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색깔 내기’ 속도 붙이나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1.0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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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회장, 연말 인사 통해 ‘경영 본색’ 드러내…“지주사 회장이 은행 인사까지 좌우” 불만도

KB금융지주 본사 건물 현관. ⓒ 시사저널 이종현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색깔 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 발표한 국민은행 부행장 인사가 ‘신호탄’이 되었다. 국민은행은 이날 10명의 부행장 중 다섯 명을 교체했다. 승진한 부행장 중에는 부장급도 끼어 있었다. 본부장을 건너뛰고 부행장으로 파격 승진한 것이다. 국민은행측은 “기존의 연공서열 대신 실무 중심 인사로 전환하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되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어회장의 ‘제왕적 경영’ 관행이 이번 인사를 통해 본격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고 및 지방대 출신을 인사에서 모두 배제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행장 10명 중 일곱 명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으로 바뀌었다. 지주에 줄서지 않으면 영업을 잘해도 승진할 수 없다는 걱정이 팽배해 있다”라고 지적했다.

향후 주가 회복·계열사 체질 개선 여부 주목

어회장은 지난 2010년 7월 취임 이후 조직 슬림화에 공을 들여왔다. 한시적인 최고 의결 기구인 그룹 변화 혁신 TFT(이하 TFT)를 통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3천명 정도가 명예퇴직 형식으로 은행을 떠났다. 본점 인력 역시 대거 지점으로 발령을 냈다. 덕분에 경영 지표는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무엇보다 경영 효율성 지표인 영업이익 경비율(CIR·Cost Income Raito; 은행이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썼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 58%에서 38%로 20% 가까이 낮아졌다. 서영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CIR은 총이익 대비 판매 관리 비용으로 외국인 투자의 척도가 된다. CIR이 개선된 만큼 경영 효율성이 좋아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뒷말도 적지 않았다. 어회장은 최근 지주사의 전략·기획 업무를 대폭 강화했다. 기존 은행의 전략·기획 업무를 지주사로 이관하고 은행의 전략기획부를 기획조정부로 축소시켰다. 이 과정에서 어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지주사 임원들을 대거 은행으로 내려보내면서 내부 반발이 컸다. 이번에 승진한 강용희 영업그룹 부행장이나 남훈 기획조정본부장 역시 지주사 출신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전임 황영기 회장 때는 강정원 행장을 인정했다. 은행을 제외한 계열사만 지주사에서 핸들링했다. 은행장이 아닌 지주사 회장이 은행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귀띔했다.

국민은행이나 KB금융지주측은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면서도 “오해가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승진한 다섯 명의 부행장 중에는 숭실대와 동국대 출신도 포함되어 있다. 학벌 위주의 인사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라고 해명했다. 지주측은 어회장을 겨냥한 국민은행 노조의 ‘발목 잡기’가 도를 넘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 지주사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민병덕 행장 주도로 진행되었다. 노조에서 어회장을 압박하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계기로 어회장의 경영 구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이다. 어회장의 임기는 현재 1년 반 정도가 남아 있다. 나머지 임기 동안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자기 사람’이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든 어회장의 구상이 인사에 반영되었을 것으로 업계에서 보는 이유이다.

국민은행의 은행장 선출 권한을 가진 ‘행추위(행장 추천위원회)’는 ‘대추위(계열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로 바뀌면서 지주사에 흡수되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강정원 전 행장이 지주사 회장을 대행하면서 시스템을 바꾸어놓았다. 은행장뿐 아니라 계열사 대표의 선임권까지 지주사로 넘어가 있는 상태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 황영기 전 회장이 금감원 제재로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당시 지주사 부회장으로 있던 강정원 전 행장이 회장직을 대행했다. 이때 대추위 기능을 지주사로 넘겼다. 어회장 입장에서는 은행을 포함한 계열사 대표의 선임권까지 지주사에서 확보하고 있는 셈이어서 그동안 구상해놓은 경영 계획을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주가 부양을 위한 여러 조치가 우선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취임 이후 어회장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주가였다. 경영 성과는 그동안 많이 개선되었다. 주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취임 초 6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현재 3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로 은행주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신한이나 하나금융 역시 20% 초반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KB금융의 주가 하락률은 두 배 규모인 39.54%에 달한다. 어회장 취임 이전의 주가와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최근 3년간 주가 성장률은 각각 38.12%와 64.10%에 달한다. 반면 KB금융은 1.34%에 그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룹 내에서는 CIR이 회복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토로한다. 취임 초만 해도 30%대로 하락했던 KB금융의 CIR이 최근 50%대로 다시 치솟고 있다. 이를 낮추기 위한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이 은행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인수·합병도 본격적으로 추진할지 관심 모아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2월23일 파격적인 부행장 인사를 발표하면서 국민은행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 연합뉴스
어회장의 ‘M&A(인수·합병) 행보’가 본격화될지 여부도 관심거리이다. 어회장은 취임 초부터 공격적인 M&A를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4대 천왕’으로 불리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메가뱅크 신봉자여서 은행권의 ‘빅뱅’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유력한 인수 대상 후보였던 외환은행은 김승유 하나은행장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어회장의 입장에서는 M&A를 위한 입지가 많이 축소된 상태이다.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는 계열사 M&A를 통해 체질 개선을 먼저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증권이나 생명, 카드 계열사를 안정시킨 뒤에 은행 M&A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어회장은 특히 생명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교보생명과 동양생명을 M&A 대상으로 눈여겨보았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상태이다. 신회장과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지분을 모두 인수해도 2대 주주에 불과하다. 동양생명 역시 방카슈랑스 비중이 높아서 현재는 인수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유보금을 포함한 총알만 현재 6조원 정도를 확보하고 있다. 계열사들의 체질을 개선하면서 유럽 등 해외 은행에 대한 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라고 귀띔했다. 어회장도 신년사에서 “그룹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해외 현지에서의 인수·합병을 통한 신시장 개척이라는 전략적 방향성을 견지하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반환점을 돌아선 어윤대 회장은 각종 불협화음을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국민은행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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