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장르 실험하는 듯 코미디·뮤지컬 다 살아 있네
  • 이지선│영화평론가 ()
  • 승인 2012.04.1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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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SF영화 <로봇>, 황당한 상상력으로 밀어붙인 액션 돋보여

ⓒ프리비젼엔터테인먼트 제공
인간의 감정을 지닌 로봇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인류가 로봇이라는 존재를 상상한 이후 오래도록 계속되어온 질문이다. 수많은 소설과 영화가 이 오랜 질문에 각자의 대답을 내놓았다. 사랑을 꿈꾼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인간과 로봇의 대결을 이야기한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한데 뭉뚱그린 대답도 나왔다. 인도에서 온 SF영화 <로봇>이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국내 영화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영화 <로봇>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배우고 인간의 감정을 익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로봇 공학자 바시가란 박사는 자신을 닮은 로봇 ‘치티’를 발명한다. 치티는 놀라운 성능을 인정받으며 인기를 얻지만 박사를 시기한 스승 보라의 계략으로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는다. 고심하던 박사는 치티에게 인간의 감정 호르몬을 주입하지만 감정을 배운 부작용(?)으로 치티가 박사의 연인 사나에게 반하고 사태는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영화 <로봇>은 이 복잡해진 사태를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담아낸다. 영화의 전반부는 로봇 치티가 놀라운 능력을 과시하며 인간 사회에 적응하는 모습에 초점을 둔 코미디로 채워진다. 박사의 스승이 세운 음모에 따라 치티에게 감정 호르몬이 주입되는 것을 기점으로 영화는 급히 멜로로 방향을 전환하며, 배신을 겪은 치티가 복수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후반부는 SF 액션 장르로 급선회한다. 황당할 정도의 상상을 다양한 특수효과를 통해 실현해낸 액션 장면은 영화 <로봇>의 백미이다. ‘나 CG요’ 웅변하는 장면이 상당하지만 클론이 변신 합체를 거듭하는 장면들은 어지간한 할리우드 영화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인도 영화 특유의 뮤지컬(뮤직비디오) 장면이나 과장된 이야기와 감정 묘사,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교훈적 마무리 등은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으나 장르적 재미를 적절히 혼용한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붙인 액션 연출은 흥미롭다. 인도의 국민적 스타 라지니칸트가 박사와 치티 1인 2역을 연기하며, 할리우드에서도 주목받은 여배우 아이쉬와라 라이가 로봇마저 반하게 한 여인 사나 역을 맡아 열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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