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 비대위원에게 불거지는 왕십리 민자 역사 의혹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01.09 11: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나라당 비대위원 된 비트컴퓨터 회장, 자신이 대주주인 왕십리 민자 역사에서 각종 의혹 불거져

1월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4차 회의에 참석한 조현정 비상대책위원(왼쪽)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모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이종현

국내 벤처 1호인 비트컴퓨터 창업자이고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지낸 상징성으로 한나라당 비대위원으로 영입된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에 대해 새로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시사저널>은 제1151호(2011년 11월8일자)‘말 많은 민자 역사, ‘왕십리’ 너마저?’ 기사를 후속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비트컴퓨터는 국내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조위원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0년에는 사재 20억원을 들여 ‘조현정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조위원은 한나라당 비대위원에 전격 발탁된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비트컴퓨터주가는 비대위가 구성된 지난해 12월27일 이후 연일 상종가를 치면서 1월5일 현재까지 세 배 가까이 폭등했다. 조위원이 보유하고 있는 비트컴퓨터 지분(27.70%)의 평가액도 단 며칠 사이에 100억원 이상 늘어났다.

‘기업인’으로만 살아온 그가 비대위에 참여한 것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측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었다고 한다. 조위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몇 번이나 (비대위원을) 고사했지만 나 하나 때문에 비대위 구성이 늦어지는 것 같아 결국 승낙했다. 벤처를 활성화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 비대위가 나를 선택한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나를) 이력이 깨끗한 진정성 있는 인물로 봐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곳에서 조위원과 관련한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왕십리 민자 역사가 있다. 왕십리 민자 역사는 비트컴퓨터가 코레일과 공동으로 만든 역사이다. 민자 역사는 코레일이 선정한 민간사업자가 역사를 신축해 기부 체납하고 기타 상업 시설을 30년간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왕십리 민자 역사의 경우 비트컴퓨터가 2000년께 주관 사업권을 인수한 후 비트플렉스라는 업체를 만들어 완공했다.

문제는 왕십리 민자 역사 운영과 관련해 횡령·사기 등 비트플렉스의 비리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또한 왕십리 민자 역사는 아직까지도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해 단전·단수가 될 위기에 놓인 채 선의의 피해자들인 1백50여 개 입점주들이 곧 거리에 나앉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비트플렉스는 지분 구조나 실제 임원 구조상에서 사실상 조위원의 영향력하에 있는 회사이다. 현재 비트플렉스의 지분은 코레일이 28.7%, 비트컴퓨터가 22.8%, 조위원이 18.34%를 보유하고 있다. 조위원이 창업주인 비트컴퓨터의 지분까지 합칠 경우 조위원의 지분은 40%를 넘어선다.

또한 비트플렉스의 등재이사에는 조준래 대표이사, 코레일 퇴직 임원 두 명, 비트컴퓨터 신사업개발팀장인 장 아무개씨 등과 함께 개인 대주주인 조위원의 이름도 올라 있다. 비트플렉스의 실제 임원진에도 조위원의 측근들이 포진해 있다. 조위원의 친형인 조아무개씨가 전무이사를 맡고 있으며, 재무팀장은 비트컴퓨터 출신 김 아무개씨이다. 조전무는 등기부등본에 지배인으로 명기되어있기도 하다. 이처럼 조위원은 왕십리 민자 역사와 관련된 지금의 문제에 상당한 책임을져야 할 위치에 있다고 주변 관계자들은 증언한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관리비이다. 왕십리 민자 역사에 입점한 사업주들은 관리비가 실제 역사 관리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비트플렉스 회사의 운용 자금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소규모 입점주들로 구성된 비트플렉스 소상공인협회는 관리비 정상화를 촉구하며 1월분 관리비 납부를 보이콧하고 있는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1백50여 점포주들 거리로 나앉을 상황 몰려

