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식사하면 ‘언제나 청년’
  • 박건영│부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 승인 2012.01.16 16: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식하면 활성 산소 줄어 몸 튼튼…항산화 효과 큰 채소·과일 자주 먹어야

적은 밥에 각종 채소를 골고루 먹으면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사람은 태어나고 적당한 기간 살다가 결국 병에 걸려 죽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이 과정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는 것은 모든 사람의 꿈이다. 몇 가지에 주의를 기울이면 이 꿈을 이룰 수 있다. 노화 속도는 유전적 요인과 생활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데, 3 대 7로 생활 환경적 요인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유전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생활 환경적 요인을 잘 조절하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다른 동년배보다 젊게 살 수 있다.

생활 환경적 요인으로는 영양, 운동, 스트레스, 환경 오염, 흡연, 음주, 생활 양식 등이 있다. 모두 중요한 요인이지만 나라마다 중점을 두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장수 국가인 일본은 소식(小食)을 장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여긴다. 미국인은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조깅, 에어로빅, 헬스 등에 주안점을 둔다. 반면 한국인은 신비한 약초가 있는 보약에 관심이 많고,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지 먹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노화를 방지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음식과 생활 양식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산화 작용을 하는 음식이다. 강한 쇠도 공기와 오래 접촉하면서 녹이 슨다. 사람의 신체도 산화되는데, 이것이 노화이다. 겉으로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피부에 주름이 생긴다. 내부에서는 생체 기능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폐, 신장, 심장, 신경계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암, 심장질환, 당뇨, 중풍, 치매, 동맥경화가 생긴다.

이런 현상의 핵심에 활성 산소가 있다. 활성 산소는 과식, 과격한 운동, 스트레스, 흡연 등으로 생긴다.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활성 산소는 면역력 저하를 촉진한다. 또 유전자, 단백질, 지질을 손상하기 때문에 세포 기능이 저하됨은 물론, 암이나 질환에 잘 걸리는 신체 환경을 만든다.

활성 산소를 손쉽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소식이다. 식사량을 줄이는 소식은 운동, 보약, 항산화제보다 훨씬 효과적인 결과를 보인다. 소식은 호르메시스(hormesis) 현상을 나타낸다. 초식 동물은 어릴 때부터 독성이 있는 풀잎을 먹으면서 면역력을 기른다. 의도적으로 몸 안에 내성을 만드는 것이다. 적은 양의 독에 노출될 때 우리 몸에는 오히려 생체 기능에 유익한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호르메시스 현상이다.

사람에게도 이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 몸은 음식을 충분히 먹을 때보다 소식할 때 적은 양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면역력을 높이고 염증과 활성 산소를 감소시키려고 한다. 따라서 몸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쥐 실험에서 확인된 바 있다. 충분한 양의 음식을 먹은 쥐는 하루에 2백m 정도 뛰었다. 그런데 40%를 절식한 쥐는 4km, 즉 20배나 많이 뛰었다. 절식한 쥐는 호르몬 분비가 정상을 유지하고 지방 대사도 활발하고, 면역력도 강해졌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최근 네덜란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보면 10주 동안 20% 절식하면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 지방이 감소하고 동맥경화도 많이 좋아졌다.

어느 정도가 소식에 해당할까? 사람의 체중과 활동량에 따라 음식량이 다르므로 얼마라고 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현재 식사량의 3분의 2 정도가 바람직하다. 옛 조상들이 밥을 8할만 먹으라고 한 것에는 과학적인 안목이 담겨 있었던 셈이다.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을 소식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섭취하는 전체 열량(칼로리)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패스트푸드를 먹지 말라는 이유는 칼로리가 높기 때문이다.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면 비만이 된다. 소식은 비만을 예방함으로써 대장암, 유방암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규칙적으로 하루 세 끼를 챙기되, 저녁 식사를 가장 적게 먹어야 한다. 물론 야식은 피해야 한다.

