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정설 나도는 장성택도 ‘김정은 시대 파워엘리트’ 중 한 명일 뿐
  • 감명국 기자·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1.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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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이미 김정은이 당과 군대의 제1인자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국제 사회와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그의 실제 영향력을 낮게 평가하고,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하거나 마치 ‘섭정’이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어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김정은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의 ‘수렴청정’을 얘기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지난 12월28일 김정일 영결식을 보며 “장성택이 김정일 위원장 와병 이후부터 사망 이전까지 줄곧 국정 운영을 곁에서 보좌하며 사실상 국정을 대리 운영해왔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2009년 1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된 이후 장성택이 주로 비군사 분야에서 김정은의 파워엘리트 장악에 많은 조언을 하고 후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정은의 군부 장악에는 관여하지 못했다. 당시부터 현재까지 김정은의 군부 장악을 보좌한 인물들은 리영호 군 총참모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원홍 군 총정치국 조직 담당 부국장 등이다. 군부와 공안 기관에서는 2009년부터, 당 중앙위원회와 다른 권력 기관에서도 2010년부터 김정은을 거쳐 김정일에게로 보고가 올라갔기 때문에 김정일의 국정 운영을 곁에서 보좌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장성택이 아니라 김정은이었다.

북한의 권력자로 치밀하게 준비되기는 했으나, 김정은이 당분간 그의 고모나 고모부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김경희와 장성택의 향후 역할이 주목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정은 시대 북한의 핵심 실세들을 모두 장성택의 ‘최측근’인 양 간주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한 전문가는 최근에 “김정은 후계 체제 구축 과정에서 이뤄진 거의 모든 인사는 김위원장 와병 이후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고 국정을 운영해온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정은 후계 체제에서 급부상한 리영호 군 총참모장은 장성택의 ‘분신’ ‘오른팔’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측근으로 꼽힌다”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장성택은 지난 2003년 7월4일 이후 모든 공개 활동이 갑자기 중단되었고, 이후 2004년 3월께에 그는 ‘종파(파벌) 행위’와 ‘권력 남용’ 등으로 직무 정지되었다. 이때 장성택의 핵심 측근들 역시 모두 좌천되거나 해임되는 운명에 처했다. 하지만 지난 12월28일 김정일의 영결식 때 영구차를 호위한 이른바 ‘7인방’ 중 김기남, 최태복, 리영호, 김영춘, 김정각, 우동측 등 그 누구도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함께 처벌받은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특히 리영호는 장성택의 공개 활동이 중단된 이후인 2003년 9월에 평양방어사령관에 임명되는 등 이 시기에 오히려 초고속 승진을 했다. 김원홍 군 총정치국 조직 담당 부국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 체계’ 확립과 장성택의 ‘섭정’은 양립이 불가능하다. 김정은은 2009년 1월 후계자로 결정된 후 북한의 파워엘리트 인사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었고, 장성택은 조언하는 위치에 있었다. 김정은의 군부 엘리트 인사에는 장성택이 거의 관여하지 못했고,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주로 보좌했다. 현재 장성택은 리영호 군 총참모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 조직지도부 부부장들과 함께 김정은을 보좌하면서 그의 인사 및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파워엘리트 중의 한 명이라는 지적이 더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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