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학자금 대출, 두드릴 곳 따로 있다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2.02.1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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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은 취급 안 해 금융권에 문의해봐야 도움 안 돼 / 정부·지자체·대기업 등이 자금 대는 ‘장학재단’ 등이 유용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은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국내 국공립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5천3백15달러로 집계되었다.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비싼 수준이다. 그런데도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4%)에 훨씬 못 미치는 6% 정도이다.

등록금 마련이 어려운 대학생들이 겨우 기댈 만한 곳은 금융권이다. 시중 은행에서는 학자금 대출을 취급하지 않으니, 대부업체와 같은 제2 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런 곳에서는 연 30~40%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대학생들의 신용도가 낮은 데다 담보도 따로 없는 탓이다.

하지만 구석구석 잘 찾아보면 연 5~10%짜리 학자금 대출도 적지 않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등이 자금을 대는 대출 상품이 대부분이다. 일부 대출 상품은 아예 이자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장학재단·금융협회 등 정책 대출이 ‘최선’

서울 시내 한 종합 대학교 캠퍼스가 새 학기를 맞기 위해 등교한 대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문을 두드려볼 만한 대출 기관은 한국장학재단이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만 해당되었던 국가 무상 장학금의 대상이 올해부터 대폭 확대되었다. 게다가 이 대출을 받은 대학생이라면 원리금을 6개월 이상 연체해도 곧바로 신용 유의자로 등록되지 않고 최장 2년까지 유예된다. 든든 학자금, 일반 상환 학자금, 농어촌 출신 대학생 학자금 등의 대출 종류가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운용하는 학자금 대출 금리는 연 3.9%이다. 지난해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매 학기 등록금 전액과 최고 100만원까지 생활비를 대출해준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전국 제휴은행을 통해 수령할 수 있다.

‘든든 학자금’의 경우 재학생 성적 기준이 종전 B학점에서 C학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70점)으로 낮아졌다. 대출자 중 현역, 공익요원, 전·의경 등 모든 군 복무자는 군 복무 기간 발생하는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된다. 신입생도 대학 입학 허가만 있으면 대출받을 수 있다. 이미 등록금을 납부했어도 ‘기등록자 대출’을 통해 이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대출금은 취업 후 갚아나가면 된다. 상환 기간도 만 65세까지 길게 설정할 수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저소득층 및 농어촌 출신 대학생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는 대학생 약 6만명에게 학자금 대출 이자를 70~100% 지원한다. 인천시, 제주시, 광주시, 경기도, 충북도, 경남도, 경북도 등도 자기 지역 출신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출 이자를 대신 갚아준다.

현대차 정몽구재단 역시 저리 학자금 대출을 취급한다. 국민은행이 대출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대상자는 대학생 1만여 명이다. 기존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대환 대출과 장학재단에서 대출받지 못한 학생에게 내주는 신규 대출로 구분된다. 대환 대출의 경우 고리 학자금 대출을 연 6.5%짜리 국민은행 저리 대출로 바꿔준 후 이자를 절반 또는 모두 내주는 방식이다. 대출 기간은 8년(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이다. 거치 기간에는 무이자를 적용한다.

생명보험협회가 사회연대은행과 함께 추진하는 대출 상품도 전환 대출과 신규 학자금 대출을 포함하고 있다. 1인당 연간 최대 1천만원씩이다. 가구별 소득이 최저 생계비의 1백60% 이하에 해당해야 한다. 전환 대출의 경우 대학 2학년 이상만 신청할 수 있다. 전환 대출은 3년 거치 3년 분할 상환, 학자금 대출은 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금리는 연 3.9% 고정 금리이다.