<시사저널>이 입수한 비트플렉스의 관리비 부과 내역서를 살펴본 결과 여러 항목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소상공인들은 우선 관리비 항목에 비트플렉스 직원들의 급여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소상공인협회에 참여한 입점주 ㄱ씨는 “관리비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역사 관리에 사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실제 관리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비트플렉스 직원 2~3명을 제외하고는 관리비에서 그 회사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현재는 억대 연봉을 받는 임원들은 물론 기사,비서의 급여까지 우리가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비트플렉스 관계자는 “변명일 수도 있는데 비용 자체를 충당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또한 임대료 부분이 워낙 타이트하다 보니까 임대료만으로는 분할 상환하고 은행이자를 내기도 빠듯하다. 건물 보수를 하는데도 관리비에 부과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다 보면 항상 임대료가 없다. 민자 역사 특성상 그부분이 (관리비에)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관리비 명목에는 ‘접대비’라는 모호한 항목도 포함되어 있다. 비트플렉스 직원들의 회식 비용까지 입점주들이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비트플렉스측은 “회식 비용으로 쓴 것이 아니라 사업상 외부 인사와 접촉했을 때 사용된 비용이 포함된 것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리비에는 명백히 위법인 항목도 포함되어 있다. 재산세가 바로 그것이다. 입점주들은 매장을 임대한 것이기 때문에 재산세를 낼 필요가 전혀 없다. 더구나 왕십리 민자 역사는 배후 도로 미체납 문제로 준공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개장 후 지금까지 재산세(취득세)를 납부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지난 3년간 재산세로 거둬들인 최소 수억 원에 달하는 자금은 도대체 어디에 사용된 것일까? 이와 관련해 비트플렉스 관계자는 “통상 시행을 해서 분양한 경우 재산세는 건물주가 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30년간 임대한 것이기 때문에) 취득한 토지라든지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것이 없다. 임대를 하면서 돈을 남긴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입점주들에게 재산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왕십리 민자 역사를) 다른 민자 역사와 같은 맥락으로 봐서는 안 된다. 다른 민자 역사의 경우 계약 자체를 잘해서 1년에 몇백억 원씩 수익이 생기는 곳도 있다. 이미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던 곳에 지어진 민자 역사는 입점주가 (자발적으로) 요구해서 들어가는 것이고, 왕십리 민자 역사는 우리가 사정사정해서 입점한 경우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조건이 달리 붙을 수 있다.(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 민자 역사는) 임대료나 보증금을 충분히 확보해 놓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는 중소기업이다 보니 노하우도 없었고 단순히 시행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시행착오가 있었던 부분이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가 건물을 가지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재산세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침이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 밖에도 소규모 입점주들은 비트플렉스 측이 유통업체·영화관 등 대형 업체에게만 관리비를 인하해주는 특혜를 주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대형 업체에게는 관리비 중 특정 항목을 받지 않고, 이 부분을 소상공인들에게 ‘N분의 1’ 식으로 나눠서 부과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비트플렉스측은 “입점주들의 오해일 뿐이다”라고 항변했다. 비트플렉스 관계자는“대형 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른 민자 역사에서도 사용하는 기준을 우리도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분은 비트플렉스가 떠안았으며, 절대 다른 입점주들에게 부과하지 않았다. 입점주들에게 부과된 지난 3년간의 평균 관리비가 일정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라고 말했다.


조현정 위원은 “비트플렉스, 100% 투명하다”

하지만 실제로 소규모 입점주들은 관리비가 해를 거듭하면서 급증했다고 주장한다. ㄱ씨는 “우리 매장의 경우 환경 개선 부담금이 1년 사이에 15배 늘어났다. 전체 관리비가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매장도 있다.관리비가 천정부지로 뛰다 보니 관리비가 월 임대료만큼 커졌다. 월세를 두 번 내는 꼴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협회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관리비가 비트플렉스의 필요에 의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책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협회 관계자는 “비트플렉스측에서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관리비를 부과한다고 말하지만,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일례로 지난해 12월의 경우 소상공인협회가 관리비 문제를 걸고 넘어지자 관리비가 전달에 비해 50%나 내려갔다. 관리비가 임의적으로 부과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꼴이다”라고 비난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현정 비대위원의 친형인 조 아무개 전무에게 또 다른 횡령·배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왕십리 민자 역사의 관할서인 성동경찰서는 지난해 10월 초 조전무에게 출두 명령을 내리는 등 수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사저널>은 수사 진행 상황을 알고자 성동서에 문의했지만 담당 수사관은 언론의 관심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지난해 12월 중순 성동서 관계자에게 문의했을 당시만 해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지만, 조위원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에 참석한 후인 지난 1월4일께 다시 한번 확인을 요청하자 “언론 매체에서이와 관련한 확인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누군가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조전무에 대한) 고소·고발이 있기 전까지 성동서가 나서서 기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조전무가 받고 있는 혐의들은, 수사 협조를 위해 성동서에 다녀갔던 참고인 ㄴ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ㄴ씨는 현재 비트플렉스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파악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에 따르면 조전무는 비트플렉스가 공사를 발주한 공사 업체로부터 일정 금액을 차명 계좌로 입금받는 방법으로 회사 공금을 횡령했다.

