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금성-지구가 ‘일렬종대’ 차렷 금세기 마지막 우주쇼가 열린다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05.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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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6일, 금성의 태양면 통과로 ‘미니 일식’ 현상 일어나…세계 천문학계, 관측 준비에 열 올려

희귀한 천문 현상 하나가 여름의 문턱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금성이 태양 한복판을 완전히 가로지르는 보기 드문 우주쇼가 6월6일 펼쳐진다.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처럼 금성이 태양 일부를 가리는 일종의 ‘미니 일식’으로, ‘금성의 태양면 통과(Venus Transit of Sun)’로 불리는 천문 현상이다.

금성은 수성과 지구 사이에 있는 행성이다. 다시 말해 지구 안쪽에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내행성이다. 지구보다 안쪽에서 태양을 돌고 있어서 가끔 지구와 태양 사이로 들어와, 작은 흑점같은 까만 점 모양으로 태양 앞을 지나가는 모습을 연출한다.

금성은 하늘에서 태양과 달을 제외하면 가장 밝다. 그런 금성이 6월6일에는 낮에 검은 모습으로 태양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금성이 태양을 가리는 우주의 진풍경이다. 일반적으로 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려 눈으로도 쉽게 확인이 된다. 하지만 금성의 경우 태양 표면에 까만 점이 지나가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성의 미니 일식이 일어나면 태양과 금성이 겹쳐 보인다. 하지만 금성의 겉보기 크기가 태양 지름의 30분의 1로 태양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지구에서 볼 때 달의 경우처럼 태양을 전부 가리는 장관의 일식이 일어나지 않고, 대신 태양 표면에 동그랗고 검은 반점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가 보는 검은 반점은 태양빛이 닿지 않는 금성의 한쪽 면이다. 태양은 0.01%가량 어두워진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 현상을 국가에 중대한 변고가 생길 전조라고 생각해 매우 주의해서 관측하고 국왕에게 보고했다.

우리가 태양 앞을 지나가는 이런 금성을 관측할 수 있는 것은, 금성이 지구보다 안쪽에서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이다. 화성이나 목성이 한밤중에 하늘 높이 떠올라 쉽게 눈에 띄는 데 반해, 수성이나 금성은 항상 초저녁이나 새벽에만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지구 안쪽 궤도를 도는 내행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일 금성이 지구와 동일한 평면 위에서 태양을 돌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구에서 보았을 때 수시로 태양면을 지나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망원경 발명 이래 딱 일곱 번 관측

태양을 가리는 금성의 일식. ⓒ NASA
이번 우주쇼는 우리나라에서는 6월6일 오전 7시9분부터 오후 1시49분까지 6시간40분에 걸쳐 진행된다. 21세기 마지막 금성의 태양면 통과이다. 금성의 우주쇼는 17세기 초 요한네스 케플러가 태양계 운동을 계산하면서 1631년 처음 예측했고, 1639년에 처음 관측되었다. 이어 1761년, 1769년, 1874년, 1882년에 관측되었으며, 가장 최근에 나타난 금성 태양면 통과 현상은 2004년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금성의 미니 일식은 ‘8년-1백21.5년-8년-1백5.5년’ 주기로 발생한다. 따라서 올해를 놓치면 1백5.5년 뒤인 2117년 12월11일에나 볼 수 있다. 그 다음 태양면 통과일은 2125년 12월8일이다. 이렇게 가끔씩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천문 현상이기에 밤하늘을 즐겨보는 관측가들을 흥분시킨다. 2117년 12월까지 살아 있을 자신이 없다면 이번 6월6일만큼은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하자.

금성의 우주쇼는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 동안 한두 번 볼 수 있는 셈이어서 큰 관심거리이다. 금성의 우주쇼가 관측된 1639년은 희귀한 현상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흥분했고, 이후 1874년과 1882년의 우주쇼는 미국의 작곡가 존 필립 사우사로 하여금 <금성의 성식(星蝕)>이라는 행진곡을 작곡하게 했으며, 잡지들은 아이들이 검게 그을린 유리로 태양을 보는 모습을 표지에 싣기도 했다. 그 당시 미국 의회는 8개 관측팀에 약 18만 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번의 우주쇼에 대해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금성의 대기를 관측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금성의 일식이 드물게 일어나는 이유

ⓒ NASA
금성의 태양면 통과 현상은 항상 6월 아니면 12월에 일어난다. 그 이유는 금성이 지구의 공전면인 황도를 통과하는 시점이 이때이기 때문이다. 즉 6월에 금성 공전면이 황도면을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히 통과하는 강교점(降交點)이 있고, 12월에 황도면을 아래에서 위로 꿰뚫는 승교점(昇交點)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성의 일식은 왜 이렇게 드물게 일어나는 것일까. 이는 금성의 공전 궤도가 지구의 공전 궤도에 대해 3.4˚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일 지구 공전면과 일치한다면 금성은 지구와 금성이 가까워지는 매 회합 주기마다, 즉, 5백84일마다 태양과 겹쳐 보이게 될 것이다. 금성은 5백84일에 한 번씩 지구에 가까워진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일식과 월식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식과 월식이 한 달에 한 번씩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달의 공전면이 황도면에 대해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원리로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는 현상 또한 매 회합 주기마다 일어나지 않는다.

