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도, 박원순 43.0% / 나경원 38.6%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10.1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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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층, 나경원 45.3% / 박원순 42.9%

10월26일 대전을 앞두고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 간의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이와 함께 선거 판세도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우선 초반에 열세를 보였던 나후보의 추격 기세가 만만치 않다. 오차 범위 내로 따라붙었다는 분석과 이미 전세를 뒤집었다는 말들이 혼란스럽게 나오고 있다. 어찌되었든 팽팽한 호각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시사저널>은 정확한 판세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RDD 방식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지지도에서 박후보가 나후보를 앞서지만, 적극 투표층에서는 나후보가 박후보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가 10월12일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박원순 후보를 지지·후원하는 시민사회 대표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시사저널 유장훈
▲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0월13일 서울 구로구 구로시장에서 유세를 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역시 선거판에는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것일까. 어느 선거나 초반에 한껏 벌어진 격차도 선거일이 점점 다가올수록 좁혀져서 결국 혼전 양상으로 변해버리기 마련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선거가 양자 대결 구도로 가게 되면 결국은 ‘51 대 49’의 싸움이 된다. 그것이 바로 ‘표심’을 발휘하는 유권자의 무서운 힘이다”라고 말한다. 오는 10월26일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초반 판세는 확실히 야권의 우위였다.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경선에서 제치고 야권 단일 후보가 된 10월3일 직후만 해도 박후보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10%포인트 차 정도로 앞서나갔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어차피 지는 선거이지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10여 일이 지난 지금, 분위기가 바뀌었다. 나후보가 오차 범위 내로 따라붙었다는 말도 있고, 이미 박후보의 지지율을 뒤집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경원과 박원순 두 후보가 그야말로 팽팽한 호각지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일이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혀 예측을 불허한다. <시사저널>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서울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10월11일과 12일 이틀간에 걸쳐 RDD 방식을 이용한 전화 면접 조사를 실시했고, 오차 범위는 ±3.1%포인트에 95% 신뢰 수준이다. 

10월12일 저녁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캠프는 흥분에 들떠 있었다. 나후보가 처음으로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후보를 앞섰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산하 여의도연구소가 11일 긴급 여론조사를 한 결과, 나후보가 박후보를 1%포인트 차로 추월했다고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는 귀띔했다. 이 당직자는 기자에게 “서울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나후보가 박후보를 앞섰다고 한다. 내일 조간에 실린다고 하니 한번 보시라. 확실히 분위기는 뒤집어졌다”라며 웃음을 띠었다. 실제 10월13일자 서울신문은 나후보가 47.6%로, 박후보(44.5%)를 3.1%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보도했다. 이 여론조사는 서울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10~11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4월 분당 을 보궐 선거는 누구나 다 우리가 이길 것으로 믿었다가 역전을 당해 뼈아팠다. 하지만 반대로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당연히 우리가 질 것으로 여겼는데, 역전을 했으니 훨씬 더 고무적이다”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원순 후보 캠프를 출입하는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후보측이 여론조사의 우위만 믿고 그동안 너무 자만에 빠진 것 같다. 한나라당은 여러 악재 속에서도 친이와 친박이 함께 참여해서 선대위를 꾸리고 일사불란하게 나가는데, 민주당은 지난 열흘 동안 내분 속에 허송세월만 한 감이 있다. 도저히 선거 캠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직도 집안 정리가 전혀 안 된 느낌이다”라는 불평이 나오기도 했다.

두 후보 지지층 뚜렷하게 갈려

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솔직히 생각보다 너무 빨리 뒤집어졌다”라고 오히려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친이계 핵심 의원은 “처음 10%포인트 차까지 벌어졌던 격차를 점점 좁혀서 선거를 약 3~4일 앞둔 시점에 역전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었다. 의외로 박후보가 별로 잘하지 못하는 바람에 너무 일찍 역전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저쪽도 긴장할 것이고 다시 한번 재역전이 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라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 의원은 재역전의 시점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박후보 지원 유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으로 잡았다.

