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가는 길에 눈 못 떼는 충무로
  • 이지강│영화평론가 ()
  • 승인 2011.12.1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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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제작비만 2백80억원 투입해 흥행 성공 여부에 촉각 곤두…세계 시장 겨냥한 ‘글로벌 캐스팅’도 주목


한국 영화 사상 최대 실험작이 곧 관객을 찾아온다. 12월22일 첫선을 보이는 <마이웨이>의 개봉은 한국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길 만한 실험이다. 소재, 내용, 영상 등에서 별다를 것 없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휴먼 드라마인 <마이웨이>를 실험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오로지 거대한 규모 하나 때문이다.

<마이웨이>에는 순 제작비만 2백80억원이 투입되었다. 개봉하면서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만 해도 5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웬만한 영화 한 편의 제작비를 넘어서는 액수이다. <마이웨이>가 국내 개봉에서 본전을 맞추기 위해서는 1천만명 이상의 관객을 돌파해야 한다. 역대 개봉 영화 중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실미도> 다섯 편만이 경험해본 꿈의 숫자이다. 시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 수익에 손익분기점을 맞춘다는 것은 상업적으로 낙제에 가까운 전략이다. 국내 영화 시장 현실에서는 나올 수 없는 제작 규모인 셈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통해 1천만명 관객의 맛을 경험해본 승부사 강제규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이다. 그렇더라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치열한 접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1천만 돌파’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이니 <마이웨이>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당연하다. 흥행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마이웨이> 개봉은 한국 영화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의 실패는 영화 지형을 바꿔놓고는 한다. 올여름 최대 실패작 <7광구>만 보더라도 그렇다. 1천만 관객을 돌파한 <해운대> 제작진이 한국 3D 영화 시대를 열어젖힐 것이라며 야심차게 추진한 <7광구>는 처참한 실패를 맛보았다. 흥행은 물론이고 작품 자체로도 실패작이었다. <7광구>가 구현해낸 3D 영상은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했다. 이 작품이 3D 영상에서라도 만족감을 주었다면 3D 전용관에 걸리는 한국 블록버스터가 더 많아졌을 것이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7광구> 같은 100억원대 대작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시장은 얼어붙게 마련이다. 하물며 3백억원이 투입된 <마이웨이>가 실패한다면 영화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한·중·일 합작 프로젝트가 3개국 모두에서 성공한 경우 없어

강제규 감독
규모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마이웨이>는 한국 시장만을 노리고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한국·중국·일본 시장 모두에서의 성공을 노렸다. 이를 위해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 한·중·일 3개국 모두에서 인기 있는 배우를 캐스팅했다. 판빙빙이 영화 속 비중이 낮음에도 주연급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도 중국 진출을 위해서다. 외국 영화 편수를 1년에 20편 정도로 제한하는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중국 배우를 섭외한 합작 형태가 정답이다. 영화 속 대사 절반 이상이 일본어로 진행되는 것은 일본 시장을 위한 포석이다. <마이웨이>는 1월 일본 개봉을 확정했고, 2월 말에서 3월 사이에는 중국 개봉도 추진하고 있다.

<마이웨이>가 성공을 거둔다면 한국이 중심이 되는 3국 합작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길이 열리게 된다. 한국 영화 제작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낙관적인 기대는 금물이다. 그동안 추진되었던 3국 합작 프로젝트 가운데 3개국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나라에서만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비슷한 듯 다른 한·중·일 3국의 정서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마이웨이>의 선택은 최악의 조건이다. 한·중·일이 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해 있기 때문이다. 

개봉에 앞서 언론에 먼저 공개된 <마이웨이>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특히 강제규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전투신 영상의 완성도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는 평가이다. 전작인 <태극기 휘날리며>는 물론 할리우드 전쟁영화의 스펙터클을 넘어서는 영상을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2백80억원의 제작비가 돈값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가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는 것을 방해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만듦새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강제규 감독은 <마이웨이>를 웰메이드 작품으로 완성해냈다. 이제 평가는 한·중·일 3개국 영화팬들의 몫이다. 이들의 선택이 한국 영화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꾸어낼지 지켜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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