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던 힘으로 여의도까지!”
  • 감명국 기자·고우리·홍재혜 인턴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2.28 02: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론인 출신들 총선 출사표 줄이어…용인 기흥구에서는 4명의 예비후보가 여야로 갈려 대격돌

“우리만큼 정치권에서 법조인이 각광받는 나라가 없다. 선거 때마다 여야 할 것 없이 검사·판사 출신 변호사들을 영입하느라 난리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니까 국회에서 법조인들이 큰 역할을 할 것 같지만, 실제 꼭 그렇지도 않다. 법조인들은 법전과 과거 판례에 얽매이다 보니까 과거 지향적 성향이 강하다. 그에 비하면 언론인들은 향후를 전망하는 미래 지향적 성향이 강하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배’로 참여정부 시절 고위직을 지낸 바 있던 한 원로 정치인은 늘 입버릇처럼 ‘법조 출신 정치인은 줄이고, 언론 출신 정치인이 늘어나야 한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이 인사는 언론인 출신이 아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여야 각 정당은 공천 접수를 마감하고, 심사에 한창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말부터 “내년 총선에서 판검사 출신의 법조인 공천을 대폭 줄일 것이다”(홍준표 당시 대표)라고 공언해왔다. ‘엘리트 정당’ ‘반(反)서민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천 접수 결과, 올해 총선 역시 정치인을 제외한 직업별 분포를 보면 법조인 출신들의 지원이 가장 많았다. 약 9%에 해당한다. 그 다음이 기업인 출신(약 8%), 언론인 출신(약 2%)의 순이었다. 실제 공천 여부가 아직 남아 있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과거 총선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법조인 영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출신인 유재만 변호사와 지난해 11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지적하며 대구지검 검사직에서 사퇴한 백혜련 변호사를 영입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박성수 전 부장검사와 민변 출신의 송호창 변호사도 민주당에 입당했다.

진성호·양정철 맞붙는 서울 중랑 을도 관심

현 정부 들어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신재민 전 문광부 차관,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언론인 출신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혐의가 불거지면서 “언론인 출신들도 깨끗하지 못하다”라는 비난 여론이 확산된 것 역시 여야 정치권에서 언론인 출신 영입을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언론인 출신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이미 정치권에 뛰어들었던 ‘사실상 정치인’이 대부분일 뿐, 참신한 언론인 출신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대구·경북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 출마를 저울질했던 중앙 일간지 출신의 한 전직 기자는 “아무리 선거판이 깨끗해졌다고 하지만, 밖에서 들여다본 기성 정치권에 직접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라며 출마를 포기한 결심을 고백했다.

그나마 언론인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직종에 비해 인지도가 높고 정치권과 늘 가까이 할 수 있는 탓에 정치 입문에 유리하다는 평을 듣는다. 정치권은 언론계 인사를 등용해 새 인물을 수혈하고 동시에 개혁의 바람을 추구하곤 했다. 민주당 대변인실의 한 고위 당직자는 “언론인은 정치에 접근하기 쉬운 직업이다. 평소 활동하는 영역이라 정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양대 요소가 ‘스피치’와 ‘메시지’이다. 법조계 인사들이 ‘스피치’를 갖췄다면, 언론인은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항상 훈련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정치에 필요한 인프라도 구축하기 쉽다. 특히 정치부 기자라면 정당을 출입하며 인맥을 구축해 정치에 입문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정치부가 아니더라도 동료 기자를 통해 정계 진출에 필요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언론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지역구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이다. 이 지역은 언론인들의 격전지로 통한다. 무려 네 명의 언론인 출신 예비후보들이 여야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정찬민 전 중앙일보 기자와 유연채 전 KBS 보도총괄팀장이 맞붙었고, 민주당에서는 한국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윤승용 전 청와대 대변인과 <시사저널>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김재일 전 한국감사협회장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지역의 현역 의원은 검사 출신의 박준선 새누리당 의원이다. 민주당에서도 정은섭 변호사가 출사표를 던지고 나서 언론인끼리의 격돌에 이어 언론인과 법조인의 충돌이라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은경·김재홍은 기존 정치인 아성에 도전

