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캠핑족에 신바람 난 ‘아웃도어’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10.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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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용품 시장 급성장세…수입 물량도 63.5% 급증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아웃도어 전문점. ⓒ시사저널 박은숙

캠핑족이 급증하고 있다. 한 아웃도어 업체에 따르면, 매출 1%이던 캠핑용품 매출이 올해 15%로 급증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레저용품 수입액은 1억9천8백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6.8%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텐트 등 캠핑용품이 3천100만 달러로 63.5% 급증해, 물놀이·여름 용품(24.1%), 수상 스포츠 용품(13.1%)을 제쳤다. 캠핑 시장 규모는 매년 1천억원씩 증가해서 올해 3천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전체 아웃도어 시장 규모(3조원)의 10%에 불과한 단계여서 캠핑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등산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지만, 5일제 근무 등으로 여가가 생기고 소득이 늘면서 캠핑에 눈을 돌리는 사람이 점차 증가했다. 여기에 SUV 차량 보급과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의 영향도 한몫했다. 과거에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할 목적으로 동호회 단위로 등산을 즐겼다면, 지금은 가족과 함께 여가를 보내기 위해 캠핑을 즐긴다. 특히 호텔과 펜션보다 더 가까이 자연을 만끽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캠핑족이 늘어난 배경이다. 연령도 다양해져서 60대 이상 노부부끼리 캠핑을 즐기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수요에 맞춰 전국에 캠핑장도 많이 들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캠핑장은 3백여 곳에 이른다. 이 중에 샤워나 수도 시설뿐만 아니라 전기 시설까지 갖춰진 곳도 100여 곳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캠핑 문화도 단순하게 야외에서 잠을 자는 수준에서, 야외에서 휴식을 취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자연스럽게 캠핑 장비도 다양해졌다. 예를 들면, 일반 텐트는 돔형이 주류를 이루었다. 한 공간에서 잠을 자고 요리도 할 수 있는 단순 형태이다. 캠핑용 텐트는 거실, 주방, 침실이 나뉘어 있다. 서서 생활할 수 있을 만큼 텐트 천정도 높고 테이블, 의자, 침대도 텐트에 들여놓을 수 있는 쉘터형이다. 한마디로 집을 야외로 옮겨놓은 듯한 모양새이다. 아예 캠핑카를 사거나 렌트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추세이다.

업체들, 캠핑 분야 진출 또는 확장 열 올려

국내 캠핑 시장은 토종 업체인 코베아와 외국 캠핑 1위 업체인 콜맨이 장악하고 있다. 그 뒤를 스노우피크, 코오롱스포츠, 버팔로, 캠핑타운 등이 따르고 있다. 게다가 등산용품에 방점을 찍었던 노스페이스, 라푸마, 네파, K2, 블랙야크 등 아웃도어 전문 업체들이 캠핑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산 캠핑 브랜드 코베아는 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대중적인 이미지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세계 캠핑 1위 브랜드 콜맨은 1백10년의 노하우를 앞세운 제품으로 한국 시장에서 저변을 넓혀갈 계획이다. 아웃도어 업계 1위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그동안 시장 진출을 저울질해오다 올해가 적기라는 판단을 내리고 캠핑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2~3인용에서 8인용까지 가족 단위 캠핑족을 겨냥한 텐트, 침낭, 테이블, 그릴, 매트, 코펠, 랜턴 등 캠핑용품을 출시했다. 등산용품 전문 브랜드 K2도 캠핑용품을 기존 45개에서 올해 88개로 2배가량 늘리고, 매출 목표도 1백50% 늘려 잡았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카약, 카누, 낚시 등에 맞는 제품군을 선보이며 캠핑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4월부터 가평과 춘천에 있는 캠핑장으로 가는 길목인 하남에 대형 캠핑전시관을 열고, 국내 캠핑 인구의 60~70%가 몰려 있는 서울과 수도권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블랙야크는 지난 4월 신제품 설명회를 아예 가평 자라섬 캠핑장에서 열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2001년 국내에 들어온 일본 캠핑용품 브랜드 스노우피크는 2008년 한국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가격이 비싸지만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으로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이다.

캠핑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을 망설이게 하는 것은 비용이다. 캠핑용품이 다양한 데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 초보자라면 저렴한 제품을 골라도 무방하다. 전문가가 사용하는 특수 소재, 특별 기능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캠핑용품을 제대로 갖추려면 2백만~1천만원가량 들지만, 처음부터 무리하게 비싼 장비를 사기보다는 텐트와 같은 기초 장비만 먼저 갖추고 캠핑을 즐기면서 필요한 장비를 하나씩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콜맨은 세계 캠핑족에게 익숙한 미국 브랜드이다. 화재가 발생한 자동차에 놓아둔 콜맨 아이스박스에 있던 냉동 새우가 녹지 않았고, 해저에서 건져올린 콜맨의 이끼 낀 랜턴이 켜진 일화는 유명하다. 설립된 지 1백10년을 맞은 콜맨은 2006년부터 한국 캠핑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리처드 길포일 콜맨 아시아태평양 사장은 한국 시장을 세계 시장의 전초 기지로 여기고 있다. 지난 10월5일 그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왜 한국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초 기지인가?

최근에 텐트를 개발해서 한국 시장에 먼저 선보였다. 한국인들을 95% 만족하게 한 제품이 일본과 중국에서도 통한다는 점을 과거 경험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또 미국 등 서양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은 여러모로 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제품 품질을 꼼꼼히 따진다. 게다가 서양처럼 장비를 놓아둘 넓은 공간이 없으므로 작은 크기의 제품을 찾는다. 따라서 콜맨 입장에서는 신제품을 만들 때 창의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도 한국은 자극제인 셈이다. 한국은 기후 변화도 심하다. 30℃가 넘는 여름과 엄동설한의 겨울까지 변화무쌍하다. 이처럼 날씨 변화가 심한 조건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야 세계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다.

한국 캠핑족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본에서는 30년 전부터 캠핑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한국은 이제야 캠핑 인구 100만명 시대를 맞았다. 따라서 한국 시장 매출은 일본의 8분의 1 정도이다. 그러나 한국은 매우 의미 있는 시장이다. 1년 동안 캠핑하는 횟수가 일본인은 10회 정도이지만 한국인은 40회이다. 또 일본 캠핑족은 날씨가 조금만 나빠도 캠핑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인은 눈·비·바람 등 악천후에도 캠핑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 지난 5년 동안 인구 대비 캠핑족 비율 증가가 매우 가파른 것도 한국의 특징이다.

한국 시장에서 펼칠 전략은 무엇인가?

약 12년 전 일본에 캠핑 인구가 너무 적어서 놀란 적이 있다. 콜맨의 일본 매출 중에서 캠핑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6%였다. 목표를 40%로 잡았다. 해양 캠핑, 일반 피크닉(소풍) 등에 맞는 전략을 짰고 현재 캠핑 분야 매출이 46%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하게 접근하고 있다. 젊은 여성의 캠핑 참여를 이끌어내고, 콘서트·카누 등 다양한 야외 활동에 캠핑을 접목하는 노력을 하면서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또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아이들과 애완견 없이 부부끼리 즐길 수 있는 슬로 캠핑 이벤트도 늘려갈 방침이다. 캠핑 문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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