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둘러싼 ‘거짓말 행진’ 멈춰라
  • 김익중│동국대 의대 교수·경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 ()
  • 승인 2012.03.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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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가동 중단 사고 뒤늦게 밝혀져 의혹 증폭…일어나서는 안 될 4가지 정황 드러나 충격

2월9일 오후 8시34분. 고리 1호기에 외부 전원이 끊겼다. 원자로는 가동이 중지된 상태였으나, 핵연료는 원자로 내부와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수조에 있는 상태였다. 원자로는 정지 상태라고 해도 핵반응이 모두 정지되는 것이 아니므로 지속적으로 냉각수를 순환시켜 원자로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만일 원자로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면 대형 핵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스리마일 사고, 체르노빌 사고, 후쿠시마 사고가 모두 원자로의 온도가 상승해 발생한 사고들이다.

원자로의 온도 상승은 냉각수의 누출이나 냉각수 펌프가 작동이 되지 않을 경우에 발생하는데, 이번 고리 1호기의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비상 발전기도 가동되지 않았다. 고장이 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외부에서 전선을 끌어와서 전원을 공급할 수밖에 없었고, 전원 상실은 12분간이나 지속되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원자로의 온도는 올라가고 있었다. 만일 전원 상실 시간이 더 길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 사건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당연히 울렸어야 할 비상벨도 울리지 않았고,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전원 차단, 비상 발전기 고장, 울리지 않은 비상벨, 사고 은폐까지 절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들이 네 가지나 동시에 일어난 것이다.

고리 1호기도 후쿠시마 원전처럼 노후해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안전하다고 선전해왔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렇게 안전 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안전하다는 말은 수없이 들어왔지만 사고 횟수는 6백54건에 달한다. 사고를 예방하는 감시 체제도 무력하기 그지없다. 원전은 외부에서 전혀 사정을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원전 지역마다 민간 환경 감시 기구라는 것이 만들어져 있지만 발전소 내부 사정을 알아낼 길이 없다. 정보 공개는 요청해봐야 대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되는 것은 고리 1호기가 노후한 원전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후쿠시마 핵사고는 노후한 원전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후쿠시마에 10개의 원전이 있지만 그중에서 나이 순으로 네 개가 사고를 냈다. 정확히 30세 이상의 원전들만 폭발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국내 고리 원전은 모든 부품이 33년 된 것들이다. 주요 부품 중 일부는 새것으로 갈았지만 대부분은 처음 그대로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에 작동하지 않았던 비상 발전기 역시 1978년 상업 운전 개시 당시 들여와서 33년간 한 번도 교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노후한 원전은 분명히 사고 위험이 크고, 수명 연장은 핵사고에서 두 번째로 큰 원인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사고의 은폐이다. 핵발전소는 그동안 사고를 내고도 이를 은폐한 경우가 많았었다.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이렇다. 1984년과 1988년에 월성 1호기에서 냉각수 누출 사고가 발생했으나 은폐하다가 1988년 국정감사 때 드러났다. 1995년 월성 1호기 방사성 물질 누출 사건이 있었으나 1년이 지나서야 보도되었다. 1996년 영광 2호기 냉각재가 누출되었으나 몇 주 후 주변 환경에서 방사능이 감지된 후에야 알려졌다. 2002년 울진 4호기의 증기 발생기에서 냉각수가 누출되었으나 이를 축소·은폐했다. 2004년에는 영광 5호기에서 방사성 물질 누출이 감지되었으나 재가동을 강행했고, 이 사실은 일주일 후에 알려졌다. 은폐 사건의 압권은 2007년 대전에서 나타났다. 원자력연구소에서 핵물질 3kg이 들어 있는 우라늄 시료박스가 소각장으로 유출되었는데, 3개월이나 지나서야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아직도 이 우라늄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지난 3월13일 부산 기장군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고 은폐는 핵산업계의 작은 거짓말에 불과

핵발전소의 고장 및 사고는 즉시 상부에 보고하게 되어 있고, 24시간 내로 인터넷 홈페이지와 보도자료를 통해서 국민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다. 이런 규정을 모두 어긴 경우들이 이렇게 많았었다. 그렇다면 여태까지 은폐한 사건 모두가 이렇게 다 사후에 드러났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성공적으로(?) 은폐된 사건도 많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만 해도 그렇다. 만일 부산의 한 시의원이 식당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당연히 지금까지도 알려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은폐한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되지 않았을까?

핵산업계의 거짓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고 은폐는 작은 거짓말에 불과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정부와 한수원은 그동안 핵발전소 때문에 전기료가 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핵발전의 원가가 공개된 적이 없다. 핵발전 원가는 국가 기밀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료가 싼 이유는 세금으로 이루어진 정부 보조금 때문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정부와 한수원은 핵발전에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역시 거짓말이다. 세계의 에너지 통계를 보면 태양광발전이 연간 50% 이상씩 급성장하고 있다. 풍력발전 역시 연간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의 나라가 탈핵을 선언했다. 탈핵이 가능한 이유는 당연히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때문이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핵발전 의존도를 가지고 있지만 스위스와 벨기에는 그 의존도가 50%가 넘는 나라들이다. 이런 나라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핵발전소를 모두 없앨 수 있겠는가? 우리 정부의 통계를 보면 태양광발전의 원가가 핵발전의 10배가 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 듀크 대학 교수들의 보고서는 2010년부터 (재생 가능 에너지 중 가장 비싸다는) 태양광이 핵발전 원가보다 싸졌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와 핵산업계의 거짓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주의 방폐장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현 방폐물관리공단 이사장은 말했다. 그러나 경주 방폐장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모두 누출될 것이다. 차라리 동해 바다에 던지는 것보다 못한 상황인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부는 우리나라 원전의 구조는 후쿠시마와 달라서 그런 핵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발전소의 구조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말은 30년 전 미국 스리마일 핵사고 당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했던 말이다.

필자는 핵산업계의 4대 거짓말을 다음과 같이 선정한다. 첫째, 핵발전소는 안전하다. 둘째, 핵발전소는 단가가 싸다. 셋째, 핵발전소에는 대안이 없다. 넷째, 재생 가능 에너지는 비싸다. 결과적으로 이 모두가 거짓말이다.

거짓말이 반드시 필요한 산업. 그것이 바로 핵산업계이다. 국민이 진실을 아는 순간 곧바로 이 산업계의 위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가장 올바른 해법은 단 하나이다. 수명 연장한 고리 1호기를 폐쇄하는 길뿐이다. 그러나 정부는 또다시 거짓말을 늘어놓으면서 수명 연장을 지속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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