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녹색’ 카드를 앞세우지 않는 이유
  • 조철 기자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2.14 11: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린 비즈니스의 13가지 함정’ 일깨운 환경 경영 지침서

이케아 사람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대니얼 C. 에스티앤드루 S. 윈스턴 지음살림Biz 펴냄488쪽│1만8천원
각국 정부가 앞장서서 ‘녹색 성장’을 띄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저탄소 녹색 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했고, 미국은 2009년 10년간 신재생 에너지에 1천5백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뉴아폴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스웨덴에서는 화석 연료보다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한다.

<이케아 사람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라는 책의 주제가 ‘녹색 경영’이라고 하니 그다지 신선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식상하기까지 한 문제에 대해 우리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해 눈길을 끈다. 수많은 환경 경영서가 실패 사례는 언급하지 않고 이상적이고 낙관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비즈니스에 환경 정책을 도입했다고 해서 지구와 기업 모두에게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았더라는 말이다.

세계적 환경 전략가인 두 저자는 4년에 걸쳐 구글, GE, 이케아, 3M 등 전세계 100개가 넘는 기업의 환경 전문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환경 경영의 사례를 수집·분석했다. 그 결과 많은 경영자가 ‘그린 비즈니스’의 실제적 경쟁 우위는 모른 채 기업 이미지를 좋게 부각하기 위해 녹색 경영을 시도했다가 손해만 본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므로 환경 과제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만이 미래 사회에서 우위를 낚아챌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들은 “이제까지는 기업이 ‘우리는 지구를 위해 할 일을 하고 있다’ 정도의 제스처만 보여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들은 이제 그 이상을 원한다. 친환경 라벨만으로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책은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기업에게 녹색 물결은 심각한 위기로 이어지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기업의 위치 자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을 사례를 통해 증명해 보인다. ‘이케아 사람들은 왜 산림을 감시할까?’라는 내용이 그렇다. 스웨덴의 가구업체 이케아는 환경 전략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케아는 산림담당관을 따로 두는데, 그들은 가구와 목재 공급업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1년에 1백40일을 돌아다닌다. 자사 제품의 목재 출처를 정확히 밝히려는 것이다.

이 일은 보호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 절대로 나무를 사들이지 않고, 불법 벌목한 목재도 받지 않으며, 지속 가능한 목재로 인증받은 제품만 사들인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급 사슬을 분석하고 추적해 효율성을 높일 새로운 방법과,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갈 방도까지 찾는다. 덕분에 유통 및 포장·제조 등의 비용을 철저하게 줄이면서 고객의 요구에 맞춘 저렴한 조립식 가구를 판매해 전세계 소비자로부터 절대적인 인기를 얻어냈다.

이 책이 일러주는 ‘그린 비즈니스에서 빠지기 쉬운 13가지 함정’은 다른 ‘녹색 경영’ 관련서와 큰 차별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친환경 마케팅을 할 때, 가장 쉽게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제품의 친환경 속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대개 성공한 친환경 마케팅은 가격, 품질, 성능을 먼저 홍보한 다음에 친환경을 언급한다고 한다. 친환경을 첫 번째가 아닌 세 번째 카드로 내세울 때 고객에게 홍보 효과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빠르지도 멀리 나가지도 못했던 전기자동차나 거슬리는 하얀 빛을 발산하던 친환경 형광등이 품질이나 성능이 수준 미달이어서, 고객에게 친환경 제품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만 심어주었던 것을 상기시킨다. 이렇게 소비자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 기업에 실제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녹색 성장 전략’을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