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맞붙은 강적들 피 말리는 진검 승부
  • 이승욱 기자 (smkgun74@sisapress.com)
  • 승인 2012.03.2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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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기획 연재 ⑦ / 서울 용산 등 격전지 5곳 팽팽한 대결 민주 정동영·김부겸 등은 상대 당 텃밭에서 이변 연출 노려

 ■ 서울 강남 을 : 김종훈(새) vs 정동영(민)
‘한·미 FTA’ 전도사와 저격수, 우역곡절 끝에 정면 대결 성사

서울 강남 을에 출마한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가 지역구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왼쪽), ⓒ 시사저널 임준선(오른쪽)

진정한 선거는 ‘정책 대결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4·11 총선 2백46개 선거구 중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두말할 것 없이 서울 강남 을이 될 전망이다. 찬반 여부를 두고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쟁이 지역구 선거로 옮겨붙었다. ‘FTA 전도사’(새누리당 김종훈 후보·59)와 ‘FTA 저격수’(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58)가 맞대결을 하는 강남 을은 성장과 분배, 신자유주의와 경제 민주화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이 맞붙는 대결장이 되고 있다.

강남의 대표 ‘부자 동네’인 대치동을 끼고 있는 강남 을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이다. 지역 유권자의 상당수는 정서적으로나 정책적인 면에서 새누리당과 가깝다. 새누리당이 첫 전략 공천을 했을 때 ‘무명’의 이영조 바른사회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내세운 것도 이런 자신감이 묻어난 결과였다. 하지만 민주당의 ‘강남 벨트’ 공략이 가시화하면서 새누리당은 ‘극우적 역사관’ 발언으로 중도 하차한 이대표를 대신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공천했다. 텃밭의 균열을 잠시라도 방심할 수 없다는 포석이다.

3월22일 김후보는 “강남 을 지역이 여당 후보에게 (당선이) 쉬운 지역이라고 하지만,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는 처음 치르는 데다 상대 후보는 대선 후보를 지낸 분이라는 점에서 다소 부담이 있다”라고 몸을 낮췄다. 그는 “그러나 직접 유권자들을 만나러 지역을 다니다 보면 ‘FTA를 추진한다고 고생을 많이 했다’는 격려를 받는다. FTA로 한국의 경제 영토를 넓혔듯이 강남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지역 민심을 훑고 있다. 상대 후보의 교체로 다소 김이 빠졌지만, FTA와 ‘MB 정권’의 상징인 김후보와의 대결에서 정책적인 선명성을 부각할 수 있는 만큼 기대감도 적지 않다. 3월14일 오전 기자와 만난 정후보는 “강남이 잘사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기에 사는 주민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해서는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4·11 총선은 ‘경제 1번지, 교육 1번지’에만 머무른 강남을 합리적인 보수와 진보가 모인 ‘정치 1번지’로 바꿀 기회이다”라고 말했다. 정후보는 또 “25년간 특정 정당이 독식한 구조에서 (새누리당이면)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강남이 바뀌면 대한민국의 진로가 바뀔 수 있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GH코리아의 3월20일 조사 결과, 정후보(39.0%)는 김후보(52.0%)보다 14%포인트 뒤처져 있다. 하지만 2월10일 조사 당시 격차였던 18.7%포인트(정후보 30.6%-김후보 49.3%)보다는 다소 줄어드는 추세이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정치·경제 현안을 두고 벌어질 가치관의 대결에서 강남 을 지역 유권자는 어떤 해답을 선택할까. 자신의 지역구(전주 덕진)를 버리고 사지(死地)로 뛰어든 야당 대권 주자의 생환 여부도 관전 포인트이다.