아무튼 한나라당이 한껏 고무된 분위기 속에 박근혜 전 대표까지 나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던 10월13일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43.0%를 기록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38.6%)를 오차 범위 내인 4.4%포인트 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적극 투표층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 나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45.3%를 기록해 42.9%를 기록한 박후보를 앞섰다. 그야말로 승패를 예측하기 힘든 팽팽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시사저널>과 미디어리서치는 이번 조사를 실시하면서 좀 더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기존의 가구 전화 조사 방식에서 탈피해 RDD(임의 번호로 전화 걸기: Random Digit Dialing) 방식을 택했다. RDD 방식은 조사 시간과 비용이 기존 방식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점 때문에 언론사에서 다소 꺼리는 경향이 있으나, 좀 더 객관적인 여론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미디어리서치의 김지연 상무는 “RDD는 지역 번호와 국번 이외의 마지막 네 자리 숫자를 컴퓨터를 통해 무작위로 생성해 전화를 거는 전화 조사 방식이다. 기존의 전화번호부에 포함되지 않는 가구까지 모두 포함해 조사할 수 있다. 기존 KT 전화번호부만을 이용할 경우 전국 전화번호 포함률은 60% 미만으로 추정되는데, RDD를 이용할 경우에는 90% 가까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DD 방식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는 전화 조사 방식이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계기로 점차 확대·시행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후보의 지지층이 확연히 구분되었다. 30대 이하 저연령층에서는 박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5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는 나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각각 나타냈다. 하지만 여론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40대층에서 박후보(48.6%)가 나후보(32.5%)를 앞서고 있는 것이 전체적인 무게 중심을 박후보 쪽으로 쏠리게 만들고 있는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서북권(종로·중·용산·은평·서대문·마포구)과 북북권(성북·강북·도봉·노원구)에서 박후보의 우세가 뚜렷했고, 동북권(성동·광진·동대문·중랑구)과 서남권(양천·강서·구로·금천구)에서도 근소한 우세를 나타냈다. 반면 중남권(영등포·동작·관악구)과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에서는 나후보의 근소한 우세로 나타났다. 특히 한나라당의 확실한 텃밭으로 치부되는 동남권에서 나후보(44.8%)와 박후보(40.1%)의 격차가 4.7%포인트밖에 안 되는 것이 눈에 띈다. 직업별로도 박후보는 화이트칼라(56.9%)와 자영업자(44.0%)로부터, 나후보는 가정주부(44.0%)와 블루칼라(43.5%) 층에서 각각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서울 시민들이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는 주된 이유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박후보의 도덕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는 주된 이유는 나후보의 능력과 함께 검증이 안 된 상대 후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박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대 2개까지 응답해달라’라는 질문을 던졌다. ‘기존의 정치권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이가 44.1%로 가장 많았다. ‘박후보의 도덕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답한 이도 38.0%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그 뒤를 ‘오세훈 전 시장의 시정을 바꿔야 하기 때문’(29.1%), ‘박후보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뛰어나다고 판단되기 때문’(28.0%)이라는 응답이 이어졌다. 눈에 띄는 것은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이가 22.9%에 달한 반면, ‘야당인 민주당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이는 13.4%에 그쳤다는 점이다. 박후보의 지지층에서 민주당 지지층보다 안원장 지지층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나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뛰어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 41.7%로 가장 많았고, ‘상대 후보가 아직 검증이 안 되어 불안하기 때문’(34.9%)이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그 밖에도 ‘나후보의 도덕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30.5%), ‘오세훈 시정의 연속성을 위해서’(25.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기 때문’은 21.7%로 나타난 반면,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기 때문’은 14.4%에 그쳤다.

“투표율 45%가 바로미터”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전국적인 관심만큼이나 서울 시민들의 참여 열기도 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 투표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다’가 무려 61.9%에 달했다. ‘웬만하면 투표할 생각이다’라는 응답도 25.3%로 나타났다. 투표 의향층이 87.1%에 달한 셈이다. 반면 ‘투표할 생각이 없다’라는 응답은 9.8%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5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서울 시민을 상대로 본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지난해에는 투표 의향층이 79.8%였고, ‘비(非)투표 의향층’이 18.0%였다. 약 10% 정도가 ‘투표하지 않겠다’에서 ‘투표하겠다’로 옮겨간 셈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은 53.9%였다. 이번 보선에서는 여야 각 진영 모두 45% 정도의 투표율을 바로미터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45%가 넘어가면 박후보가, 45%를 넘기지 못하면 나후보가 좀 더 유리할 것으로 본다. 선거일이 평일이라는 점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투표 의향층이 지난해보다 10%포인트 정도 더 많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일단 박후보 쪽에 다소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도 “지난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보았듯이 투표율이 높은 것이 우리에게 꼭 불리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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