우리 몸은 산화 작용을 막기 위해 항산화 효소(수퍼옥사이드 디스뮤타제, 카타라제, 글루타치온 펄옥시다제, 글루타치온 리덕타제)를 만들어낸다. 이 효소가 풍부할수록 암이나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 효소가 감소한다. 따라서 항산화 효소의 감소를 억제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장수의 비결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글루타치온 펄옥시다제는 과산화 지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이 효소는 셀레늄(Se)을 필요로 하므로 이 성분이 많은 곡류, 해조류, 마늘, 버섯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직접 항산화 효과를 보이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진시황제가 찾았던 불로초는 없지만, 불로 음식은 있는 셈이다. 그것은 채소와 과일이다. 채소와 과일에는 파이토 케미걸이라는 영양 의약 물질이 들어 있다. 파이토는 그리스어로 식물, 케미컬은 화학물질을 의미한다. 즉, 파이토 케미컬은 식물의 항산화 물질이다. 이 물질은 채소와 과일의 천연색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검정색 또는 청색에는 안토시아닌, 토마토 붉은색에는 라이코펜, 케일과 풋고추의 녹색에는 엽록소, 당근과 호박에 많은 카로틴 같은 성분들이 항산화 작용을 한다. 또 비타민 A, C, E 플라보노이드(식물성 페놀화합물)가 몸에서 생기는 활성 산소를 제거해 궁극적으로는 노화를 억제한다.

암 진행 단계별로 유익한 음식은?

요즘 장수의 최대 걸림돌은 암이다. 국내 암 발생이 급격히 늘어나 성인 세 명 중 한 명은 암에 걸릴 확률이 있다고 한다. 암을 예방하려면 암을 일으키는 원인을 알고 이를 멀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유전적인 요소를 제외하면 암은 음식, 흡연, 발암물질, 자외선, 방사선, 염증,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한다. 암 발생에 흡연이 30% 정도 영향을 미친다면 음식은 30~60%까지 차지한다. 특히 붉은색 육류, 동물성 지방, 염분, 음식물에서 생긴 발암물질(탄 음식, 튀긴 음식 등), 비만 등이 위험 요소이다. 스트레스와 노화는 그 자체가 암을 유발하지는 않더라도 면역력을 떨어뜨리므로 암에 대한 저항력을 약하게 만든다.

암은 단계적으로 발생한다. 초기 발암 단계는 발암물질에 의해 1~2일 사이에 개시 세포가 생기는 시기이다. 10년 이상 자극을 받는 촉진 단계에 들어서면 개시 세포가 전암 세포로 발전한다. 여기서 다시 1년 정도 지나면서 악성 암세포로 진화하는 진행 단계로 진입한다. 이런 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음식을 이용하면 암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배추, 양배추, 케일, 브로콜리 등의 십자학과 채소와 마늘과 녹차 등이 그런 역할을 한다.

촉진 단계에서는 활성 산소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황화합물(양배추, 마늘, 양파, 무), 카로틴(당근, 시금치, 부추, 호박), 비타민C(딸기, 레몬, 파슬리, 귤), 비타민E(참기름, 들기름, 아몬드, 올리브, 현미), 폴리페놀류(적포도주, 참깨, 녹차, 생강), 라이코펜(토마토)이 좋다. 진행 단계에서는 P53라는 종양 억제 유전자 활성화와 아폽토시스(암세포 자살) 유도가 중요하다. 제니스테인(두부, 된장, 청국장), 레스베라트롤(포도), 베타-시토스테롤(배추 등 채소)이 좋다.

최근에 급증하는 대장암은 육류와 동물성 지방을 과잉 섭취하는 것이 원인이다. 따라서 붉은 육류를 먹을 때에는 깻잎, 상추, 케일 등 녹황색 채소를 같이 먹어야 암 예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한편, 유산균은 면역 증강뿐만 아니라 항암, 항비만, 항알레르기 효과가 있다. 최고의 유산균 음식은 김치인데, g당 1억 마리 이상의 유산균이 있어서 대장 건강뿐만 아니라 장수에도 큰 역할을 한다. 다만 이런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연구 결과, 김치만 먹은 사람보다 운동을 병행한 사람에게서 더 큰 효과가 나왔다. 

 ‘운동+편한 마음’이 보약  

운동을 병행하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평소 먹는 음식 양에서 10%가량을 절식한 쥐에게 운동을 시켰더니 40% 절식한 쥐와 비슷하게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나이가 들면 근육량이 줄어들고 신진대사가 느려지는데, 운동은 근육량 소모를 억제하고 신진대사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으로 보인다.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 중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정신적 안정이다. 면역력이 강해진다는 것은 암세포를 죽이는 자연 살해 세포가 활성화된다는 것과 의미가 통한다. 이 세포의 활성화는 정신적 안정과 연관성이 크다. 따라서 걱정, 미움, 분노를 버리고 사랑하는 마음, 긍정적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무병장수에 필수 조건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