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이끌 리더십 과연 갖추었나
  • 안성모·이규대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6.17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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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 지상 검증 시리즈-제4편┃문재인 민주당 고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마침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에 따라 문고문에 대한 검증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문고문에게는 이미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아들의 취업 등과 관련한 의혹들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대한 공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의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지도자로서의 리더십 문제이다. 이런 장애물들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 그의 과제로 남았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안철수 원장과 함께 ‘여론조사 빅3’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고문의 대권 가능성과 아킬레스건을 조목조목 따져보았다.

지난 4월11일 문재인 고문이 부산 사상 지역구 당선이 확정된 후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 문재인 제공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어온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드디어 본격적인 대권 가도에 올랐다. 문고문은 6월17일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독립공원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공식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한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함께 ‘빅3’로 분류되는 그가 그들보다 한 발짝 앞서 대권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문고문이 대선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그에 대한 검증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던 문고문을 겨냥해 의혹 공세를 펼친 바 있다.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지닌 총선이었던 만큼 야권의 유력 주자인 그가 최우선적으로 여권의 표적이 되었던 것이다. 문고문이 총선에서 목표로 한 야권의 ‘낙동강 벨트’를 형성하는 데 성공하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 맞서는 유력한 대권 주자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경계 차원이기도 했다.

당시 이종혁 새누리당 의원은 문고문을 ‘비리의 운전대를 잡았던 사람’으로 비유하며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마지막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고문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노’ 진영의 대표 주자이다. 노 전 대통령이 평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각별한 신뢰를 보였던 ‘동지’이다. 그런 만큼 노무현 정부 시절 그의 위상은 상당했다. 사실상 ‘권력의 2인자’로 불렸다.

■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와 법무법인 부산의 과다 수임료 의혹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이 집무실에서 국정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자료사진
새누리당이 공세를 펼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에 문고문이 연루되었을 것이라는 의혹 제기가 대표적이다. 이종혁 전 의원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초 기자회견을 통해 “문고문이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금감원 유 아무개 국장에게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선처를 부탁하는 전화를 걸었고, 문고문이 대표였던 법무법인 부산이 그 대가로 부산저축은행에서 59억원어치 사건을 수임한 의혹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저축은행 사태는 현재까지도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현 정권 실세들의 연루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론에 전 정권의 핵심 인사이자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문고문을 끌어들인 것이다.

새누리당의 공세에 문고문측은 명예훼손 혐의로 이 전 의원을 고소하는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현 당시 수석부대변인은 “이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이미 특정 언론에서 보도했고, 문고문과 아무 관련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문고문에게 티끌이라도 문제될 만한 일이 있었다면 정권과 정치 검찰이 그냥 놔뒀을 리 만무하다”라고 반박했다.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한 법무법인 부산의 사건 수임에 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법무법인 부산은 지난 1995년 문고문이 주축이 되어 설립된 로펌이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운영했던 공동법률사무소가 모체였다. 문고문은 참여정부에서 공직을 수행하기 직전까지 대표변호사를 맡았다. 문고문측은 법무법인 부산이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것이 대가성 청탁이라는 의혹은 강력히 부인했다. 의혹이 불거진 당시 법무법인 부산측은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액 사건을 맡은 일은 없다. 그 밖에 고문 및 자문 변호 업무를 한 사실도 없다. 59억원은 당시 카드사·저축은행 소액 채무자에 대한 등기부등본 확인 등에 대한 수수료 성격이었다”라고 해명했다. 문제의 ‘전화’에 대해서는 “전화를 했는지 상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청탁 전화를 한 적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고문과 부산측의 해명에도, 수수료 성격이라고 하기에는 59억원의 수임료가 다소 과하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문고문측에서 좀 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무법인 부산에 대해서는 또 다른 특혜 의혹도 나왔다. 이종혁 전 의원은 “2003년만 해도 무명의 법무법인이었던 부산이 수년 내 매출이 급증해 2005년도에는 전국 로펌 3백23개 중 2위를 차지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의혹은 법률 포털 로마켓이 지난 2006년 대법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건 기록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자료에 따르면, 법무법인 부산은 1993년 1월부터 2005년 6월까지 12년간 수임한 사건 수에서 전체 로펌 중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따라서 이 자료만 가지고는 노무현 정부 들어 매출액이 급증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각 사건마다 수임료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수임 건수가 반드시 매출액과 연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 아들 취업 특혜 시비와 재산 신고 의혹

5월19일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가운데)과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원장(오른쪽)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시민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 뉴시스
문고문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07년 4월 말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제기한 의혹이다. 당시 정의원은 “노동부 산하 고용정보원이 올해 초 직원을 신규 채용하면서 문재인 실장의 아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라고 주장했다. 고용정보원이 PT 및 동영상 전문가를 뽑으면서 채용 공고에는 ‘PT 및 동영상 전문가’라는 말을 넣지 않아 결과적으로 준용씨 한 명만 응모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권재철 고용정보원장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의 인연으로 문실장의 아들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고용정보원장을 맡고 있던 권씨는 문고문이 민정수석으로 재임하던 시절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당시 고용정보원측은 “준용씨의 토플 점수도 높았고 기업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한 것 등 충분한 자격이 있었을 뿐이며, 입사에 특혜는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준용씨는 2008년 3월 초 휴직을 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2010년 1월 말 고용정보원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직전에는 문고문의 재산 신고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있었다. 문고문이 양산시 매곡동에 있는 주택의 무허가 건물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주택은 본채, 작업실, 사랑채 세 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작은 건물인 사랑채 일부가 무허가 상태였다. 새누리당은 또 사랑채의 처마 일부분이 국유지인 하천 부지를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사랑채가 재산 신고에서 누락되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문고문이 해당 주택을 구입할 당시부터 사랑채가 있었다는 점, 사랑채의 크기(대지 2천3백65㎡ 중 37㎡), 사랑채가 속한 대지까지 모두 재산 신고를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재산 신고에서 사랑채를 고의로 누락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처마 귀퉁이 일부가 하천 부지를 침범한 것 또한 원소유자의 측량 잘못일 뿐, 문고문이 저지른 불법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왔다.