금성의 미니 일식 현상은 복잡한 태양 공전 궤도를 가지고 있는 지구와 금성, 태양이 잠시 동안 일직선에 놓일 때 나타난다. 행성이 태양과 같은 방향에 있을 때를 합이라고 한다. 수성·금성과 같은 내행성은 해의 앞에 일렬로 늘어서기 때문에 내합이라고 부른다. 지구에서 보았을 때 한 행성이 합이었다가 다시 합이 될 때까지를 그 행성의 회합 주기라고 한다. 금성의 경우는 물론 내합에서 다음 내합까지를 의미한다.

금성이 태양면을 통과하는 현상은 특이하게도 100여 년 구간에서 연달아 두 번 나타난다. 그런데 그 기간이 8년의 차이이다. 그 이유는 바로 회합 주기 때문이다. 금성과 지구의 회합 주기인 5백84일을 다섯 배 하면 대략 만 8년이 된다.

금성은 지금 지구 쪽으로 계속 접근하고 있다. 6월6일에는 지구와 가장 가까워진다. 따라서 금성이 육안으로 보이는 크기 역시 가장 크다. 이때의 금성이 눈에 보이는 시직경은 대략 1분각으로 태양의 약 30분의 1 크기이다. 정확히 이날 태양의 시직경은 31분31초각이며, 금성은 58초각이다. 사람 눈의 분해능은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경우 약 1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시력이 좋을 경우 이론적으로 금성 태양면 통과 현상을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태양을 맨눈으로 보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태양을 그냥 보다가는 실명할 수도 있다. 반드시 태양 필터로 가린 상태로 보아야 한다. 태양 필터로 많이 쓰이는 것은 진한 색유리 종류로 짙은 선글라스나 셀로판지, 아크릴지 등이다. 이 필터들은 햇빛을 감소시키는 데 사용된다. 태양 필터를 장착한 천체망원경이나 쌍안경이 있다면 좀 더 분명히 볼 수 있다.

관측 방법은 일반적인 태양 관측 방법과 큰 차이가 없다. 태양 필터로 망원경의 앞쪽을 가린 다음 태양을 관측하면 된다. 태양 표면에서 약간의 흑점들이 보이겠지만, 이것들에 비해 금성은 유달리 더 검고 클 것이다.

진귀한 우주쇼와 함께 이루어지는 진귀한 연구들

이번 우주쇼는 천문학자들에게 여러 가지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먼저 연구하려는 것이 외계 행성 탐색이다. 금성의 미니 일식처럼 행성이 항성(태양)을 가로질러가는 행성 횡단이 일어나면 행성이 별빛을 가려 항성의 빛이 일시적으로 어두워진다. 별빛이 어두워지는 정도는 별과 행성의 크기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이렇게 어두워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포착해 외계 행성을 찾는다. 이 방법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은 2백개가 넘는다. HD209458은 이렇게 찾은 최초의 외계 행성이다.

또 세계의 천문학계는 태양 경계에서 일어나는 ‘검은 방울 효과’를 확실하게 규명할 계획이다. 검은 방울 효과는 태양에 가린 검은색 금성이 물방울처럼 밑으로 처지는 현상이다. 최근에 그런 현상이 지구 대기 탓이라는 이론과, 태양 경계에서 윤곽이 흐려지기 때문이라는 이론 등이 나오기도 했다. NASA는 트래이스 위성으로 빛 왜곡이 얼마만큼 일어나는지 등 이 현상을 확실하게 규명하기 위해 관측에 나선다.

NASA는 또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6월6일 일어나는 금성 미니 일식을 관측해 금성의 대기를 분석할 계획이다. 이때 달을 일종의 거울로 활용해 금성의 대기를 분석한다.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나갈 때 태양 빛의 일부는 금성의 대기를 통과해 나온다. 태양 빛은 통과하는 대기의 구성 성분에 따라 흡수 또는 산란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빛을 분광기로 분석하면 금성의 대기 성분을 알 수 있다.

NASA는 금성의 대기를 통과하고 나온 빛 가운데 달의 표면에 반사되어 나오는 것을 잡아내 분광기로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태양 빛을 직접 쬐면 망원경의 정밀한 광학 기기들이 손상될 우려가 있지만, 달 표면에 반사되어 나오는 것을 관측하면 그런 위험이 없다. 또, 달은 항상 지구를 향해 같은 면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반사 표면을 설정하는 데 적절하다.

금성의 대기를 통과하고 달에 반사되어 나오는 빛은 전체 태양 빛의 10만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적다. 따라서 NASA는 분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자외선부터 근적외선까지 모든 파장을 관측할 수 있도록 허블 우주망원경의 ACS(the advanced camera for surveys), WFC3, STIS 등 모든 재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관측은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나기 전부터 지난 후까지 약 7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 긴 시간 동안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를 공전하는 동시에 달의 동일한 지역을 계속해서 바라보아야 한다. NASA는 이번 관측이 성공하면 이 새로운 방법을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을 찾는 데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금성의 미니 일식은 평생에 단 한 번 볼 수 있는 기회이다. 달력에 꼭 표시해놓고 관측에 한번 도전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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