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살림 차리는 1박2일, 신바람 이어갈까
  •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2.02.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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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에서 PD 바뀌고 출연진도 일부 교체…연간 5백억원 넘는 광고 수익 올리는 ‘효자 예능’ 자리 지킬지 주목

ⓒ KBS 제공

국내 어디서든 이제 마치 암구호처럼 통용되는 용어가 있다. ‘1박2일’이다. 누군가 지나가다가 “1박!” 하고 외치면 이제 거의 자동적으로 “2일!” 하는 답이 나올 지경이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만들어낸  TV 예능 프로그램 <1박2일>, 그 <1박2일>이 이제 시즌1의 마지막 촬영만을 남겨두고 있다. 물론 이것이 끝은 아니지만 시즌1이 남겨놓은 그 족적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 예능사에 어떤 의미였을까.

<1박2일>의 전신으로서 우리는 늘 <무한도전>을 떠올린다. <1박2일>은 분명 리얼버라이어티의 포문을 연 <무한도전>에서 시도되었던 여행 콘셉트의 한 가지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곁가지는 차츰 뿌리를 내리더니 이제 어엿한 하나의 거목으로 성장했다. 여행이라는 소재가 갖는 독특한 판타지 그리고 우연한 해프닝을 리얼리티로 장착한 <1박2일>은 수년간 주말 예능의 권좌를 지켜왔다.

<1박2일>만의 특징이라고 하면 다큐와의 접목을 먼저 말할 수 있다.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운 영상이 그 자체로 다큐를 연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섬에 낙오되거나, 산중에서 맞은 폭설은 한 편의 자연 다큐를 감상하는 듯이 보기 드문 아름다운 풍광을 전해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예능적인 재미를 포기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예능적인 요소로서의 ‘복불복’은 <1박2일>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1박2일>은 다큐적인 연출과 그 안에 예능적인 요소를 잘 접목함으로써 리얼버라이어티의 리얼(다큐)과 버라이어티(예능)를 극대화시켰다.

강호동 하차 등 숱한 위기 상황에서도 힘 잃지 않아

강호동(가운데)이 출연했던 . ⓒ KBS 제공
그렇다면 1년에 무려 5백억원이 넘는 광고 수익을 올려주는 효자 예능은 어째서 시즌1을 끝내고 시즌2로 가게 되었을까. <1박2일>은 그 영광 뒤에 숱한 위기 상황을 맞이했었다. 김C가 빠져나가고 이어서 MC몽 역시 개인 문제로 하차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강호동이 하차를 결정하면서 ‘6개월 후 종영’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강호동이 세금 문제로 잠정 은퇴를 선언하면서 <1박2일>은 리더 없는 예능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여전히 그 힘을 잃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 형식이 가진 힘과 출연진과 제작진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KBS에서 종영이 아닌 시즌2를 선택한 것은 아마도 이 효자 예능을 그저 버리기가 아까웠기 때문일 것이다.

나영석 PD 후임으로 최재형 PD를 새로 세워 시즌2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1박2일>의 일련의 사태가 KBS에 시사하는 점은 크다. 종편이 시작되면서 <해피선데이>의 제작진은 사실상 대부분 KBS를 떠난 격이 되었다. <1박2일>을 만든 이명한 PD가 빠져나갔고,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 역시 CJ행을 결정했다. 이 두 프로그램의 실제적인 핵심 인력인 이우정 작가 역시 <1박2일> 시즌1을 끝으로 이명한 PD 사단으로 합류했다. 이 밖에도 <개그콘서트>의 김석현 PD를 위시한 수많은 스타 PD가 KBS를 빠져나가면서 KBS의 관리 시스템 문제를 환기시켰다. 스타가 더 잘 할 수 있는 분위기와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KBS의 관료적인 시스템의 한계라는 것이다.

어쨌든 <1박2일>은 유능한 인력들이 대거 빠져나간 상황에서 새로운 대체 인력으로 꾸려지게 되었다. 시즌2의 연출을 맡은 최재형 PD는 <날아라 슛돌이>와 <천하무적 야구단>을 만든 PD로서 특히 스포츠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인물이다. 그가 가진 색깔이 어떻게 <1박2일>의 새로운 결을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출연진에서는 이수근, 엄태웅, 김종민은 그대로 가고 은지원과 이승기는 하차할 전망이다. 어찌 보면 시즌2라기보다는 멤버 교체에 가까운 변화라고 볼 수 있겠지만, <1박2일>의 특징상 멤버와의 관계가 가져올 변화 자체가 시즌2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다고 보인다.

이제 시즌2로 돌아올 <1박2일>. 멤버가 바뀌고 제작진이 바뀐 상황이지만 여전히 ‘1박!’ 하고 외치면 ‘2일!’ 하고 대중은 답변해줄 것인가. 여전히 <1박2일>이 전하는 그 야생 리얼리티와 그 안에서 만들어내는 웃음 그리고 감동이 시즌2에서도 유효할 것인가. 실로 궁금한 대목이다. 

 

‘시즌1’의 길잡이로 큰 활약 펼친 나영석 PD 인터뷰  

시즌1 마지막 촬영이 남았는데.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촬영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고 나면 무언가 좀 빠져나간 듯한 기분이 들 것도 같다. <1박2일>은 전부가 몸으로 부대끼는 것들이다. 스킨십으로 이루어진 프로였기 때문에 마치 내 일부 같은 느낌이 있다. 그것이 빠져나간 느낌, 그런 허전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시즌1 촬영을 끝내고 무엇을 할 작정인가?

구체적인 계획은 잡힌 것이 없다. 대부분 촬영이 끝나면 여행을 가곤 한다는데, 나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1박2일>을 그렇게 오래 해오면서 여행을 싫어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여행을 너무 좋아하는 여행 마니아였다면 <1박2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갔을 수도 있다. 잘 모르고 그다지 즐기지도 않기 때문에 일반인의 마인드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일반인에게 여행이란 1년에 한두 번 정도 가는 것이 아닌가.

지난번 ‘5대 어선’ 특집을 보니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제 예능은 그렇게 좀 더 야생으로 나가야 대중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그때 출연자는 고생을 많이 했지만 나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내가 탄 배가 다른 배에 비해서 컸으니까.(웃음) 방송에서 흔히들 피해야 하는 소재가 있다. 그중 하나가 낚시 같은 소재이다. 이것은 잘못하면 제작진만 실감나게 느낄 수 있고, 또 어떤 면으로는 고생은 고생대로 해도 그것이 시청자에게 전해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약간 마니아적인 소재라고 생각되지만, 요즘은 그런 야생적인 영상에 대한 대중의 갈증도 어느 정도는 있는 것 같다.

KBS 예능국에서 잘나간다는 PD들이 종편으로 많이 빠져나갔다. KBS 시스템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KBS에서 인재가 떠나는 것이 안타깝다. 그만한 내부적인 시스템이 약하다는 얘기에 동의한다. 많은 이들이 내가 KBS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두고 마치 대단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나는 그저 <1박2일>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었을 뿐이다. 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2가 이제 시작될 텐데, 나영석 PD 없는 시즌2가 괜찮을까?

(웃음) KBS에 유능한 PD나 작가가 엄청나게 많다. 절대로 한두 사람이 없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엇나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KBS라는 시스템으로 운용되는 조직이 가진 힘이기도 하다. 다만 시즌2라는 꼬리표를 달고 새롭게 시작하는 부담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을 넘어서면 또 새로운 <1박2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성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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