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선거 방식, 국민들이 판단할 것”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1.10.1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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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동행 취재·인터뷰 / 선거운동 본격화하면서 수비에서 공세로 전환

▲ 박원순 서울시장 보궐 선거 야권 단일 후보가 10월12일 열일곱 번째 경청 투어의 일환으로 서울 서대문구 홍은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1. “좀, 쑥스럽네요.” 10·26 재·보궐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10월12일.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일과를 시작했다. 박후보는 이날 오전 이 지역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한 후 인근에 있는 보육정보센터에서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함께했다. 자리를 옮기기 위해 거리로 나서자 손대표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박후보의 손을 꼭 잡은 채 시민들에게 다가가 “우리 박원순 후보!”라며 일일이 소개했다. 손대표를 따라 악수를 청하기는 했지만, 박후보의 모습에는 어색함이 배어났다. 그는 신호 대기 중인 오토바이 운전자와 트럭 기사에게까지 인사를 건네는 손대표에게 “천리안이시네요. 멀리 있는 분도 다 보시고”라며 웃음을 지었다.

“좀, 쑥스럽네요.” 10·26 재·보궐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10월12일.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일과를 시작했다. 박후보는 이날 오전 이 지역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한 후 인근에 있는 보육정보센터에서 정책 간담회를 가졌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함께했다. 자리를 옮기기 위해 거리로 나서자 손대표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박후보의 손을 꼭 잡은 채 시민들에게 다가가 “우리 박원순 후보!”라며 일일이 소개했다. 손대표를 따라 악수를 청하기는 했지만, 박후보의 모습에는 어색함이 배어났다. 그는 신호 대기 중인 오토바이 운전자와 트럭 기사에게까지 인사를 건네는 손대표에게 “천리안이시네요. 멀리 있는 분도 다 보시고”라며 웃음을 지었다.

#2. “제가 귀가 크잖아요.” 어린이집 교사와 학부모 등이 참석한 정책 간담회에서는 ‘보육 환경을 개선해달라’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박후보는 이를 수첩에 일일이 메모한 후 하나하나 답변에 나섰다. 그는 “동마다 두 개 정도는 되어야 최소한의 요구를 받아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시립·구립 보육 시설 확대’ 공약을 설명했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참석자들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그만 끝내야 한다”라는 참모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여러 차례 들려왔다. 박후보는 “당선이 되면 따로 뵙는 기회를 반드시 갖겠다. 소통 채널을 만들겠다”라고 약속한 후 간담회장에서 일어나야 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해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3. “싫어하실 분도 계실 줄 알았는데….” 오후 2시20분께 박후보는 중구 정동에 있는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을 찾았다. 박후보를 지지하는 전·현직 시민·사회 단체 대표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였다. 그는 “선거에 나가면 시민운동의 독립성이 조금이라도 훼손될까 봐 고민했다”라고 털어놓은 후 “시민단체는 가능하면 정파의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오랜 생각이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많이 변화했다. 정치가 바뀌지 않고는 좋은 사회 운동이 힘들다고 느낀 4년이었다”라고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박후보는 특히 “제가 당선되면 참여연대는 박원순을 감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주도해 설립한 참여연대에 대한 보수 세력의 반감은 상당하다. 박후보의 이념적 정체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근거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박원순 후보에게 선거는 낯선 영역이다.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여당 후보와 맞대결을 펼치는 ‘유력 주자’이지만 현실 정치에는 처음 뛰어든 ‘정치 신인’이다. 정치인이면 으레 하게 되는 ‘거리 인사’가 아직까지 어색하고, 일정에 맞춘 ‘시간 조절’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시민운동’ 이미지도 여전히 강하다. 이러한 점이 기존의 정치권에 실망해온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최대 강점 중 하나로 꼽히지만, 한편으로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선거판에서 상대 진영으로부터 공격받게 될 최대 약점 중 하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한나라당은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것과 시장으로서 일하는 데는 차이가 많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후보에게 표를 주겠느냐”라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처음 해보는 선거운동인데, 막상 해보니 어떤가?

한 달 동안 어찌 보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도 가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을 가지게 된다.

출마하기로 결심한 배경은 무엇인가?

시민·사회 운동을 하면서 낮은 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조용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지난 10년 동안 시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서민 경제가 파탄 나고, 시대가 거꾸로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그냥 조용히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그것이 나만의 결단이 아니라, 많은 시민이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치 신인은 ‘검증의 도마’에 올려진다. 그 칼날이 매섭다. 박후보도 예외는 아니다. 한나라당은 대기업의 기부금과 부인의 사업체에 이어 병역과 학력 등 그에 대한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후보측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이다”라며 반박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공세는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인다. 언론의 관심도 이 부분에 집중되어왔다.

박후보 캠프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박후보의 한 핵심 참모는 “한나라당에서 끊임없이 꼬투리를 잡으려고 한다. 사실 관계를 해명하라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네거티브로 몰고 가서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오지 않게 하려는 의도이다”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검증 공세’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진단한다. 박후보측이 하나하나 해명에 나섰지만 이슈화 자체만으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방어에 나서면 나설수록 이득 될 것이 없는 구도인 셈이다.

한나라당측에서는 여전히 박후보에 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해명할 만큼 했다. 국가적 과제를 다루는 대정부질문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 많이 나올 정도로 (한나라당은) 여유가 있는가. 네거티브 선거 방식에 대해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향후 선거운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동영상을 띄우고 소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할 선거운동을 하겠다.

‘무지개 연합군’ 역량 모으는 일 급해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박후보도 수비보다는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는 무대응 전략에 나설 뜻을 밝혔다. 지난 10월13일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가진 출정식에서 그는 “일주일 동안 한나라당이 모든 국회의원을 총동원해 쪽배나 다름없는 나를 공격했다. 그러나 쪽배 박원순은 무너지지 않았다. 침몰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앞치마를 두룬 박후보는 “서울 시정을 깨끗이 설거지하겠다. 이 옷을 입고 미래 서울을 요리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결 여유로운 모습도 보였다. 며칠 전 “원래 말을 잘 못한다”라고 밝혔던 그는 출정식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대중 연설을 처음 해봤는데 이 정도면 15일 후에는 아주 잘하지 않겠느냐. 마음으로 대중 앞에 나가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박후보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선거운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조직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인지 캠프 내부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초기부터 박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한 관계자는 “며칠 전 야당이 합류하기 전까지 몇 명 되지 않는 인원으로 일을 하다 보니 다들 지쳐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야권 단일 후보 선대위가 출범한 이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사회가 물리적으로 결합을 했지만 화학적으로는 결합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후보는 “무지개 색깔은 각각 다르지만 하나로 모여 있으면 너무나 아름다운 색깔이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무지개 연합군’이 한곳으로 힘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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