세븐일레븐과 롯데슈퍼는 기업은행과 함께 비슷한 성격의 대출을 내주고 있다. 대학생 1인당 연간 1천만원 이내에서 무이자로 빌려준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대상이다. 다만 신용상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 대출을 받은 첫해는 거치 기간이다. 2~3년차에 원금을 분할 상환하면 된다. 기업은행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바꿔드림론’은 3천만원 이하를 연 20% 이상 고금리로 빌린 학생들에게 저리 대출(연 8.5~12.5%)로 바꿔주는 구조이다. 단, 최근 3개월 내에 30일 이상 연체(사채 등 불법 금융업 제외)를 했거나 4회 이상 연체했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5월께부터 시중 은행 저리 대출도 나올 듯

만약 여러 금융회사에서 빚을 진 상태에서 학비를 마련하고 싶다면 신용회복위원회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기관의 개인 워크아웃 제도를 활용하면 1년간 기존 채무를 성실하게 갚는 조건으로 연 2%로 빌릴 수 있다. 학기당 5백만원 이내이다. 5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근로자의 학자금을 지원한다. 등록금 범위 내에서 1인당 최대 2천만원까지 가능하다. 금리는 거치 기간(졸업 후 1년까지) 연 1%, 상환 기간(4년) 연 3%이다. 채무자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빌려준다. 다만 보증료 0.3%는 별도 부담해야 한다. 산업 재해를 입은 근로자 가정의 대학 학자금도 같은 조건으로 빌려준다.

빠르면 오는 5월부터 시중 은행에서 선보이는 연 6%대 대학생 전용 대출 상품도 기대해볼 만하다.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 시중 은행들과 함께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고 있는 대학생을 위한 저리 상품을 개발해왔다. 이 상품의 대상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에서 30%대 고금리 대출을 써온 대학생들이다. 이들에게 연 6~7%의 저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대출 상환 기간은 5~7년 정도로 짜고 있다.

은행권은 수년 전만 해도 대학생 전용 학자금 대출을 취급했다. 하지만 연체율이 워낙 치솟은 데다 정부에서 보증을 중단하면서 이들 상품의 신규 취급이 일제히 중단되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학생 대출 상품의 연체율이 10~20%에 달하는데도 사회적 책임을 감안해 금리를 한 자릿수로 맞춰야 했다. 상업 논리로 따지면 당연히 취급할 수 없었던 상품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요즘 논의되고 있는 방안이 기금 조성이다. 은행권은 저리 학자금 대출을 위해 약 5백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기금을 활용하면 통상 5배(2천5백억원) 규모의 대출이 가능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현재 대학생들이 제2 금융권에서 빌려 쓴 고금리 대출이 1인당 3백만원, 총 2천2백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러 정책성 학자금 대출의 조건이 까다로운 데 반해 이 상품은 모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다만 대학생들이 비교적 간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저축은행이다. 금리가 높은 대신 신용 조사 절차가 간단하고 대출심사 기간도 짧다. 다행인 점은 저축은행들이 최근 들어 학자금 대출 금리를 줄줄이 낮췄다는 점이다. ‘고리 대금 업체’ 비슷했던 이미지를 개선하고 대출 영역도 넓히자는 취지에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모아·스타·청주·한성 등 4개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 상품을 중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서 소개하는 학자금 대출 금리는 연 10~19%이다. 대출 한도는 1인당 100만~5백만원이다. 개별 저축은행이 자체 심사 기준에 맞춰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대상은 만 20~35세의 대학 재학생 또는 휴학생이다. 원리금을 일시 또는 분할 상환할 수 있다. 별도 수수료는 없다.

등록금 때문에 신용 유의자가 된 대학생을 대상으로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도 생겼다. 경남은행은 최근 ‘학자금 대출 신용 회복을 위한 인턴’ 50명을 모집했다. 대상자는 2년제 이상 대학 졸업(예정)자이면서, 학자금 대출 관련 신용 유의 정보 등재자이다. 인턴 수료자에게는 신용 유의 정보 해제와 연체 이자 감면, 금융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기회가 주어진다. 근무 성적 우수자에게는 경남은행 입사 지원 때 가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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