이승욱 기자 | smkgun74@sisapress.com

■ 부산 사상 : 손수조(새) vs 문재인(민)
현지 민심 들여다보니 문재인 ‘우세’, 손수조 ‘맹추격’

부산 사상 주민들과 대화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왼쪽)와 지원 유세를 나선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함께 이동 중인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오른쪽). ⓒ 시사저널 유장훈(왼쪽), ⓒ Newsis(오른쪽)

부산 지역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사상구에서 ‘유력 대선 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27세의 여성 정치 신인인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추세이다. 지난 3월5일 국제신문이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 문후보는 54.7%, 손후보는 28.8%로, 문후보가 두 배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3월19~20일 실시된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문후보가 51.5%, 손후보가 40.0%로 손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사상역 부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의 장 아무개씨는 “그동안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를 계속 찍어주었는데, 사상구뿐 아니라 부산 전체 경제가 나아진 것이 무엇이 있느냐. 이번에는 바꾸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 손수조’ 대결이라기보다는 ‘문재인 대 박근혜’의 대권 대결 구도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기자가 만난 부산 지역의 한 사정 당국 간부는 “부산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조차 문후보에게 호감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산 출신 대통령을 다시 만들어보자는 정서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젊은 층에서는 동년배인 손후보에 대한 기대를 강하게 드러냈다. 사상구 괘법동에 사는 대학생 박 아무개씨는 “손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20대 후보로 ‘반값 등록금’ 등과 같은 우리 젊은 세대가 하고 싶은 말을 국회에서 잘 전달할 것 같아서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사상역 부근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대선 주자인 문후보가 20대의 손후보를 이기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만약 패할 경우에는 대선 후보로 나서기도 힘들지 않겠느냐. 새누리당의 공천이 절묘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은 “문후보는 연예인급·대선 주자급 인기를 얻고 있다. 중량감이 있어서 지역 발전과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도 크다. 문후보의 선거는 사상구만의 선거가 아니다. 부산의 다른 지역 선거에서도 야권 후보 득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문후보 사무실에는 그의 부인 김정숙씨가 나오기도 했다. 기자가 다가가자, 김씨는 밝은 표정으로 “남편에게는 밤에 귓속말로 응원하고 있다”라며 정식 인터뷰는 사양했다.

반면 손수조 후보측의 이학곤 사무장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때 묻지 않은 손후보가 구태 정치를 바꾸어달라’는 요구가 많다. 손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갈수록 상승하는 추세여서, 총선 당일 개표 뚜껑을 열어보아야 승패를 알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부산·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대구 수성 갑 : 이한구(새) vs 김부겸(민)
김부겸, 3선 관록의 ‘박근혜 경제 가정교사’ 이한구 상대로 도전장 내밀어

대구 수성 갑에 출마한 이한구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오른쪽)가 지역구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왼쪽), ⓒ 시사저널 유장훈 (오른쪽)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은 야당에게는 매번 쓰라린 패배를 안긴 ‘정치적 무덤’이다. 하지만 그동안 사지(死地)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4·11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54)이 그 역할을 자청했다. 상대는 고교(경북고) 선배이자, 현 지역구 의원인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66)이다. 관록의 3선 의원들끼리 벌이는 ‘창과 방패’의 싸움은 자칫 싱겁게 끝날 수도 있었던 대구 수성 갑을 TK 지역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시켰다.

지난 3월15일 대구에서 만난 이한구 의원은 ‘격전지’라는 표현이 마뜩치 않은 듯이 보였다. 당시 수성구 팔현마을에서 열린 ‘나무 심기’ 행사에 참석한 이의원은 ‘격전지 취재를 왔다’는 기자에게 “여기는 격전지도 아니고, 아무런 (정치적) 변화가 없는 지역이다”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당시만 해도 이의원에 대한 공천 확정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교체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특히 공천 막바지에 이르러 새누리당의 서울 강남 을 공천이 갑작스레 취소되면서 이의원의 ‘수도권 차출’ 가능성이 불거지던 때였다.

