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수놓은 ‘전통’세계도 그 멋에 반했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2.01.0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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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 명장 김현희씨

ⓒ 시사저널 박은숙
자수 명장 김현희씨(66)는 평생 바느질을 해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자수에 빠져 한평생을 보냈다. 바늘을 한번 잡으면 몇날 며칠을 그 자세 그대로 하다 보니 욕창이 생기고 팔과 목이 뻗뻗해져 고통을 받았다. 나이가 들면서는 뼈가 부러지고 고관절이 나가서 바닥에 앉아서 작업을 못하게 되어 우울증이 왔을 때에도 결국은 “자수가 예쁘고 수를 놓는 것이 기쁘기 때문에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라고 한다. 

전통 자수 작품을 두루두루 하던 그가 보자기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6년부터다. 1992년에는 보자기로 한국전승공예대전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1994년에는 수보와 조각보를 결합한 ‘화문수 조각보’로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비단 조각 1백28장을 이어붙인 뒤 그 위에 화병을 수놓은 작품이었다.

그는 전통 자수 기법을 고수하지만 문양이나 응용에서는 창조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지난 1월6일부터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에서 그는 전통 기법으로 새롭게 창조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요구하는 그의 작품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세계인에게도 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그의 자수 작품집이 책으로 발간되어 1999년 초판만 1만부를 찍었고 5쇄 이상 나갔다. 그의 자수 작품에 반해 한국말을 배워서 유학 온 일본인도 있다. 한국 주재원으로 왔던 외국인들이 그의 전시를 보고 미국에서 전시회를 하고 시애틀 박물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품으로 사갔다. 오는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있을 전시회도 그런 인연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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