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늦추려면 눈도 ‘운동’시켜라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1.11.0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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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 예방법 / 눈 혹사시키는 환경 멀리하고, 자외선 노출 피하며, 눈 감고 피로 푸는 등 휴식도 줘야

▲ 평소에도 선글란스를 쓰는 것이 노안 예방에 좋다. ⓒ시사저널 이종현
직장인 고낙경씨(45)는 최근 깜짝 놀라는 경험을 했다. 어느 날 신문 글씨가 흐리게 보였고, 신문을 눈에서 멀리 떨어뜨리자 글씨가 뚜렷하게 보였다. 심각한 병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조급함에 안과를 찾아 진단을 받은 결과, 노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40대부터 나타나는 노안은 가까운 물체를 뚜렷하게 보지 못하는 증세를 보인다. 젊을 때부터 근시로 안경을 쓰던 사람에게 노안이 찾아오면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오히려 안경을 벗어야 글씨가 잘 보인다.

흔히 눈이 침침하다고 표현하는 노안은 수정체와 그 주변 근육의 탄력이 떨어져 생기는 일종의 노화 증세이다. 젊을 때에는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볼 때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얇아지는 조절 기능이 원활하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노안이다. 가까운 물체를 볼 때 수정체가 두꺼워져야 하는데, 이것이 안 되는 것이다. 책·신문·휴대전화의 글씨를 볼 때 팔을 죽 펴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잘 보이는 이유이다.

과거에는 신문과 책을 보는 정도라면 지금은 TV, 영화, 휴대전화, 컴퓨터를 접한다. 그것도 LCD TV, 3D 영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눈이 더욱 혹사당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전자 기기에 실린 글씨는 일반 종이 신문이나 책의 글씨와 크기나 형태가 다르다. 대부분 책의 글씨보다 작고 색상도 다양하다. 또 글자는 숫자보다 복잡한 형태여서 눈의 피로가 가중된다. 정의상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건조 증세, 충혈, 이물감, 만성 염증, 분비물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실제로 시력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노안 막으려면 선글라스 착용부터

▲ 한 안경사가 노안 환자에게 다초점 렌즈 안경으로 시력을 교정해주고 있다. ⓒ시사저널 전영기

노안은 현재까지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도리가 없는 노화 증세이다. 다만 그 증세가 나타나는 시기를 늦출 수는 있다. 첫 번째 방법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다. 피부처럼 눈도 자외선에 의해 늙는다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현재는 과거보다 자외선 노출이 심해졌다. 과거에는 바닷가 모래밭이나 겨울철 눈밭에서 자외선이 강했지만 지금은 콘크리트 바닥, 건물 유리, 자동차 등에서 반사되는 자외선까지 생겼다. 단순히 멋으로 쓰거나 건방져 보인다는 인식을 바꿔 자외선을 차단하는 목적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노안을 늦출 수 있다.

눈 운동도 노안 예방법이다. 평소 틈틈이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번갈아가면서 보면 눈 근육의 탄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컴퓨터 작업이 잦은 사람은 1시간 작업에 10분 휴식을 취하며 먼 곳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된다. 흔들리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책, 신문, 휴대전화 등을 보지 않는 것도 눈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대신 눈을 감고 피로를 푸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좋다. 사정상 또는 습관적으로 차 안에서 글을 읽는다면, 의도적으로 10초에 한 번은 눈을 깜박거릴 필요가 있다. 한번 볼 때 10초 동안은 눈물 층이 눈의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그 이상이면 눈이 건조해지고 피로해진다. 또 작은 글씨나 인쇄 품질이 좋지 않은 글씨는 읽지 말고 차에서 내린 후에 읽도록 한다. 되도록 글씨 크기를 크게 해서 읽거나 제목만 읽고, 가능하면 글씨 대신 그림을 보도록 한다. 최소한 차에서 내려 걸을 때는 읽거나 보는 행동을 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는 편이 눈 건강에 이롭다.

책이나 신문을 볼 때에는 자세가 중요하다. 책과의 거리를 30cm 정도 떨어뜨리고, 몸에 힘을 빼고 등을 수직으로 한 자세를 유지하면 눈이 긴장하지 않고 시선도 고정할 수 있다. 밝은 곳에서 책을 읽되, 너무 강한 빛이나 직사광선은 눈을 부시게 해 피로를 가중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눕거나 엎드려서 책을 읽는 자세를 피한다. 