하지만 이의원은 결국 자신의 지역구를 지켜냈다. 이의원의 지역구 재공천은 무엇보다 ‘지역에서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공천이 확정된 후 이의원은 “지역 유권자는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이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MB 정권의 과오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 고칠 수 있고 나 자신도 (그때가 되면)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수성구 범어4동 범어교회 앞을 지날 무렵, 연두색 점퍼 차림의 한 낯익은 남자가 흰색 승합차에서 내렸다. 주위 분위기를 살피던 그는 점퍼와 어깨띠를 풀더니 말끔한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새누리당 텃밭에 도전한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었다. 그는 “선거운동복을 입고 교회에 들어가면 자칫 버릇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대구 어르신들이 예의를 중시하는 만큼 지역의 정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김의원은 TK 지역에서 ‘일당 독식’의 폐해와 ‘경쟁 구도를 통한 지역 발전’(경쟁 구도론)을 유권자에게 강조하고 있다. 그는 “대구 분들이 아직도 민주당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지만 지난 30년 동안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 얻은 게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새누리당과 경쟁할 수 있는 정치적인 경쟁자를 키워야 지역 현안도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의원 선거 캠프의 자체 평가는 ‘일단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김의원의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김의원의 인지도가 높은 데다 다선의 지역구 현역 의원을 바라보는 유권자의 피로감이 크다. 자체 여론조사에서 8%포인트 정도 격차가 나는 만큼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역전도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대구·이승욱 기자 smkgun74@sisapress.com

■ 서울 용산 : 진영(새) vs 조순용(민)
2004년 탄핵 열풍 때에도 ‘파란 깃발’ 꽂은 진영의 지역적 기반 탄탄

서울 용산구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진영 의원이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서울 용산에서는 3선 수성을 노리는 진영 새누리당 의원(62)과 김대중 정권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조순용 민주통합당 후보(61)가 맞붙었다. 용산은 종로·중구와 함께 서울 지역의 민심 풍향계 역할을 하는 곳으로, 두 후보 모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후보로 확정되었다. 진후보는 배은희 비례대표 의원과의 경선에서 승리했으며, 조후보는 야권 연대 경선에서 김종민 통합진보당 후보를 누르고 본선에 올랐다.

용산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 지역으로 꼽혀온 곳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박원순 무소속 후보를 누른 지역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외에 용산이 유일했다. 용산을 ‘강북 속 새누리당 텃밭’으로 일구어낸 사람이 바로 진후보이다. 그는 17대 때 ‘노무현 탄핵 후폭풍’이라는 대형 악재를 이겨내고 금배지를 달았으며, 18대에는 58%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며 용산에 파란 깃발을 견고하게 꽂았다.

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조순용 민주통합당 후보가 거리 유세를 벌이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전반적인 조건들을 고려하면 조후보가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진의원이 지난 10여 년간 지역 내 조직력을 다져온 반면 조후보는 용산에 이렇다 할 연고조차 없다. 30여 년 전 KBS 기자 시절에 용산경찰서를 3년간 출입했던 것이 조후보가 용산과 맺은 인연의 전부이다. 지난해 4월 전남 순천 보궐 선거에 예비후보로 나선 적이 있는 그의 고향은 전남 순천이다. 

그러나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되기도 했던 것처럼 용산의 민심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지난 3월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후보(30.9%)가 진후보(29.7%)를 근소하게나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22일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조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따라 진보 표를 흡수했기 때문에 진후보와의 실질적 차이는 여론조사보다 크다고 보아야 한다. 서울의 랜드마크로 성장할 용산을 ‘제2의 고향’이라고 여기고 분골쇄신하겠다”라고 말했다.

진후보측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예방접종이 된 셈이다”라며 전혀 개의치 않았다. 용산 구민과 함께해온 지난 8년간의 세월이 결국에는 표심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지난 3월22일 용산2가동 주민센터 앞에서 거리 유세를 하고 있던 진후보는 “선거를 치르면서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앞선 적이 없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양극화가 극심한 용산의 특성에 맞게 각 지역에 맞는 ‘맞춤형 공약’으로 차별화를 두고 있다. 한·미 FTA, 제주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며 보수 표가 결집되고 있는 현재 분위기를 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경기 성남 분당 을 : 전하진(새) vs 김병욱(민)
지역 특성에 맞게 ‘벤처 1세대’와 ‘경제 전문가’끼리 맞대결

경기 성남 분당 을에 출마한 전하진 새누리당 후보(위)와 김병욱 민주통합당 후보(아래). ⓒ 시사저널 유장훈(위), ⓒ 시사저널 유장훈 (아래)

또 한 번 이변이 일어날까. 경기도 성남시 분당 을 지역은 오랫동안 새누리당 텃밭이었다.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6대부터 18대까지 내리 3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4·27 보궐 선거에서 철옹성이 뚫렸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뒤지던 손 전 대표는 본선에서 3%포인트 차이로 역전승을 일구어냈다.

