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다양한 ‘상차림’으로 설맞이 인사
  • 이지강│영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2.01.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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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퀸> <부러진 화살> <페이스메이커> <네버엔딩 스토리> 등 개봉…<미션임파서블4>의 흥행 끝낼 수 있을지 주목

ⓒ CJ엔터테이먼트 제공

<미션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이하 <미션임파서블4>)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12월15일 개봉한 이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이 작품은 개봉 28일 만에 6백5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1월11일에도 개봉작인 <장화 신은 고양이>를 제치며 1위를 차지해 당분간 흥행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션임파서블4>와 맞대결한 한국 영화 <마이웨이>와 <퍼펙트 게임>은 위세에 눌려 좌초하고 말았다. 특히 초대작 블록버스터 <마이웨이>의 흥행 실패는 한국 영화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션임파서블4>의 현재 기세로는 설 연휴에도 흥행 선두를 노릴 만하다. 이 작품의 흥행 곡선을 살펴보면 지난여름 극장가를 지배했던 <최종병기 활>이 떠오른다. <최종병기 활>은 여름 극장가를 넘어 추석 연휴까지 흥행세를 지속한 바 있다. 추석 연휴 1주 동안 <가문의 영광4> 때문에 2위로 밀려났지만 다음 주 1위를 탈환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최종병기 활>로 인해 추석 연휴 야심차게 개봉했던 <푸른 소금> <통증> <챔프> 등은 씁쓸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흥행 추세라면 설 연휴 극장가는 <최종병기 활>의 자리만 <미션임파서블4>로 바뀐 추석 연휴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흥행의 중심에 있는 작품이 할리우드 대작이라는 점이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설 연휴 개봉작을 살펴보면 한국 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션임파서블4>가 1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한국 영화 개봉작이 힘을 쓰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마이웨이> <퍼펙트 게임>에 이어 설 연휴 개봉작까지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면 한국 영화계 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설 연휴를 앞둔 1월18~19일에는 네 편의 한국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댄싱퀸> <부러진 화살> <페이스메이커> <네버엔딩 스토리> 등 모두 다양한 소재와 장르로 무장한 작품들이다. 언론 시사를 통한 반응도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 설 연휴 극장가 선두 자리를 두고 다툴 만한 작품들이라는 평가이다. 관객으로서는 고향에서 맛보는 명절 밥상만큼이나 다양한 상차림을 극장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다들 호평받고 있지만, 관객 분산시킬까 우려도

ⓒ 롯데엔터테이먼트 제공
<댄싱퀸>은 ‘명절에는 역시 코미디’라는 말을 증명할 만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 영화는 평범한 생계형 인권 변호사에서 일약 서울시장 후보까지 오르게 된 황정민과 오랫동안 꿈꿔왔던 댄스 가수의 기회를 잡으려던 찰나 서울시장 후보의 아내가 되는 바람에 곤경에 처한 엄정화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보여주었던 두 주연 배우의 앙상블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고 있다. 코미디에 재능을 보여온 ‘윤제균 사단’의 야심작이라는 점이 기대감을 높인다. 코미디보다 더 웃긴 현 정치 상황과 일반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흥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 안성기와 정지영 감독이 <하얀전쟁> 이후 20년 만에 손을 잡은 <부러진 화살>은 <도가니>가 거둔 의외의 성과를 이어가겠다는 각오이다. 2007년 한 대학 교수가 부장판사를 대상으로 벌인 ‘석궁 테러 사건’을 영화화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 어두운 면면을 진지하게 파헤치는 법정영화라는 점에서 <도가니>와 닮아 있다. 오랜만에 단독 주연을 맡은 안성기의 열연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첫선을 보인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마라톤을 소재로 한 휴먼 드라마 <페이스메이커>도 기대작이다. 동료를 위해 30km까지만 페이스를 조절해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부상으로 인한 은퇴를 앞두고 처음으로 완주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연기를 위해서 온몸을 혹사시키는 것도 감수하는 연기파 배우 김명민이 열연을 펼쳤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미 한번 성공한 소재를 이용해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면에서 <마이웨이>가 떠오른다는 것은 악재이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녀가 위시리스트(갖고 싶은 물건의 리스트)를 함께 실행하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이다. 죽음이라는 다소 어두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밝고 명랑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와 같이 설 연휴 개봉작은 관객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만한 작품들이 포진했다. 네 편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특출한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영화끼리 흥행 싸움을 하다가 <미션임파서블4>가 어부지리로 박스오피스 맨 윗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한국 영화 기대작 네 편이 <미션임파서블4> 장기 흥행의 희생양이 될지, 아니면 이를 종결지을지가 흥미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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