안경을 쓰는 사람은 과하게 교정된 렌즈를 피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근시로 안경을 쓰는데, 멀리 있는 물체를 또렷하게 보기 위해 과하게 도수를 높인 렌즈를 착용하기도 한다. 멀리 보는 것에 익숙해진 눈은 가까이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노안 수술은 백내장 발생 이후로 미뤄라

이미 노안이 왔다면 돋보기를 쓰는 것이 우선이다. 다만 돋보기 착용 시기를 늦출 필요는 있다. 약간 불편하다고 일찍 돋보기를 쓰면 눈 근육이 그만큼 움직일 이유가 없어지므로 조절력을 더 상실한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껴 돋보기를 쓰더라도 렌즈 도수를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몸 상태에 따라, 또는 피곤할 때 돋보기를 써도 일시적으로 또렷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그때마다 렌즈 도수를 올리면 눈만 더 자주 피로해지고 눈 근육만 더 퇴화된다.

노안 수술도 있다. 어떤 수술도 20~30대의 시력으로 되돌리지는 못한다. 다만 돋보기 사용이 거추장스럽거나 노안과 원시가 동반된 경우, 또는 근시가 매우 심해 멀리 보는 안경과 가까이 보는 안경을 이중으로 착용해야 할 때에는 수술이 대안이다. 두 눈 중에 한쪽만 수술하는 방법(단안 수술)과 두 눈을 모두 수술하는 방법(양안 수술)이 있다. 단안 수술은 한 눈을 근시로 만들어, 한쪽 눈은 멀리 보고, 다른 한쪽 눈은 가까이 보도록 한다. 양안 수술은 수정체 표면의 일부분을 정밀하게 깎아서 가까운 곳과 먼 곳을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수정체를 인위적으로 깎은 탓에 밝은 빛이 퍼져 보여 눈부심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서경률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수술을 미루라고 권하고 싶다. 50대 이상이 되면 노안에 백내장까지 생길 수 있다. 백내장은 중앙 부위가 서서히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나므로 인공 수정체로 바꿔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때 노안 수술을 같이 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수술 여의치 않으면 다초점 렌즈가 대안

근시나 원시가 동반된 노안 환자는 레이저로 시력을 교정할 수 있지만, 노안을 영원히 막을 수는 없다. 당뇨가 심해 망막이 망가졌거나 시신경 위축이 있으면 수술을 해도 시력이 개선되지 않는다. 다양한 이유로 수술이 여의치 않은 사람에게는 다초점 렌즈 안경이 대안이다. 다초점 렌즈란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모두 볼 수 있도록 개발된 렌즈이다. 고경호 안경천국 안경사는 “최근 스마트폰이나 IT 기기의 잦은 사용으로 노안을 호소하며 다초점 렌즈 안경을 찾는 중년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돋보기 안경과 달라서 항상 착용하므로 다른 사람에게 노안처럼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수정체를 사용하므로 수술로 인한 부작용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TV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나 비디오를 자주 본다고 해서 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오랫동안 일을 하면 눈에 피로가 쉽게 온다.

눈 영양제는 시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일반적으로 비타민 A가 눈에 좋다. 비타민 A는 일반 식사를 통해 충분히 충족된다.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는 식생활을 한다면 굳이 영양제를 복용할 이유가 없다.

야외 활동을 할 때에 선글라스를 쓰면 눈 건강에 좋을까?

자외선은 피부뿐 아니라 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선글라스는 눈부심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백내장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자외선이 많은 나라에서 백내장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요할까?

40대 이후에는 1년에 한 번은 눈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꼭 안과 질환을 예방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다른 질환에 의한 눈 이상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충혈된 눈에 안약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눈이 충혈되는 이유는 가벼운 피로부터 심한 염증까지 원인이 다양하다. 특히 밀폐된 실내에서 생활하고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안경을 사용하거나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인공 눈물을 사용하면 대개 증상이 없어진다. 충혈을 없애기 위해 안약을 사용하는데,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녹내장, 백내장, 각막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고 적절한 약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안경을 쓰면 시력이 빨리 나빠질까?

시력이 떨어져도 어느 정도 보이면 안경을 착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안경을 착용하면 시력이 빨리 저하된다는 편견 때문이다. 그러나 근시로 인한 시력 저하는 안경의 착용 유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시력이 떨어져 안경을 쓰는 것은 추울 때 옷을 입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안경을 써야 눈의 피로를 줄이고 시력을 교정할 수 있다.

어린이가 TV를 가까이 보면 시력이 떨어질까?

어린이는 어른보다 조절 능력이 뛰어나서 가까운 물체에 초점을 잘 맞춘다. 이 때문에 습관적으로 책이나 TV를 가까이 보는 경향이 있을 뿐, 특별히 시력 악화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 그러나 근시 등의 굴절 이상으로 잘 보이지 않아서 TV를 가까이서 볼 수도 있으므로 안과에서 시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시력이 떨어지면 안경을 꼭 써야 할까?

안과 진단 후 필요하다면 한 살 이전에도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다만 약한 근시, 즉 일상적인 생활에 불편이 없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데 특별한 불편을 느끼지 않을 경우에는 안경 착용 시기를 약간 늦출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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