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남긴 ‘삶에서의 세 이야기’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4.1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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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눈높이에서 재구성한 전기 출간

스티브잡스첫 청소년 전기 카렌 블루멘탈 지음 서울문화사 펴냄 336쪽│1만2천8백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반년이 지났지만 그가 세상에 남긴 여운은 사라질 줄 모른다. 그의 삶을 세세하게 드러낸 전기도 세상에 나왔는데, 그의 인생과 업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잡스의 삶에는 영화 또는 동화 같은 스토리가 등장하고, 다른 한편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과 증오, 엄청난 칭송과 지독한 무시를 동시에 겪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선각자, 쇼맨, 예술가, 독재자, 천재, 얼간이 등 극과 극을 달리는 강렬한 언어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는 스티브 잡스의 생애를 어떻게 들려주어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그의 업적을 말하면서도 불완전한 사생활을 덧붙여 ‘어쩔 수 없는 한 인간’이었을 뿐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지는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스티브 잡스 - 첫 청소년 전기>는 그런 고민을 해결한 듯하다. 알릴 것은 알리고 감출 것은 감추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 들려주면서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잣대까지 제시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도덕적으로 불완전한 삶을 살았다고 해서, 그를 전체적으로 문제 있는 인간으로 보거나 그가 이룬 업적까지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경계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스탠포드 대학 연설 내용을 뼈대로 해서 그려낸 스티브 잡스의 ‘삶으로부터의 세 이야기’이다. 스티브 잡스가 들려준 첫 번째 이야기는 우리 인생을 수놓는 수많은 점이 서로 연결되는 원리에 관한 것이었다. 인생의 여러 순간, 선택, 행동, 사건들이 당장은 아무 의미도 없는 하나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는 듯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들이 서로 이어져 의미 있는 선을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애초부터 그의 앞길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스티브 잡스는 태어나자마자 입양 보내졌고, 한 학기만 마치고 대학을 중퇴했으며, 스무 살 때는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부모님의 차고에서 애플을 설립했다. 이후 빠른 속도로 업계 최고 위치에까지 치고 오르며 모든 경계를 허물었고 완벽주의, 세련된 감각, 탁월한 디자인으로 특유의 천재성을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성공의 정점에 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잡스는 자신이 세운 회사의 최고 자리에서 쫓겨났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 잡스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창의적인 시기로 들어섰으며 픽사, 아이팟 그리고 아이폰을 통해 영화, 음악, 전화 산업에 혁명의 바람을 일으켰다. 자신을 절제하며 열심히 몸과 마음을 단련했던 잡스는 거의 10년을 암과 싸웠고 최고의 CEO가 되었으며, 세상은 그의 손끝이 닿은 모든 제품에 열광했다.

경제지 기자로 활동했던 저자는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문을 기본 틀로 삼아 그의 인생을 수놓은 많은 점이 신비롭게 서로 연결된 과정을 풀어놓았다.

이 책은 그런 과정에 컴퓨터 메모리의 작동 방식에서부터 잡스의 독특한 의상에 이르는 다양한 정보까지 알려주는 부가 자료도 담아내 눈길을 끈다. 저자는 “우리 젊은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요소는 잡스가 많이 좌절하고 실패했다는 사실일 것 같다. 애플에서 해고된 것 외에도 넥스트가 파산했고, 픽사도 수년간 파탄 직전까지 갔었다. 그가 이 힘든 시기들을 잘 버텨냈다는 사실은 참 놀랍고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라고 출간 후 소감을 밝혔다.

잡스가 자신은 서보지 못했던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청년들을 응시하며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남의 인생을 사는 데 그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자신의 직관을 믿으십시오” “항상 갈망하고 항상 무모하라”라고 외쳤던 연설의 울림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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