서울 중랑 을도 관심 지역으로 주목된다. 조선일보 사회·인터넷뉴스 부장 출신의 진성호 새누리당 의원에게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양 전 비서관은 언론노보(현 미디어오늘) 기자 출신으로 ‘노무현의 입’으로 불렸을 정도이다. 일각에서는 ‘친이의 입’과 ‘친노의 입’의 대결이라고 정리하기도 한다. 특히 양 전 비서관은 출마를 앞두고 “양정철이 진성호 의원께 ‘결투’를 청합니다”라는 다분히 도발적인 출사표를 내며 시선 끌기에 나섰다. 5선 경력의 터줏대감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김정범 변호사 등 쟁쟁한 예비후보들이 포진해 있는 민주당의 공천 경쟁부터 우선 뚫어야 하는 양 전 비서관의 입장에서는 진의원과의 ‘입’ 맞대결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마포 갑에서는 새누리당의 강승규 의원과 민주당의 노웅래 전 의원이 다시 만났다. 강의원은 경향신문 기자 출신이고, 노 전 의원은 MBC 기자 출신이다. 노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강의원에게 1천6백여 표 차로 아깝게 패한 바 있다. 이번에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데, 강의원과의 리턴매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당내에서 비례대표 초선인 김진애 의원을 넘어야 한다. 김진애 의원이 ‘여성 15% 공천 룰’을 적용받는다면 노 전 의원은 힘든 승부를 끌어나가야 할 듯하다.

기존 정치인에게 도전장을 낸 이들도 있다. 서울 중구에 출사표를 던진 신은경 전 KBS 뉴스 앵커는 판사 출신 나경원 전 의원과 공천을 놓고 숙명의 한판 승부를 겨룬다. 신은경 전 앵커는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거듭나겠다는 쇄신 의지를 보이며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신 전 앵커의 남편은 KBS 앵커 출신 박성범 전 의원으로 18대 총선 당시 나경원 의원의 중구 공략 공천으로 쓴맛을 본 적이 있다. 이후 신 전 앵커가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해 남편 대신 설욕에 나섰지만 나 전 의원에 패한 바 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서대문 을에서는 김재홍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지냈고 <YTN 집중조명> 정치·외교 분야 앵커로도 활동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지만, 18대 총선 때에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내에서는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었던 김상현 전 의원의 아들 김영호 정책위 부의장과 치열하게 공천 경합을 하고 있다.

 

