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도가니’에 빠진 한국 정의·진실 담은 문학 택하다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10.25 11: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지영 작가 1위 탈환…‘88만원 세대’ 대변하는 김애란 작가도 주목

여성 소설가들이 소설가·시인 분야의 화제를 점령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올해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인물로는 소설가 공지영씨가 선정되었다. 22%의 지목률을 보였다.

영화 <도가니> 흥행 성공으로 원작 관심 폭발

공지영 작가는 2009년 6월에 장편 <도가니>를 펴냈는데, 올해 9월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면서 전국을 ‘분노의 도가니’로 만들어놓았다. 당연히 소설 <도가니>에 대한 관심 또한 더욱 커졌는데, 출판사 관계자는 누적 판매 80만부에 육박했다고 전했다. 이는 독자들이 문학을 통해 무엇을 보려 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매일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뉴스로는 충족되지 않는 진실에 대한 갈증을 문학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공작가는 <도가니>를 펴낸 뒤 강연 활동을 통해서도 진실 알리기에 열정적이었다. 출간 직후 열린 독자 초청 강연회에서는 ‘우리 시대 진실과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소설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문학이 대체 왜 필요한지, 인류가 왜 고차원적인 이야기를 간직해 왔는지에 대해서 “감정 이입, 공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류의 조상은 짐승의 공격을 받아 피하는 과정에서 다친 동료를 버리지 않았다. 쓰러진 동료를 데리고 간 이야기에 서로 감정 이입을 했던 그 조상이 살아남아 우리가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희생적인 유전자를 인류라는 종이 원했는데, 그 유전자는 ‘공감’으로써 살아남고 번영해온 것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는 문학이 중요하며, 온갖 예술 장르가 이야기를 담으려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당시 공작가는 소통의 부재로,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현실을 개탄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심이 좀 되었을 성싶다. 오히려 영화와 소설로 공감하는 국민의 모습에 감탄했을 것이다.

▲ 49세. 소설가. 서울 출생. 1988년 으로 등단해 1990년대 ‘후일담 문학’의 주류로 성장했다. 최근 영화 의 원작자로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일러스트 장재훈
공작가는 소설과 영화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오직 희망만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소설을 펴냈을 때만 해도 “다이너마이트 몇 개 터뜨린다고 큰 댐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균열이 일어난 작은 틈으로 물이 스며들어서, 그 물의 힘으로 댐이 무너지는 것이다. 작은 틈은 우리가 공감해 만드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많은 사람의 공감이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피워 올렸다.

소설가·시인 분야에서 차세대 인물로 새롭게 상위권에 올라 두각을 드러낸 이가 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를 대변하는 김애란 작가이다. 그녀는 14%의 지목률을 기록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작가는 ‘젊음=희망’이라는 등식이 흔들리는 시대를 작품으로 웅변하고 있다. 김작가는 2002년 문학계에 샛별로 등장해 한국 사회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정서를 담아낸 단편소설들을 발표해왔다. 김작가가 올해 6월 펴낸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은 넉 달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15만부가 팔려 나가 한국 문단의 차세대 대표 작가로 떠올랐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두 권의 소설집만으로 문단과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였기에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들이다.

신경숙·문태준·김연수 작가도 건재  

전문가들은 이들의 뒤를 이어 소설가·시인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차세대 작가로 신경숙·김연수 씨를 꼽았다. 이들은 최근 4년 동안 1위에 번갈아 올랐고, 꾸준한 작품 활동과 함께 화제작을 종종 터뜨려 독자들의 사랑을 놓치지 않고 있다.

신경숙 작가는 2008년 11월 펴낸 <엄마를 부탁해>로 3년 동안 인기의 절정을 맛보고 있다. 출간 10개월 만에 100만부 판매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던 이 소설은, 올해 4월 미국에서도 번역·출간되어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는 신작가가 지난해 9월부터 ‘충전’을 위해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객원연구원으로 나가 있는 동안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독자와의 소통을 강조해온 신작가가 미국 독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선 것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신작가는 지난해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시대에 갇히지 않는 작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100년 전의 고전을 읽으면서도 공감하고 반응한다. 그것이 바로 문학 작품의 매력이다. 오히려 문학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공유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내 소설 속 화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도 현대와 맞닿아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신작가의 바람처럼 <엄마를 부탁해>는 최근까지 31개 나라에 판권이 팔렸으며, 일본에서도 최근 번역 출간되어 일본 독자들의 마음을 울릴 예정이다. 신작가는 지난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펴내는 등 신작 발표에도 공을 들이고 있으며, 전세계에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연수 작가는 지난해 말 장편 <7번 국도 Revisited>를 펴놓으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1990년대 초반에 등단한 그는 오랫동안 튼실하게 키워온 문학적 내공으로 동세대 작가들 가운데 가장 뚜렷하고 화려한 행보를 보였다. 일곱 권의 장편소설과 네 권의 소설집을 내는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크고 작은 문학상들을 잇달아 수상했다.

상위권에 시인도 여럿 꼽혔다. 김연수 작가와 같은 경북 김천 출신인 데다 중·고교 동창생으로 잘 알려진 문태준 시인이 김연수 작가와 같은 표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문시인은 또래의 작가들과 대별되는 ‘농촌 서정의 복원’과 ‘느림에 대한 성찰’로 주목받은 작가이다. 한 평론가는 ‘삶 자체의 향기를 들려주는 시’라고 그의 시를 높이 평가했다. 불교방송에서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문시인은 산문집 <느림보 마음>과 시집 <그늘의 발달> <가재미> 등으로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비처럼 적시고 있다.

이들의 뒤를 이어 김경주·김선우 시인이 상위권에 꼽혀 시인들의 활동 또한 활발함을 짐작하게 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김경주 시인은 그동안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기담> 등의 시집을 통해 극작가이기도 한 자신의 시 세계를 펼쳐냈다. 두 번째 시집인 <기담>은 책의 구성에서도 ‘부’가 아닌 3개의 ‘막’이라는 표현을 써 희곡의 성격을 엿보게 한다. 그의 시 <무릎의 문양>은 ‘2007년 문인들이 뽑은 가장 좋은 시’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김선우 시인은 관능과 생명이 자연스럽게 넘쳐 흐르는 시들을 써왔다. 김시인의 시는 자아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으로도 읽히고 연애시로도 읽히는 등 다채롭게 읽힌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시인은 최근 남인도의 영적 공동체이자 생태 공동체인 오로빌에서 느낀 단상들을 모아 에세이집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펴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