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어서 생기는 병’자나깨나 혈관 조심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1.12.25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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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목숨 앗아간 심근경색, 20~30대도 평소 심장 체크해야

ⓒ 시사저널 임준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원인으로 알려진 심근경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포털 사이트 의학 정보 검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전문의들은 심근경색에 대한 관심이 막연한 두려움으로 확산하는 것을 걱정했다. 박성훈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김정일 사망 이후 심장혈관센터로 걸려오는 문의 전화가 두 배 이상 급증하는 등 급성 심근경색에 대한 관심과 함께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트위터 등을 통해 잘못된 의료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잘못된 의료 정보란, 심근경색이 노인들에게만 생기는 병으로 인식하는 점이나 소화불량 등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점 등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자신은 심근경색에 걸릴 이유가 없다며 자만하는 사람이 많다. 

심근경색(心筋梗塞)은 한자로 풀이하면 심장 근육이 굳어지는 병이다.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뛰어야 하는 심장은 산소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심장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관상동맥이라는 혈관이 그 일을 담당한다. 이 핏줄이 어떤 이유로든 막히면 심장 근육이 굳기 시작하고, 결국 심장이 정지한다. 심근경색이 무서운 이유는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 돌연사 원인의 90~95%가 심근경색이다. 따라서 심근경색은 미리 예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심근경색은 대개 40대 이상에서 발병하고 그중 50대에서 가장 많다. 나이를 먹으면서 혈관도 좁아지고 혈액도 끈적거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20~30대 젊은 층이나 건강한 사람도 심근경색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정남식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1950년 한국 전쟁에서 사망한 국군과 미군을 부검했더니 20대 젊은 미군의 심장혈관이 좁아져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미국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 군인은 그렇지 않았다. 심근경색은 그만큼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다. 잘 먹지 못하는 북한에서는 지금도 심근경색이 거의 없다. 국내에도 과거에 없었던 젊은 사람들의 심근경색이 늘어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잘 먹어서 비만한 상태로 청소년기를 지난다. 또 흡연을 일찍 시작하고, 사회 초년병이 되어서는 육류 위주의 회식 문화를 접한다.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심근경색이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이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부위의 심장혈관인데, 왼쪽은 정상이고 오른쪽은 혈관이 막혀 있는(점선 부분) 사진이다. ⓒ 세브란스병원

가족력·당뇨·고지혈증 있을 경우 ‘취약’

잘 먹어서 비만한 사람은 혈관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기름기 등 찌꺼기가 심장혈관에 쌓여 죽과 같은 상태(죽상반)가 되어 혈관이 좁아진다. 이것이 점점 커지거나 터져서 혈관을 막으면 심근경색이 생긴다. 또 혈액이 걸쭉해져서 생긴 혈전(피떡)이 혈관을 막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하는데, 그 양을 얼마나 줄여야 심근경색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거의 매일 밥상에 고기 반찬이 올라오는 현대인의 식단에는 문제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흡연도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심근경색 위험 요인이다. 최근에 심근경색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20대 환자는 담배를 하루 2갑 이상 피우는 사람이었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혈관은 더욱 좁아져 심근경색의 위험도는 더욱 높아진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가장 위험한 시간대는 새벽 4부터 오전 10시 사이이다. 김정일도 오전 8시30분에 사망했다고 하는데, 이 시간대는 몸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을 때이고 혈관도 좁아진 시점이다. 여기에 담배를 피우면 혈관은 더욱 좁아지고 심장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연하고, 이 위험 시간대에 외출할 때는 건강에 자만하지 말고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고혈압도 심근경색의 한 원인인데, 자신이 고혈압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뜻밖에 많다. 또 고혈압이 있어도 약을 먹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한번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심근경색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격이다. 콜레스테롤, 흡연, 고혈압 세 가지를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상인보다 심근경색에 걸릴 위험성이 16배나 높아진다.

직장인은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다. 이때 심근경색의 가족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일의 사례처럼 심근경색에서는 가족력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부모가 안경을 쓰면 자식도 눈이 나쁘고, 대머리도 유전되는 것처럼 심장혈관도 대물림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당뇨 수치도 살펴볼 일이다. 당뇨는 단순히 혈당이 높은 것이 아니라, 혈관에 이상을 가져온다. 당뇨 환자가 실명하고 신장 이상이 잘 생기는 이유는 혈관 이상 때문이다. 당뇨 환자에게는 이미 혈관질환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지혈증이나 뇌졸중을 한 번이라도 진단받은 사람은 심근경색에 가장 취약하다. 고지혈증은 그 자체가 혈액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다. 뇌혈관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심장혈관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그래서 평소에 자신의 심장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하철 계단을 오르거나 등산, 수영 등 운동을 하면서 가슴 통증을 확인하는 것이다. 심근경색은 미리 경고를 보내는데, 일반적인 경고가 심장 통증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등산을 하면 누구나 숨이 가빠지고 심장에 통증을 느낀다. 또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아도 그렇다. 이런 통증은 30분 정도 이어지고 통증 정도도 약하다. 콕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다.

3~4분 심한 가슴 통증은 심근경색 신호

그러나 심근경색의 통증은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다. 심장이 뻐근하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다. 이런 통증이 3~4분 지속되다가도 잠시 쉬면 감쪽같이 사라지기 때문에 단순한 급체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이런 통증을 느끼면 즉시 병원을 찾아 초음파나 CT로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확인하고 치료를 받아야 돌연사를 방지할 수 있다.

일부는 청심환을 먹고 진정시켜 위험을 자초하기도 한다.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움직이기 어렵다면 전화로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사람을 보면 119에 신고하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심장제세동기(전기 충격기·AED)를 사용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 AED는 터미널·공항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비치되어 있다. 대한심폐소생협회(02-393-0533)에 신청하면 가까운 병원에서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또 홈페이지(www.kacpr.org)에서 그림으로 된 심폐소생법과 AED 사용법을 내려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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