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권력 군부 핵심 4인방이 떠받친다
  • 감명국 기자·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1.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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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안착할지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뜨겁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은 역시 그의 군부 장악 능력이다. 김정은의 본격 등장 이후 많은 언론 매체가 ‘김정은 시대의 핵심 실세들’을 언급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북한의 현재 고위급 인사들에 국한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김정은 시대의 파워엘리트들은 군부에 집중적으로 포진하고 있다. 리영호·김정각·김원홍·우동측 등 김정은이 사실상 권력 세습을 준비할 때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신진 인사들을 포함해 김정은 시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김정은 시대의 파워엘리트’들을 살펴보았다.

김정은이 새해 첫날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부대를 시찰해 부대 장병들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 AP 연합
김정은은 준비된 권력자였다. 지난해 12월17일 김정일의 사망 이후 국내외의 많은 우려에도 비교적 북한은 평온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내부는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중심으로 단합을 강조하고 있고, 중국은 ‘김정은 체제’를 발 빠르게 인정하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 역시 “현재는 총사령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군부 직함만 있지만…(중략) 북한과 회담을 하면서 그에 합당한 직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분과 회담을 하게 될 것”(1월5일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 발언)이라며 사실상 김정은을 인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12월30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김정은을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했다. 당 총비서직도 올해 안에 맡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은 역시 그의 군부 장악 능력일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시대의 파워엘리트 역시 군부를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체제의 본격 등장 이후 많은 언론 매체에서 ‘김정은 시대의 핵심 실세’들을 언급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북한의 현재 고위급 인사들을 언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여기서는 북한의 새로운 권력자인 김정은이 사실상 지난 2006년 말, 2007년 초부터 이미 권력 세습을 준비하면서 그때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신진 인사들을 포함해 향후 김정은 시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김정은 시대 파워엘리트’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리영호 군 총참모장은 김정은의 ‘오른팔’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의 군부 최측근 인사이다. 1942년생인 리영호는 강원도 통천군 출신으로 2002년 4월 인민군 중장(한국의 소장에 해당)으로 승진한 지 1년5개월 만인 2003년 9월 인민군 상장(한국의 중장에 해당)으로 초고속 승진하고 평양방어사령관에 임명되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리영호를 장성택 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장의 ‘오른팔’로 간주하지만, 리영호가 평양방어사령관이라는 중책에 임명된 시기는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가 북한 체제에서 사실상 제2인자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였다. 또한 황장엽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한국 국회에서 김정일 사후 장성택이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이후 장성택과 그의 측근들이 정치적으로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던 시기였다. 그러므로 리영호는 장성택의 ‘오른팔’이 아니라 고영희의 측근 군부 인사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리영호는 ‘장성택 사람’ 아닌 ‘고영희 사람’

고위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리영호를 추천한 인물은 오극렬 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고 한다. 리영호는 군부 내에서도 특정 파벌에 속해 있지 않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하며 리더십이 출중해 2009년 2월에는 김정은의 군대에 대한 명령 지휘 체계 수립을 위해 총참모장에 임명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009년 5~6월께에 북한군 내에서 학습 자료로 사용된 대외비 문건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의 위대성 교양 자료>는 김정은의 ‘영군 체계(군대에 대한 영도 체계)’ 수립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김정일이 2009년 2월11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은 김정은이 ‘수령의 후계자’로 결정된 지 약 1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바로 이날 김정일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결정으로 리영호 평양방어사령관을 군 총참모장에 임명하는 등 군 상층부에 대해 중대 개편을 단행했다.

리영호는 군대에 대한 김정은의 명령 지휘 체계를 수립하면서 2009년 하반기에는 김영춘 인민무력부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실세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9월 개최된 당대표자회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직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직에 임명되어 군부 인사 중 최고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과거 김정일의 공개 활동 사진을 보면 리영호가 거의 항상 김정은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 이같은 사실도 그가 김정은의 군부 최측근 인사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김정각은 김정은의 ‘왼팔’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김정은의 군부 최측근 인사이다. 1941년생인 김정각 대장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출신으로 1992년에 인민무력부 부부장에 임명되었으며, 2007년 10월께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에 임명되어 병으로 업무를 보지 못하는 조명록 총정치국장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김정각은 2007년 김정일의 공식 활동에 6회 수행했으며, 2008년에는 11회, 2009년에는 30회, 2010년에는 40회 수행함으로써 군부 인사들 중에서는 현철해·리명수 대장에 이어 수행 횟수 3위를 차지했다.

