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채널’ 향한 전쟁 불붙었다
  • 채은하│프레시안 기자 ()
  • 승인 2011.10.3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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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4사, SO에 5~12번 강요해 PP들 반발 사…‘연번제’ ‘전국 단일 번호’까지 요구해 협상 난항

ⓒ시사저널 전영기

채널 배정을 둘러싸고 종합편성 채널(종편)과 여타 프로그램 사업자(PP) 및 MSO(복수 유선방송 사업자)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12월1일 개국을 밀어붙이고 있는 TV조선·jTBC·채널A·MBN 등 종편 4사는 SO(종합 유선방송 사업자)와의 채널 협상에서 ‘황금 채널 배정’을 강요하고 있다. 반면 종편의 진입에 따라 밀려날 것을 우려하고 있는 PP들의 반발이 큰 탓에 중간에 낀 SO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종편이 원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과 가까운, 이른바 ‘황금 채널’이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5, 8, 10, 12번은 현재 5개 홈쇼핑 채널이 연 4천억~5천억원의 송출료를 내며 사용하고 있다. 최근 MSO는 종편에 14~20번 대의 채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 채널을 요구하는 종편의 입장과 거리감이 크다. 이뿐만 아니라 종편은 4개 종편 채널을 연달아 배치하는 ‘채널 연번제’와 어떤 SO이든 종편에 같은 번호를 배치하는 ‘전국 단일 번호’를 요구하고 있어 여전히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군소 PP들, ‘생존의 위기’ 토로하기도

자사 계열 PP를 낮은 번호대에 배치하고 있는 대다수 SO로서는 이러한 종편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령 CJ헬로비전은 18개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CJ E&M의 계열사이다. SO들은 한편으로는 종편의 진입에 따른 시청률 상승을 기대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좋은 시청률로 이미 검증된 PP들을 빼고 신규 채널을 편성한다는 것도 위험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간단치가 않다.

또 군소 PP들은 종편의 강한 요구에 ‘생존의 위기’를 토로한다. 현재 SO별로 아날로그 채널은 대략 70개 정도인데 이미 포화 상태이다. 종편 4개와 보도 전문 채널, 내년에 중소기업 홈쇼핑 채널까지 등장하면 밀려나는 PP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PP들은 계약이 만료되기도 전에 채널에서 빠져야 하는 상황에 닥친다. 특히 종편이 의무 전송의 ‘특혜’를 받으면서 여타 PP들은 절대적인 열세에 놓이게 되었다. 또 종편이 낮은 번호대의 이른바 ‘알짜 번호’를 차지할 경우, 남는 PP들도 연쇄적으로 채널 번호가 바뀌어 재협상을 해야 한다. 종편이 선정된 뒤 SO들은 PP와의 채널 계약에 ‘정부 정책에 의해 채널이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을 이미 추가했다.

이에 PP들은 ‘행정 소송’까지 공언하며 반발하고 있다. 서병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잘못된 종편 채널 정책으로 중소 PP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SO가 종편뿐 아니라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여타 PP들과의 채널 협상까지 해야 하는 것을 들어 “현실적으로 12월1일 종편 개국일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SO를 향해서 “만약 일방적인 계약 파기를 할 경우 법적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압박하면서, 방통위에 대해서도 “정부 쪽에서 ‘SO와 PP 간의 채널이 모두 완료되지 않고 80%만 되어도 약관을 승인해주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방통위까지 종편 편들기 ‘압박’ 논란 일으켜

실제로 방통위는 노골적으로 종편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모양새이다. 최근 방통위는 MSO 임원들을 불러 종편의 채널 배정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압박’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채널 협상이) 더 이상 지연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방통위도) 집중적 노력을 하겠다”라는 등의 발언을 내놓았다. 또 그는 “종편과 유선 사업자가 따로 협상하기보다 모여서 협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종편 채널을 배정할 때 하나의 경쟁력 있는 벨트가 되도록 해야 한다”라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의 말에도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라고 맞장구쳤다.

이에 더해 방통위는 케이블이 사용하는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 중 음악 방송 대역을 케이블 방송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 기준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케이블 채널의 수는 70개에서 3개 정도 더 늘어난다. 시민사회측에서는 “종편 특혜”라고 비판하면서 “현재 추진 중인 케이블 방송 디지털화에도 역행하는 조치”라고 꼬집고 있다. 이 주파수는 현재 공동체 라디오 등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는 “방통위는 정부 기관다운 모습을 한순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조·중·동 언론 재벌들의 욕심이나 채워준 최시중 위원장은 이미 정부 기관장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라며 최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실제로 종편이 등장할 경우 광고 수익에서도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쪽은 일반 PP라는 점에서, 군소 PP들의 위기감은 더욱 크다. 박현수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종편 도입 첫해 종편사는 총 2천9백28억원, 두 번째 해 3천5백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는 다른 매체의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 뻔한데, 그나마 지상파TV는 현 수준을 유지하지만, 케이블TV MPP(복수 방송 채널 사용 사업자)는 10%, 중소 규모 PP는 20% 이상 광고비 수입이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종편의 등장이 과연 매체의 다양성을 가져올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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