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잡스’ 시대의 애플 이끌어갈 ‘삼총사’는 누구?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10.1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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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조나단 아이브Q, 팀 쿡, 필립 실러.

기원전 44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되자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레피두스 3자가 동맹하여 로마를 통치한다. 이처럼 IT(정보기술) 산업 패권자이자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영면하자 티모시 쿡, 조나단 아이브, 필립 실러 3자가 손잡고 애플을 이끌 듯하다. 티모시 쿡은 지금까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관리 업무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조나단 아이브는 디자인을 총괄하며 애플의 혁신을 주도했다. 필립 실러는 마케팅 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전세계 제품 마케팅을 총괄한다. 

티모시 쿡은 스티브 잡스에 이어 애플 내 서열 2위였다. 카이사르가 죽자 서열 2위로 실권을 장악한 실력자 안토니우스를 연상시킨다. 쿡은 지난 2004년과 2009년에 잡스가 췌장암 치료와 간 이식 수술 탓에 병가를 내자 CEO 업무를 대행했다. 지난 1월 잡스가 세 번째 병가를 내자 쿡은 잡스가 내린 의사 결정에 맞추어 회사를 효율적으로 이끌었다. 잡스가 병세 악화로 인해 사직하자 쿡은 지난 8월24일 신임 CEO에 올랐다. 잡스는 자기 관리가 철두철미한 쿡을 절대적으로 신임했다. 그는 새벽 4시30분 사무실에 출근해 이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일요일 밤마다 전화로 참모회의를 주재하며 다음 주 업무를 미리 챙겼다. 쿡은 운동광이다. 등산과 자전거 타기를 즐기고, 틈만 나면 피트니스센터에 간다.

아이브 수석부사장은 영국 런던 칭포드에서 태어난 영국인이다. 지난 1992년 애플에 합류했다. 스티브 잡스는 1998년 아이브를 디자인 총책임자에 임명했다. 아이브는 아이폰·아이패드·아이팟·맥북에어 같은 애플 혁신 제품을 디자인했다. 전세계 언론은 아이브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반열에 올렸다. 한때 ‘애플 디자인을 구현한’ 공로로 차기 CEO에 거론되었으나 막판에 쿡에게 밀렸다. 하지만 쿡이 잡스라는 혁신형 지도자가 있어야 제 역할을 하는 관리자라면, 아이브는 잡스 못지않은 혁신형 리더이다. 이로 인해 아이브는 안토니우스와 겨룬 옥타비아누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잡스가 없는 애플에서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필립 실러는 잡스와 함께 애플 제품 발표회장에 자주 등장해 ‘애플 마니아’에게는 익숙한 인물이다. 지난 9월4일 쿡 신임 CEO에 이어 등장해 아이폰4S 제품 발표를 맡은 이도 실러이다. 잡스가 1997년 애플 CEO에 복귀한 이래 줄곧 실러는  마케팅 담당 임원을 지내면서 제품 마케팅을 총괄했다.

애플판 삼두 정치가 제 기능을 수행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잡스의 빈자리가 크다. 지난 9월4일 쿡이 주관한 아이폰4S 발표회가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애플 주가는 4.5% 폭락했다. 삼두 정치는 과도 체제이다. 옥타비아누스가 경쟁자를 제압하고 로마 제정을 열었듯이 언젠가 잡스의 카리스마를 대체할 리더십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하다. 잡스가 남긴 업적과 유산을 이을 수 있는 리더십이 나오지 못하면 애플 이사회는 밖에서 새 CEO를 찾고자 할 것이다. 벌써부터 ‘쿡의 리더십은 애플을 맡기기에는 미흡하다’라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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