ㄴ씨는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증빙 자료로 비트플렉스와 ○업체 간의 거래처 원장을 제시했다. 거래처 원장을 보면 비트플렉스는 지난 2011년 4월20일 ○업체에게 공사비로 2천7백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발주비가 입금된 계좌는 ○업체 법인 계좌가 아닌 ○업체 대표 부인의 개인 계좌이다. 또한 공사비가 입금된 지 이틀 후인 4월22일에는 ○업체 부인의 계좌에서 1천5백만원 상당의 돈이 조전무가 대표로 있었던 ㅂ업체 대표의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ㄴ씨는 “이러한 정황은 조전무가 지인들의개인 계좌를 통해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돈은 비트플렉스 입점자들의 관리비이며 비트플렉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코레일의 자산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조전무는 자신에게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음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조전무는 “구조조정을 하면서 나에게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있었다. 재활용품 및 폐기물 수거와 관련해 잡음이 있기도 했다. 이들이 악의적인 내용을 가지고 경찰서에 투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찰에 출두해 소명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 후 경찰에서도 다시 나를 찾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벌써 구속되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조현정 위원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특정 개인이 조전무를 음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문제가 있었다면 벌써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겠는가. 관리비 문제와 관련해서도 입점주들과 오해가 쌓인 것이다. 비트플렉스는 100% 투명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업주들 “운영사가 교체되기만 바란다”

그러나 왕십리 민자 역사에서 비트플렉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비트플렉스의 모회사인 비트컴퓨터가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격분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한 입점주는 “왕십리 민자 역사는 민자 역사 중에서 보기 드물게 성공한 케이스이다. 단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바로 비트플렉스이다. 우리 입점주들은 운영사가 하루빨리 비트플렉스에서 다른 업체로 교체되기만 바랄 뿐이다. 그동안 입점주들은 운영 실태를 몰랐기 때문에 참은 것 뿐이다. 문제가 불거진 이상 앞으로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한 입점주는 “조위원이 비대위에 들어간 후 비트컴퓨터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자기 회사만 잘되면 그뿐인가. 왕십리 민자 역사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같다. 여당의 비대위원에 오를 정도면 맡은 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왕십리 민자 역사 쇼핑몰 비트플렉스 전경

왕십리 민자 역사는 민자 역사의 모범 사례로 꼽힐 만큼 성공한 사업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왕십리 민자 역사는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속은 곪을 대로 곪은 상황이다. <시사저널>의 첫 보도가 있은 후 2개월여 만에 다시 찾은 왕십리 민자 역사는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한 채 경매 절차를 밟을 위기에까지 내몰린 상황이었다.

왕십리 민자 역사는 올해로 개장한 지 4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도 준공 승인을 받지 못했다. 준공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배후 도로를 기부 체납해야 하는데, 현재 운영사인 비트플렉스가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성동구청은 당초 지난해 12월31일까지 기부 체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비트플렉스에 대해 단전·단수 조치를 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동구청은 지난해 12월30일 왕십리 민자 역사에 2개월간 임시 사용 기간을 연장해주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배후 도로의 기부 체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비트플렉스가 (배후 도로에 위치한)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는 등 일정 부분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임시 사용 기간을 연장하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시 사용 승인은 말 그대로 ‘임시’일 뿐, 왕십리 민자 역사는 현재 2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과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 날씨 속에서 2개월 안에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준공 승인 문제는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비트플렉스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비트플렉스는 시공사였던 삼환기업에 약 3백억원의 공사비를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준공 승인이 나지 않아 금융권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환기업은 지난 1월5일 법원에 채권 실행 절차를 밟았다. 이렇게 될 경우 비트플렉스의 법인 통장에 있는 모든 자금은 삼환기업에게 압류되며 최악의 경우 비트플렉스도 경매 절차를 밟게 된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1일까지 공사비 지급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비트플렉스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계속해서 약속을 어기고 있어 비트플렉스측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최후의 방법으로 채권 실행 절차를 밟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