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만 잘하면 의료 천국 될 텐데”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1.12.0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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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랭 로티발 GE헬스케어 코리아 사장 / “개별 병원 디지털화는 세계 수준…병원 간 연결 시급”

ⓒ GE health care 제공
요즘에는 의사가 환자가 있는 병실에서 태블릿PC로 환자의 진료 기록을 볼 수 있다. 과거 종이에 기록했던 환자의 의료 기록을 전산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환자가 X선 사진을 들고 의사들을 찾아다니는 풍경도 사라졌다. 진단 영상 기록을 디지털화한 덕분이다.

그러나 환자가 병원을 옮기면 처음부터 진단을 다시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여전하다. 환자들의 의료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있지만 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로랭 로티발(Laurent Rotival) GE헬스케어 코리아 사장은 병원끼리 의료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HER)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중복 검사비 등을 줄여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야 환자도 진정한 헬스케어 IT(전자 의료 서비스 시스템의 총칭)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헬스케어 IT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의료 자료의 디지털화와 그 자료를 병원 간에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총칭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환자의 의료 기록을 전자화한 전자 의무 기록(EMR), 의료 영상을 디지털화한 영상 정보 저장 전달 시스템(PACS)은 개별 병원에 국한된다. 의료 자료를 디지털화하면 의료진과 환자가 언제 어디서든 의료 정보를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관이 편리하고 재사용도 가능하며, 분실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환자의 의료 정보를 모든 병원이 공유하면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이고 의료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

한국의 헬스케어 IT 수준을 어떻게 보는가?

개별 병원의 디지털화, 즉 EMR이나 PACS 보급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병원끼리 연결하는 EHR은 미흡하다. 일부 병원이 EHR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에 초기 투자를 하고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의료법상 의료 정보가 병원 밖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헬스케어 IT의 장점을 단기간에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병원이 자발적으로 투자하기를 꺼리는 이유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 EMR이나 PACS를 도입할 때 인센티브 제도를 폈던 것처럼 EHR도 정부의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 헬스케어 IT 전담 기구를 만들어서 추진해야 할 일이다. 미국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보건정보기술 국가조정국을, 호주는 e헬스 전환청이라는 전담 기구를 두고 있다.

지금이 헬스케어 IT가 필요한 시점인가?

의료비 증가로 한국 건강보험은 재정적 문제에 직면했다. 정부는 2020년 의료비 지출이 현재의 세 배 수준인 2백5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게 되어, 건강보험 재정 증가율을 경감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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