김정각은 2009년 1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된 후 그의 군부 엘리트 장악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면서 같은 해 4월 국방위원직에 선출되었고, 리영호와 함께 군부 실세로 부상하게 되었다. 김정각은 2010년 9월 개최된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직에 선출되었는데, 당규약 개정을 통해 군 총정치국의 위상이 ‘당 중앙위원회 부서와 같은 권능을 가지고 사업’할 수 있게 격상되었으므로 그의 실제 영향력은 정치국 후보위원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같은 시기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장성택 행정부장과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이 실제로는 다른 정치국 후보위원이나 위원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김정은의 군부 장악력 더욱 강해질 듯

군 총정치국의 핵심 간부들 중 김원홍 조직 담당 부국장의 역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원홍은 1995년 평양방어사령부 정치위원, 1997년 7군단 정치위원을 거쳐 2003년 7월부터 보위사령관직을 수행했다. 김원홍이 보위사령관에 임명된 시점에 고영희가 막강한 영향력을 떨쳤던 점에 비추어볼 때 김원홍도 고영희의 군부 측근 인사였을 가능성이 있다. 김원홍은 2009년 2월 김정은의 군부 장악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군 총정치국에서 제1부국장 다음으로 중요한 조직 담당 부국장에 임명되었다. 김원홍은 2009년 4월 인민군 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10년 9월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는 당 중앙군사위원에도 임명되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그의 이름이 김경옥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군사 담당 제1부부장 바로 다음에 호명된 것은, 그가 김경옥의 지도하에 군 총정치국에서 군부 엘리트들의 조직과 인사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2008년 8월 뇌혈관계 이상 이후 엘리트들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진 김정일은 2009년 3~4월경 김정은을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해 자신을 대신해서 엘리트들을 감시하게 하고, 김정일 사후에도 김정은이 엘리트들을 확고하게 장악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군사 조직인 국가안전보위부의 우동측 부부장이 김정은의 보위부를 통한 엘리트 장악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우동측은 2009년 4월 인민군 상장으로 승진하고, 국방위원에 임명된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으로 승진하고, 2010년 4월에는 인민군 상장에 임명된 지 단 12개월 만에 인민군 대장에 임명되는 초고속 승진을 보였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된 후 보위부는 국경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이후 신규 탈북자 수가 급감하게 되었고, 탈북자 가족 색출 등 주민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군부의 핵심 실세들인 리영호 군 총참모장과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원홍 군 총정치국 조직 담당 부국장 그리고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이 모두 김정은의 핵심 측근들이어서 현재 그의 군부 장악력은 매우 확고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 중앙위원회에서도 조직지도부에서 군부 엘리트들의 조직 생활과 인사를 담당하는 황병서 부부장과 오일정 민방위부장(또는 군사부장) 등이 2009년 9월27일 중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단 6개월 만인 2010년 4월13일 상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등 급부상하고 있어 앞으로 김정은의 군부 장악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섭정설 나도는 장성택도 ‘김정은 시대 파워엘리트’ 중 한 명일 뿐  

북한에서 이미 김정은이 당과 군대의 제1인자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국제 사회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그의 실제 영향력을 낮게 평가하고,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하거나 마치 ‘섭정’이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어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김정은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의 ‘수렴청정’을 얘기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지난 12월28일 김정일 영결식을 보며 “장성택이 김정일 위원장 와병 이후부터 사망 이전까지 줄곧 국정 운영을 곁에서 보좌하며 사실상 국정을 대리 운영해왔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2009년 1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된 이후 장성택이 주로 비군사 분야에서 김정은의 파워엘리트 장악에 많은 조언을 하고 후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정은의 군부 장악에는 관여하지 못했다. 당시부터 현재까지 김정은의 군부 장악을 보좌한 인물들은 리영호 군 총참모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원홍 군 총정치국 조직 담당 부국장 등이다. 군부와 공안 기관에서는 2009년부터, 당 중앙위원회와 다른 권력 기관에서도 2010년부터 김정은을 거쳐 김정일에게로 보고가 올라갔기 때문에 김정일의 국정 운영을 곁에서 보좌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장성택이 아니라 김정은이었다.

북한의 권력자로 치밀하게 준비되기는 했으나, 김정은이 당분간 그의 고모나 고모부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김경희와 장성택의 향후 역할이 주목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의 핵심 실세들을 모두 장성택의 ‘최측근’인 양 간주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한 전문가는 최근에 “김정은 후계 체제 구축 과정에서 이뤄진 거의 모든 인사는 김위원장 와병 이후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고 국정을 운영해온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정은 후계 체제에서 급부상한 리영호 군 총참모장은 장성택의 ‘분신’ ‘오른팔’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측근으로 꼽힌다”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장성택은 지난 2003년 7월4일 이후 모든 공개 활동이 갑자기 중단되었고, 이후 2004년 3월께에 그는 ‘종파(파벌) 행위’와 ‘권력 남용’ 등으로 직무 정지되었다. 이때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 역시 모두 좌천되거나 해임되는 운명에 처했다. 하지만 지난 12월28일 김정일의 영결식 때 영구차를 호위한 이른바 ‘7인방’ 중 김기남, 최태복,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 등 그 누구도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함께 처벌받은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리영호는 장성택의 공개 활동이 중단된 이후인 2003년 9월에 평양방어사령관에 임명되는 등 이 시기에 오히려 초고속 승진을 했다. 김원홍 군 총정치국 조직 담당 부국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 체계’ 확립과 장성택의 ‘섭정’은 양립이 불가능하다. 김정은은 2009년 1월 후계자로 결정된 후 북한의 파워엘리트 인사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었고, 장성택은 조언하는 위치에 있었다. 김정은의 군부 엘리트 인사에는 장성택이 거의 관여하지 못했고,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주로 보좌했다. 현재 장성택은 리영호 군 총참모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 조직지도부 부부장들과 함께 김정은을 보좌하면서 그의 인사 및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파워엘리트 중의 한 명이라는 지적이 더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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