19대 총선 당시 문고문이 신고한 재산은 총 11억7천6백57만원이다. 본인의 재산 8억8천8백64만원, 배우자 1억6천5백56만원, 어머니 1억4천4백4만원, 장남 1천7백92만원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이다. 1천억원대 이상 자산가 세 명을 제외한 19대 국회의원 평균 재산액이 20억4천8백63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그리 많은 재산은 아니다. 문고문이 신고한 재산은 대부분 토지, 건물, 자동차 등이며 보유 주식이나 회원권은 없었다.

■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노무현 프레임’에 갇힌 한계

문재인 고문측은 여권의 여러 의혹 제기에 대해 “청렴한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는 정치 공세일 뿐이다”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고문의 아킬레스건은 지도자로서의 자질 문제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야권 주변에서도 “진흙탕 같은 현실 정치에서 과연 얼마나 잘 적응하고 버틸 수 있는 맷집을 갖췄는지 의문이다”라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문고문보다 앞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같은 부산 지역 3선의 조경태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경험’을 비교 우위로 부각시킨 점은 기존의 정치권에서 문고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계 입문 후 문고문은 갈등을 조정하거나 사태를 수습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조직을 이끌고 비전을 제시하는 선도적 리더십은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6·9 민주당 전당대회는 문고문에게, 한편으로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뼈아픈 결과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당내 경쟁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던 그는 세력 대결 구도 속에서 독자적인 힘을 발휘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향후 당내 대권 경쟁이 그의 독주로 이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고문이 아직까지도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공과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한·미 FTA와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과 관련해 ‘민주당의 말 바꾸기’를 공세의 대상으로 삼아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데, 문고문이 타깃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황인상 P&C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문고문은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랐지만, 대통령이 되면 어떤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비전을 국민에게 각인시키지는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문고문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 후보’로 대선을 치르는 것이다. 과거에 얽매이는 선거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안철수 원장과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일차적으로 안원장과의 단일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민주당의 문재인 대 무소속의 안철수’ 대결 구도를 민주당 내에서 형성해나가는 것이 1차 과제가 될 것이다. 최근 ‘행정 경험’과 ‘스토리’를 내세우며 공세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지역 기반이 겹치고 범(汎)친노의 영향권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도 문고문으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문고문은 예전과 달리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보였다. 6월12일 정치개혁모임 대선 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그는 “당내에서 경쟁력이 가장 높은 내가 후보가 되어야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를 이기고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안원장과의 비교 우위에 대해서는 “정당의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힘이 하나로 모아져서 후보가 된다면 질 수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참모형 이미지를 벗어던지려는 듯, 그의 최근 목소리에는 의도적일 정도로 힘이 실려 있다. 그동안 문고문은 “대권 주자로서의 권력 의지가 약하다”라는 지적을 들어왔다.


‘문재인 테마주’들과의 관계는?
 

주요 대권 주자의 지지율 변동 추이에 가장 민감한 곳은 바로 주식시장이다. 이른바 ‘박근혜 테마주’니 ‘안철수 테마주’니 하는 말들이 증권가에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대권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문재인 테마주’ 역시 상한가를 치고 있다. 증권계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에 섣불리 손을 댔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테마주라는 명목으로 조장된 거품은 순식간에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권 주자 입장에서도 자신과 관련되는 것으로 시중에 떠도는 특정 주식이 들썩거리는 것이 썩 달가울 리 없다. 그런 면에서 문고문측에서 특히 신경 쓰이는 것은 우리들 병원그룹 관련 주식들이다.

우리들제약, 우리들생명과학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룹의 이상호 이사장이나 김수경 우리들생명과학 대표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당시 노대통령 및 참여정부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가져온 의혹이 제기되었고, 지금까지도 계속 새누리당은 의심의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김대표는 문고문의 핵심 외곽 조직인 ‘담쟁이 포럼’의 발기인으로도 참여하는 등 문고문과 남다른 친분이 있는 인물이라고 전해진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강도 높은 세무조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우리들재단은 올해 초 ‘문재인 테마주’ 바람에 힘입어 큰 이익을 얻기도 했다. 이상호 이사장이 48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것을 비롯해 그의 친지들도 잇따라 주식을 장내 매각해 큰 이득을 본 것으로 여러 언론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문고문과 학연·지연 등으로 얽혀 있다고 알려진 기업의 주식은 어김없이 테마주로 분류된다. 경희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이봉관 서희그룹 회장이 최대 주주인 서희건설, 경희대 동창인 최평규 S&T그룹 회장과 관계가 있는 S&T모터스, 경남고 동창인 김진철 대표이사가 운영하는 디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비롯해 15여 개 주식이 ‘문재인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바른손은 법무법인 부산이 법률고문 계약을 맺고 있다는 설이 퍼지면서 테마주로 떠올랐다. 에이엔피는 문고문과 함께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송철호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다는 점이 꼽힌다. 노무현 정부 시절 행사기획비서관을 지낸 윤훈열 대표이사가 운영하는 아미노로직스도 테마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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