이번 총선에서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일대 격전이 예고된다. 후보들의 무게감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이 지역이 갖는 관심에 따라 열기는 사뭇 뜨겁다. 새누리당은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54)를 앞세워 아성 탈환에 나섰다. 전후보는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지낸 ‘국내 벤처 1세대’이다. 그동안 인재 양성과 벤처 육성에 전력해왔다. 새누리당이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분당 지역에 그를 후보로 낙점한 배경이다.

지난 3월21일 오전 전하진 후보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공천을 받은 지 며칠 되지 않아서 본격적인 선거운동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후보는 “분당은 벤처타운으로 둘러싸여 있고, 또 교육에 대한 열정도 어느 지역보다 높다. 인력 양성의 메카로서 입지가 충분하다. 분당을 과거 스펙 중심의 인력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인력을 육성하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천 막바지에 전략 공천을 받은 만큼 공천에서 탈락한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민주당에서는 김병욱 전 손학규 대표 정책특보(47)가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섰다. 한국증권업협회 코스닥 공시과장, 경제정의실천연합 상임집행위원장 등을 지낸 경제 전문가이자 정책 전문가이다.

전후보와 달리 10년 넘게 분당에서 생활해온 그는 4개월 전부터 지역 구석구석을 누비며 표밭을 다져왔다. 지역 현역인 손학규 전 대표도 아침 출근 인사를 함께하는 등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열린 지난 3월21일 오후 김후보는 지역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총회에 참석하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주민들과 악수를 해보면 느낌이 온다. 예전 선거 때보다 상황이 훨씬 좋다. 과거에는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거부감도 거의 없어졌다”라고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당 지지율은 여전히 새누리당이 앞서고 있다.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3월19일 ‘야권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 결과가 일제히 발표되었다. 3월20일 리얼미터-중앙일보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37.0%로 전일(38.7%)에 비해 1.7%포인트 감소한 데 비해, 민주통합당은 33.1%로 전일(31.5%)에 비해 1.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 연대 단일 후보는 서울·경기 등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예상되는 지역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일단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 연대 성사로 인해 총선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보였다.  

특히 4·11 총선을 위한 야권 연대 경선의 최대 수혜자는 통합진보당인 것처럼 보였다. 3월21일 현재 경선 지역 총 69개(9곳은 단일화 진행 중) 가운데 11곳에서 승리해 민주당 무공천 지역 15곳을 포함한 약 30곳에서 단일 후보를 내세울 예정이다. 통합진보당이 수도권에서 성과를 얻은 것은 이정희 공동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이 경선을 치르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민주당 무공천 지역과 경선 지역을 늘린 덕분이다.

통합진보당이 그토록 염원하던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3월21일 GH코리아-국민일보 여론조사를 보면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공동대표와 심상정 공동대표가 새누리당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은평 을에서도 천호선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과 0.7% 격차로 좁혀졌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율도 5% 수준에서 10%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심지어 강남 지역에서도 9.2%의 지지율을 얻었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경선 과정에서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경선 조작 파문’이 불거지면서 야권 연대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경선 결과에 반발하는 등 야권 연대가 삐걱거리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의 이슈 관리 능력과 공천 과정에 대한 지지층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당이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공천 파동으로 점수를 잃으면서 수십 개 의석이 날아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위원장 유종일 교수의 탈락으로 박영선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등 내부 반발도 심각한 수위이다.

결국 후보 단일화를 이룩해도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아졌다. 민주당은 야권 연대로 수도권에서만 10곳 이상 자체 후보를 내지 못했고, 통합진보당에 양보한 지역구가 늘어나면서 승리 가능한 의석이 줄어 제1당 지위를 차지할지도 불확실해졌다. 이러한 선거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민주당은 수도권(전체 1백12석)에서 60석 정도를 승리하고, 10석 수준을 기대한 부산·경남(PK) 지역에서도 5석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야권 연대가 오히려 양당의 과반 의석 실패, 민주당의 제1당 실패,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악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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