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은 전자담배에 발등 찍힐라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2.0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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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성분 분석 결과, 모든 제품에서 발암물질 검출

ⓒ 시사저널 전영기
일반 담배보다 무해할 것 같은 전자담배에서도 발암물질은 물론 연초 담배에도 없는 유해 성분까지 검출되었다. 성분 함량 표시도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아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니코틴을 제외하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성분’이라거나 ‘발암물질이 전혀 없다’라는 광고를 믿고, 담배 대신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 담배보다 몸에 덜 해로우리라고 믿는 것이다. 전자담배를 피우는 김민준씨(35)는 “금연할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피운다. 담배처럼 연기가 나오지만 냄새나 해로운 성분이 없어서 실내에서도 피울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전자담배 니코틴 액상 1백21개 제품(13개 업체)을 분석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1백3개 제품에서는 독성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었다. 또 82개 제품에서는 호르몬 장애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디에틸프탈레이트가, 15개 제품에서는 역시 환경호르몬인 디에틸핵실프탈레이트가 나왔다. 이는 일반 담배에도 없는 유해 성분이다.

니코틴 농도도 1㎖에 0.012㎎에서 36㎎까지 제각각이었다. 전자담배 1㎖에 니코틴 0.05㎎ 담배가 7백20개비(36갑)가 들어 있는 셈이다. 특히 조사 제품의 45%가 최대 4배까지 니코틴 표시량과 실제 함량이 달랐다.

미국 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 담배통제센터의 콘스탄틴 바르다바스 연구원은 전자담배를 5분만 피워도 기도에 수축과 염증 징후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는 의학 전문지 <흉부(Chest)>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건강에 문제가 없는 30명을 대상으로 20명은 니코틴 카트리지를 끼우고, 10명은 그것을 뺀 채 전자담배를 5분 동안 피우게 한 뒤 호흡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카트리지를 끼운 전자담배를 피운 그룹에서만 기도가 수축하고 염증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그는 전자담배가 실제로 금연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무도 모르므로 담배를 끊으려면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 같은 금연 보조제 등을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최종희 보건복지부 금연정책 TF팀장은 “니코틴 함량 표기만 믿고 소비자가 전자담배를 다량 흡입하면, 호흡장애, 의식 상실 등 위험에 처할 수 있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WHO “금연 장치로 인정 못해”

전자담배는 대부분 중국 생산 공장에서 제조되어 완제품이나 반제품 형태로 국내로 반입되므로 국내법으로 관리할 수 없다. 또 수입 및 판매업의 등록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제조부터 유통·판매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전자담배는 전량 수입품이다. 복지부는 앞으로 전자담배 성분의 안전 관리 규정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유해 성분이 검출된 제품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담배를 적법한 금연 장치로 인정할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발암물질과 독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시험 결과를 발표해 전자담배를 식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 이를 신종 마약류로 분류하고 자국 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니코틴이 있는 전자담배를 의약품으로 보고 약사법으로 관리 중이지만 현재까지 전자담배를 승인한 사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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