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 만한 별 어떻게 찾아갈까
  • 고호관│과학동아 기자 ()
  • 승인 2011.12.12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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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 찾도록 설계한 우주망원경, 최근 6백 광년 거리에 있는 ‘케플러-22b’ 발견해 화제

케플러 우주망원경으로 발견한 외계 행성 케플러-22b.

사람이 외계인을 상상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생각보다 오래전 일이다. 2세기에 살았던 그리스의 루키안은 <진짜 이야기(A True Story)>라는 제목의 소설을 썼다. 여기에는 각각 태양과 달에 사는 생명체가 등장한다. 내용은 이렇다. 지구에서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들이 달에 떨어진다. 이들은 머리가 세 개 달린 거대한 독수리를 타고 다니는 달의 정찰병에게 붙잡힌다. 이들은 태양에 사는 생명체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지구인은 달 여행을 통해 다양한 생명체를 접할 뿐만 아니라, 플라이아데스 성단과 히아데스 성단 사이 어딘가에 있는 도시까지 여행한다.

1571년에 태어난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도 <솜니움(Somnium)>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썼다. 솜니움은 꿈이라는 뜻으로, 유명한 천문학자인 티코 브라헤의 제자가 악마를 소환해 달을 여행하는 이야기이다. 악마를 이용해 지구에서 달까지 간다는 설정은 판타지 같지만,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지구의 인력이 약해지고 숨을 쉬기 어려워진다는 등의 과학적인 묘사도 충실하다. 케플러는 이 소설에서, 달에 사는 생명체는 우주의 중심이 달이고 태양과 다른 행성이 달 주위를 돈다고 믿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약 4백년이 지난 2009년 케플러의 이름을 딴 우주망원경이 지구 궤도에 올라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탐사 목적이 달보다 훨씬 먼 곳에 있다. 태양계 밖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을 만한 행성을 찾는 것, 간단히 말하면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는 것이다. 아직은 지구와 다른 환경에서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즉 생명체가 있을 조건은 일정한 에너지를 내는 별 주위를 돌 것, 가스가 아닌 암석으로 이루어진 행성일 것,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것 등이 된다.

그런데 태양 같은 별과 달리 그 주위를 도는 행성은 찾기 매우 어렵다. 거리는 너무 먼 반면 크기는 너무 작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주요 외계 행성은 대부분 목성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큰 거대 행성이다. 이들은 주로 가스로 이루어진 행성이며 중력이 너무 커서 생명체가 살기 어렵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이보다 훨씬 작은, 지구에 가까운 행성을 찾도록 설계했다.

태양과 비슷한 별을 돌고 있어 생명체 존재 가능성 커

케플러 우주망원경.
그렇다면 행성은 어떻게 찾아낼까? 수십~수백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지구만 한 행성은 망원경으로도 직접 볼 수 없다. 그래서 별의 밝기를 이용한다. 어떤 별에 행성이 있다면 행성이 그 별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가려 어두워진다. 물론 별과 행성은 크기 차이가 커서 어두워지는 정도는 굉장히 작으며, 행성이 작을수록 어두워지는 정도가 작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이 작은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 어두워지는 정도로는 행성의 지름을 계산하고, 별을 가로지르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가지고 궤도를 계산한다. 그러면 이 행성이 별에 얼마나 가까운지, 온도는 얼마나 될지 추측할 수 있다.

지난 12월5일 언론에 공개된 케플러-22b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으로 발견한 외계 행성이다. 태양과 비슷한 별인 케플러-22를 도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으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췄을 가능성이 커 화제가 되었다. 어미 별인 케플러-22는 태양보다 밝기가 25% 정도 떨어지지만, 케플러-22b까지의 거리가 지구와 태양의 85% 정도라 온도는 지구와 비슷할 전망이다. 이 행성의 크기는 지구의 2.4배로 만약 구성 성분이 지구와 비슷하다면 중력이 지구보다 크다. 아직 이 행성이 가스로 이루어졌는지 암석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과학자들은 이 행성에 생명체가 살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계산에 따르면 온실 효과를 일으킬 대기가 없을 경우 평균 온도는 영하 11℃ 정도이다. 대기가 있을 때는 평균 22℃로 꽤 온화한 기후이다. 여기에 물까지 있다면 사람이 가서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중력이 지구보다 커서 걸어 다니기가 무척 힘들겠지만 말이다.

사실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 행성이 꼭 지구와 비슷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비롯한 지구의 동식물이 옮겨가 살기 위해서라면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있어야겠지만, 지구의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생명체가 어디에 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여러 과학자나 SF 작가들이 그런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예를 들면, 목성 같은 가스 행성에도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영화 <콘택트>
의 원작 소설가로도 유명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저서 <코스모스>에서 목성의 대기에 풍선처럼 둥둥 떠서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니면 깊은 바다는 어떨까? 행성 전체가 얼음과 그 아래의 바다로 둘러싸여 있을 가능성이 있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도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마그마에서 흘러나오는 열과 광물질을 이용해 살아가는 지구의 심해 생물과 비슷한 생물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케플러-22b가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이 아니라 가스나 바다로 이루어진 행성이라도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제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만약 사람이 이주해 살 수 있을 정도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발견되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먼 미래의 이야기겠지만,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웜홀’ 이용 가능하다면 순식간에 이동할 수도

먼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는 방법이 있다. 외계 행성까지의 거리는 아무리 가까워도 수십 광년이 넘는다. 케플러-22b의 거리는 지구에서 약 6백 광년이므로 빛의 속도로 달려도 6백 년이나 걸린다. 다행히 상대성 이론에 따른 시간 지연 효과로 우주선 안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가므로 우주선에 탄 사람이 체감하는 시간은 짧아진다. 하지만, 무사히 도착해도 그동안 지구에서는 수백 년이 흘렀을 터이므로 지구와의 인연은 끊어진다고 보아야 한다.

아니면 엄청나게 큰 우주선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사람들이 수십 세대에 걸쳐 살아가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 외계 행성에 도착해 개척을 시작하는 사람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후손이 된다. 수백 년을 우주선 안에서 살아야 하므로 식량 생산이 가능해야 하는 것은 물론 공기, 물, 에너지도 완벽하게 순환해야 한다. 혹은 수백 년 동안 냉동된 채로 우주선을 타고 가거나 사람이 직접 가지 않고 수정란만 실어서 보낼 수도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인공 자궁에서 수정란을 키워 아기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키워줄 사람이 없으므로 인공 지능 컴퓨터나 보육용 로봇이 꼭 필요하다.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잇는 가상의 통로인 웜홀을 이용한 우주 여행이 가능하다면 외계 행성 개척은 훨씬 쉬워질 것이다. 3차원 공간을 왜곡시켜 두 지점 사이를 순식간에 이동하는 방법인데, 빛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이 방법이 가능하면 사람은 순식간에 우주로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지구의 인구가 70억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장 우리는 붐비는 지구에서 자원을 아끼며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먼 후손은 외계 행성을 개척하며 살아간다는 즐거운 상상을 현실로 이루어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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