19대 총선 주요 언론인 출신 예비후보 (2월24일 현재)
서울
종로구 이동관 전 동아일보 정치부장 / 전 청와대 홍보수석
중구 신은경 전 KBS 뉴스 앵커/전 자유선진당 대변인
용산구 배종달 전 경북매일신문 사장
용산구 박인환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
용산구 조순용 전 KBS 정치부장 / 전 청와대 정무수석
동대문구 갑 허용범 전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전 국회의장실 대변인
동대문구 을 민병두 전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 / 전 의원
중랑구 을 진성호 전 조선일보 인터넷뉴스 부장 / 현 의원
중랑구 을 양정철 전 언론노보 기자 / 전 청와대 홍보비서관
성북구 을 최혜정 전 여성조선 편집인 / 현 초이스콘텐츠 대표
성북구 을 박찬희 전 국민일보 정치부장 / 전 민주당 대변인
강북구 을 최규식 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 현 의원
도봉구 갑 이백만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 전 청와대 홍보수석
노원구 갑 황한웅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국장
노원구 갑 김병철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 필립모리스코리아 전무
서대문구 을 김재홍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 전 의원
마포구 갑 강승규 전 경향신문 기자 / 현 의원
마포구 갑 노웅래 전 매일경제신문, MBC 기자 / 전 의원
양천구 갑 배종덕 전 MBC PD
 양천구 갑 길정우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 운산그룹 부회장
양천구 갑 김해진 전 경향신문 기자 / 전 특임차관
양천구 갑 박선규 전 KBS 기자 / 전 문광부 차관
양천구 갑 차영 전 MBC 아나운서 / 전 민주당 대변인
강서구 을 김성호 전 한겨레 기자 / 전 의원
서초구 을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 더코칭그룹 대표
강남구 을 설경수 전 국민일보 기자 / 현 변호사
송파구 병 이계경 전 여성신문 발행인·대표이사 / 전 의원
강동구 갑 홍용락 전 SBS PD / 현 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강동구 갑 박승진 전 참여 방송 RTV 대표이사 / 전 미디어데일리 대표
부산
서구 김태경 전 부산매일신문 논설위원 / 전 특허정보진흥센터 소장
중구동구 이해성 전 MBC 기자 / 전 조폐공사 사장
부산진구 을 차재원 전 국제신문 정치팀장 / 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대구
동구 갑 오태동 전 대구MBC 부장 / 현 대구극동방송 운영위원
북구 을 홍진표 현 에듀타임즈 발행인
북구 을 이헌태 전 매일신문 차장 / 혁신과통합 대구 공동대표
수성구 을 이노수 전 대구방송 대표이사 /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 회장
수성구 을 김일부 전 일본 NHK 한국지국 외신기자
달서 갑 홍지만 전 SBS 앵커
달성군 구성재 전 조선일보 대구취재본부장
대전
 중구 권재홍 전 중도일보 기자·전 NCN 뉴스 편집장
대덕구 김근식 전 CBS 정치부장·경인센터장
인천
중구동구옹진군 권기식 전 한겨레 기자
중구동구옹진군 이규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 한국시장경제포럼 회장
남동구 갑 이윤성 전 KBS 앵커 / 현 의원
남동구 갑 정택진 전 중앙일보 기자 / 현 전국상인연합회 상근부회장
부평구 을 김연광 전 조선일보 기자 / 전 특임장관실 특임실장
광주
 동구 박현 전 광주MBC 정치부장 / 전 청와대 공보국장
 울산
 중구 동구 김석진 전 MBC 팀장 / 연합뉴스TV 보도본부장
경기
 수원 장안 박흥석 전 경기일보 편집국장
수원 팔달 남경필 전 경인일보 기자 / 현 의원
수원 팔달 박세호  전 경기신문 대표이사
성남 중원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이사
성남 분당 갑 김창호 전 중앙일보 기자 / 전 국정홍보처장
의정부 을 정희영 전 한겨레 기자 / 변호사
안양 동안 을 정진욱 전 한국경제 기자
광명 갑 양순필 전 내일신문 기자 / 전 국민참여당 대변인
안산 단원 갑 김대영 전 경기매일신문 부회장
고양 덕양 을 문용식 전 나우콤(아프리카TV) 대표이사
고양 덕양 을 송두영 전 한국일보 기자 / 전 민주당 부대변인
고양시 일산동구 정군기 전 SBS 정치부장 /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상임이사
용인시 처인구 배한진 전 조선일보 기자
용인시 처인구 양승용 전 중앙일보 문화사업부 대표이사
용인시 기흥구 정찬민 전 중앙일보 기자 / 한나라당 경기도당 대변인
용인시 기흥구 유연채 전 KBS 보도총괄팀장 / 전 경기도 정무부지사
용인시 기흥구 윤승용 전 한국일보 정치부장 / 전 청와대 대변인
용인시 기흥구 김재일 전 시사저널 워싱턴 특파원
충북
청주상당 김종천 전 충청신문 부사장
충남
 천안 갑 전용학 전 SBS 앵커 / 전 조폐공사 사장
보령시 서천군 류근찬 전 KBS 보도본부장 / 현 의원
논산시 계룡시 금산군 김종민 전 내일신문·시사저널 기자 / 전 충남 정무부지사
논산시 계룡시 금산군 소찬호 전 더타임즈 신문사 대표
전북
 정읍 장기철 전 KBS 법조팀장
남원시 순창군 김재성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남원시 순창군 이용호 전 경향신문 기자
진안·무주·장수·임실군 장여진 전남도민일보 정치부장
전남
목포 배종호 전 KBS 뉴욕특파원
순천시 이평수 전 한국일보 서남취재본부장
나주·시화·순군 박병윤 전 한국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 JBS(일자리방송) 회장
장흥·강진·영암군 김영근 전 한국경제 정치부장
해남·완도·진도군 박광온 전 MBC 보도국장
함평·영광·장성군 이낙연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 현 의원
경북
 포항시 북구 이상곤 전 매일신문 정치부장 / 농촌정보문화센터 소장
포항시 남구 울릉군 김형태 전 KBS국장
영주시 이교욱 전 KBS PD / 현 브로드스톰 대표이사
상주시 김영태 전 동아일보 기자
 군위·의성·청송군 김좌열 전 경북일보 부국장 / 전 청와대 행정관
영양·영덕·봉화·울진군 전광삼 전 서울신문 기자
경남
진주시 갑 정인철 전 매일경제 기자 / 전 청와대 비서관
진주시 갑 권철현 전 국제신문사 고문 / 전 산청군수
진주시 갑 박대출 전 서울신문 정치부장·논설위원
진해시 최충웅 전 경향신문 걸프전 종군 특파원
 거제시 변광용 전 거제신문 편집국장
제주
 제주시 갑 신방식 전 제민일보 대표이사
  새누리당=새, 민주통합당=민, 자유선진당=선, 통합진보당=진, 무소속=무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