일하는 오인경 상무가 그룹 내 유일한 여성 임원이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졸 공채 여성 상당수가 1990년에 입사했다. 2~3년 지나면 여성 임원이 다수 배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상장 법인 10곳에서 여성 임원은 한 명밖에 없었다. 채양선 기아차 마케팅 담당 상무가 현대차그룹 산하 상장사 내에서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그나마 비상장 계열사에는 여성 임원 다섯 명이 일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와 삼녀인 성이씨와 윤이씨가 각각 이노션과 해비치의 경영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나머지 세 명은 이노션과 현대카드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었다.

SK그룹도 여성 임원 비율이 1%를 갓 넘어 상대적으로 여성 임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임원 4백80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다섯 명에 불과했다. 비상장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여성 임원은 아홉 명으로 늘어난다. 정유·화학·건설·유통 분야가 주력인 GS그룹 내에서도 여성 임원은 한 명에 불과했다. 박솔잎 GS홈쇼핑 상무가 GS그룹 내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여성 임원으로서는 드물게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박상무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하고, 세계 최고 MBA라고 손꼽히는 미국 워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여성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46.6세였다. 최연소 여성 임원은 조현민 대한한공 상무보(29)였다. 오너 자녀들이 전반적으로 연령이 낮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2)과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39)이 40세 안팎이었다. 오너 자녀 외에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김지영 제일모직 상무(40)나 이미영 현대카드 상무(40)가 가장 어렸다. 최고령자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70)이었다.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고령자는 김유미 삼성SDI 전무(54)와 최은주 대한항공 상무보(54)였다.

전공은 영문학, 경영학, 교육심리학, 신문방송학처럼 인문·사회·경상 계통이 다수를 차지했다. 송수진 SK케미칼 상무(포항공대 재료금속공학)와 박솔잎 GS홈쇼핑 상무만이 공학도였다. 여성 임원 66명 가운데 국내외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는 33명이었다. 석사 학위 취득자 중 10명 이상이 미국 유명 경영대학원 MBA 출신이었다. 업무 영역은 마케팅이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패션 내지 제품 디자인 영역에서 여성 임원이 다수 보였다. 그 밖에는 연구·개발 분야가 눈에 띌 뿐 회사 업종 특성에 맞춰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직급으로는 상무 내지 상무 대우가 대다수였다. 부사장 이상은 주로 오너 직계 비속이었다. 오너 출신이 아닌 여성 임원 중 부사장까지 오른 이는 두 명이었다. 심수옥 삼성전자 마케팅 담당 부사장과 최인아 제일기획 콘텐츠본부 부사장이었다. 전무 직위에서는 이영희 삼성전자 마케팅 담당 전무와 강선희 SK이노베이션 전무가 전부였다. 강전무는 서울대 법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SK이노베이션 지속경영본부장을 맡고 있다. 나머지 전문경영인은 상무, 상무보, 상무 대우, 연구위원, 전문위원, 실장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김경은 한화케미칼 상무(45)는 ‘스펙’이 화려하다.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 주립대학에서 세포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상무는 4년 전 한화케미칼에 입사했다. 한화케미칼이 바이오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면서 미국 뉴저지에 있는 바이오연구소에서 일하는 김상무를 특채한 것이다. 김상무는 지금 대전에 있는 중앙연구소 바이오연구센터에서 개발하는 바이오 신약을 상용화할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7월5일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는 한화케미칼 사옥에서 김상무를 만났다.

여성으로서 임원에 오른 비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환경과 노력이 함께 작용했다. 바이오산업이 팽창하고 한화케미칼이 바이오산업을 추진하면서 기회가 생겼다. 기업 차원에서 여성 임원에 대한 배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한 우물을 판 것이 주효했다. 바이오산업 영역에서 사업 개발 업무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했다.

여성 직장인으로서 차별을 느낀 적이 있는가?

없다. 일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 회사에 들어오는 순간 여성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바이오산업 영역에 여성 전문 인력이 많다 보니 다른 영역보다 성차별을 당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성격이 낙천적이다 보니 힘들거나 난제에 부딪히면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함께 풀어낸다.

여성이 임원에 오르기까지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었나?

육아와 출산이다. 10년 전 한 외국 업체 여성이 아이 세 명을 키우다 보니 회사를 그만두더라. 하지만 그 여성은 일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임시직이나 계약직이더라도 일을 계속하다가 15년 뒤 부사장으로 복귀하더라. 업무 역량만 갖추고 있으면 이와 같은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 시사저널 임준선
여명희 LG유플러스 상무(45)는 대기업 여성 임원치고는 보기 드물게 재경 부서에서 ‘잔뼈’가 굵었다. 대기업 여성 임원 상당수는 디자인·마케팅·연구 영역에서 일하거나 해외 명문대 내지 외국 기업 출신이다. 이와 달리 여상무는 경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데이콤(LG유플러스 전신)에 입사해 줄곧 재경부서에서만 일했다. 그는 지원 부서에서만 20년가량 일하면서 수많은 남자 경쟁자를 물리치고 기업의 ‘별’을 달았다. <시사저널>은 지난 7월5일 서울 중구 소월로에 있는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여상무를 만나 그 비결을 들었다.

남자 임원 대비 1.3%에 불과한 여성 임원이 된 비결은 무엇인가?

업무 역량을 입증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IR, 자금,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재경 부문 전 영역에서 일하면서 자금 조달이나 세무 내지 공정거래위 조사에 대한 대처 업무까지 수행하면서 성과를 내 업무 역량을 증명했다. 회사 상사나 동료가 업무 처리에 의문이 있을 때 마지막으로 내게 자주 물어보았다.

여성 임원으로서 단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조직 내에 여성 임원이 워낙 적다 보니 너무 ‘튄다’.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임원이 되었다면 능력은 검증된 것이 아니냐는 주위 평가 덕분에 일하기가 편할 때도 있다.

임원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회사 최고 경영진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여성이 임원을 하려면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가 건강해야 한다’고 말하더라. 출산과 육아는 여성 직장인에게는 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이다. 나는 자식에게 많은 시간을 낼 형편이 못되므로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최대한 높인다. 학부형 모임에도 1년에 3~4번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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