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양분’하고 해외로 ‘확전’한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11.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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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라 면세점, 인천공항 이어 홍콩 공항에서 입찰 경쟁

▲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에서 외국인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내 면세점 사업 경쟁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내년 외국인 입국자가 1천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중국인 관광객은 2백20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수치이다. 내년에는 3백만명까지 늘어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은 올해 초 도호쿠 지방 대지진 탓에 주춤하는가 싶더니 7~8월 들어서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올해 전체로는 지난해보다 5.2% 증가했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일본인과 중국인이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은 한국에 들어와 쇼핑과 관광을 즐기는 것이다. 그 덕에 면세점업계는 사상 최고의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 사업에서 치열하게 선두 경쟁을 벌이는 업체는 롯데호텔과 호텔신라이다. 전통의 1위 업체 롯데면세점을 후발 주자 신라면세점이 추격하는 모양새이다. 지난 2008년 롯데면세점 매출은 1조1천억원을 넘었으나, 신라면세점은 6천6백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신라면세점 매출이 롯데면세점 매출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신라면세점은 매출 1조2천원을 넘겨 매출 1조6천억원을 거둔 롯데면세점을 바짝 추격했다.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도 롯데면세점이 47.5%를 차지해 선두이다. 신라면세점은 26.8%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AK, JCD, 동화면세점의 시장 점유율은 7%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라, 인천공항에 루이비통 입점시켜 ‘추격’

면세점 사업은 롯데호텔이나 호텔신라에게 현금 창출원(캐시카우)이자 성장 사업이다. 롯데호텔에서 면세점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2010년 매출액 기준)은 80%에 육박한다. 호텔신라에서 면세점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2010년 매출액 기준)은 84%에 가깝다. 국내 면세점 사업은 유통업치고는 보기 드물게 고도성장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년 동안 44.2% 성장했다. 신라면세점은 같은 기간 84.5% 커졌다. 한익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3분기 호텔신라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5%, 35% 늘어났다. 영업 실적이 나아진 것은 면세점 사업 덕이다. 면세점 주 고객인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2%, 23% 늘어나면서 면세점 매출은 26% 늘어났다”라고 분석했다.

면세점 경쟁 제1 전선은 인천공항이다. 지난해 11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나서 LVMH그룹 아르노 회장을 설득해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유치했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아르노 회장을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 초빙해 루이비통 입점 경쟁에 나섰으나 아르노 회장은 신라면세점의 손을 들어주었다. 루이비통은 중국인과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품 브랜드이다. 루이비통 인천공항점은 달마다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절치부심하던 롯데면세점은 국내 명품 백화점에서 여성 명품 의류 브랜드 1위에 오른 랑방을 인천공항점에 입점시켰다.

▲ 중국 관광객들이 롯데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뉴스뱅크

롯데, 지난 7월 인도네시아 공항 사업권 따내

신라면세점은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김포공항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서 화장품과 향수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지금까지 롯데면세점이 독점하던 김포공항 면세점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호텔신라는 ‘김포공항은 일본 도쿄와 오사카, 중국 상하이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 수요가 늘어나 면세점 매출도 아울러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시내 면세점 세 곳, 공항 면세점 세 곳에 이어 인터넷 면세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면세사업부는 전국 지점망을 갖추고 최다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더는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롯데면세점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꾸준히 해외 진출을 모색하다가 지난 7월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공항에서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국내 면세점업체가 해외 공항에 입점하기는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수카르노하타 공항에 9백㎡ 매장을 마련하고 화장품·주류·담배·향수를 취급한다.

롯데와 신라는 사업장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것 못지않게 명품 브랜드 입점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매장이 그릇이라면 명품 브랜드는 그릇에 담길 내용물이다.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를 경쟁 업체보다 빨리 유치하거나 단독 입점시키면 쇼핑객 유치에 유리해진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1월16일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을 인천공항 면세점에 첫 입점시켰다’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신라면세점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을 입점한 것에 대한 반격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이다. 롯데면세점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 여행 가방 리모아, 화장품 에이솝을 단독 입점시켰다. 올해 초에는 일본 백화점 1위 화장품 브랜드 RMK를 국내 면세점에 첫 입점시켰다. 신라면세점은 화장품 아베다를 전세계 면세점으로는 유일하게 유치했다. 영국 명품 브랜드 지미추, 구두 브랜드 슈콤마보니, 시계 브랜드 벨앤로스와 파르미지아니를 비롯해 16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사업을 총괄하는 이는 이부진 사장이다. 이사장은 호텔신라의 경영전략 상무 시절부터 면세점 사업 확장을 주도했다. 롯데면세점 사업은 알려진 것과 달리 신영자 사장이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면세점 사업 경쟁을 ‘재벌 딸들의 자존심 싸움’으로 묘사하며 이부진 사장과 신영자 사장 사이의 경쟁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신사장은 롯데면세점 사장이라는 직함만 걸어놓고 딸 장선윤씨와 함께 블리스라는 베이커리 사업에만 신경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사업은 최영수 부사장이 그룹 지원을 받으며 실무적으로 총괄한다.

국내 시장을 양분한 롯데와 신라는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두 업체는 지난 10월28일 홍콩 첵랍콥 공항 면세점 사업 입찰전에 나란히 뛰어들었다. 국내 면세점 1, 2위 업체 간 경쟁이 외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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