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놓고 묵혀둘 만한 ‘성장주’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9.27 16: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스트애널리스트 추천, 중·장기 투자 유망 종목 5선 / “변동폭 클 때 개인 투자자의 선택은 우량주”

▲ 코스피 지수가 지수 1,697.44로 마감한 지난 9월23일 증권거래소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주가를 바라보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주가지수 변동 폭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종합주가지수(코스피) 하루 변동 폭은 70포인트를 넘기기 일쑤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탓에 대거 ‘팔자’에 나섰다. 연·기금이 지수 방어자로 나서 사들이고 있으나 변동 폭을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마저 ‘유럽 재정 위기나 미국 경기 침체라는 변수가 예측이 어렵고 파괴력이 크다’라며 종목을 추천하는 것마저 꺼린다. 이 와중에 개인 투자자가 선뜻 주식을 매입하기는 쉽지 않다. 예금 금리는 여전히 낮다. 예금 이자 1~2%를 더 받겠다고 부실 저축은행에 목돈을 예금한 이들은 가지급금이라도 받겠다고 은행 앞에서 밤샘을 하고 있다. 채권 투자도 여의치 않다. 주식 시장이 침체되면 채권 시장이 살아나지만, 지금은 채권 시장마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립 피셔나 피터 린치 같은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 대가는 “주식 투자는 장기적으로 채권이나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다”라고 일갈한다. 하지만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장기적으로 모든 인간은 죽는다”라고 말하며 장기 투자론을 비웃는다. 그러면 개인 투자자가 지금 쏟아지는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주식에 투자할 적정 기간은 얼마일까? <시사저
널>은 개인 투자자가 매입해 앞으로 1년 동안 묵혀둘 만한 다섯 개 종목을 각 증권사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추천받았다. 종목 선정 과정에서 실적 지표 못지않게 안정성과 성장성까지 감안했다. 국내 주식시장 특성상 1년이라는 투자 기간은 그리 짧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 업황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 클 듯
박영주│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추천

DRAM 반도체값이 폭락하고 액정표시장치(LCD)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낙폭이 크다 보니 삼성전자 주식은 내재 가치보다 저평가되어 있다. 자산 총액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주당 장부 가치(BPS) 2011년 예상치는 55만원이다. 현 주가의 1.3배에 불과하다. 2012년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6조5천억원가량이다. 호황이던 지난해 영업이익의 17조3천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이다. 올해 3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3조1천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보다 16.7% 줄어드는 것이지만 경쟁 업체와 비교하면 아주 좋다. DRAM값이 폭락했지만 특수 DRAM값이 나쁘지 않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나 시스템LSI 부문은 좋다. 휴대전화 사업 부문은 갤럭시S2의 인기 덕에 15.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어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8%가량 늘어난 1조8천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TV 부문은 불황에도 영업이익 3천5백억원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95만원으로 설정했다. 이 목표 주가는 2011년과 2012년 BPS의 1.5~1.7배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삼성SDI / 2차전지와 태양광 같은 산업 갖춰
소현철│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 추천

삼성SDI는 악전고투하고 있다. 노트북용 2차전지와 평판 TV 판매가 부진하다. 삼성전자로부터 인계받은 태양광 사업에서 초기 투자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에 비해 2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영업이익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그렇다 보니 가치 평가 지표(밸류에이션)가 2009년 이래 가장 낮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 주가는 가을 바겐세일 기간’이라고 비유한다. 삼성SDI 주가는 지금 주당 장부 가치(PBR)의 0.8배에 불과하다. 보유 자산을 모두 팔아 주주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금액(청산 가치)이 주가보다 많다.

성장 산업으로 손꼽힌 2차전지의 사업 가치는 없는 것으로 가정했다. 삼성SDI의 차량용 2차전지 주 고객이 될 것으로 기대한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시가 자체적으로 2차전지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보시는 2차전지 사업을 선박용으로 국한했다. 삼성SDI의 자동차용 2차전지 구매 가능성은 유효하다. 또 태양광 사업은 삼성SDI의 디스플레이 주 업종인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현철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종에서는 삼성SDI가 단연 유망하다. 삼성SDI 주가가 지나치게 빠져 있으나 2차전지나 태양광 사업 같은 미래 성장 사업 부문을 갖추고 있어 성장 가치가 크다”라고 말했다.

호남석유화학 / 현금도 풍부해 ‘무한 성장’
박영훈│IBK투자증권 연구원 추천

호남석유화학은 ‘불가사리’처럼 커지고 있다. 생산 설비를 늘리고 신규 투자에 나서는가 하면 인수·합병(M&A) 전략을 추진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지금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25만t 규모로 증설하고 있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연간 매출액이 9천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가 지분 50%를 보유한 석유화학업체 대산MMA의 생산 설비도 2배 이상 늘리고 있다. 광학용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필름 사업에 신규 투자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에틸렌옥사이드(EO) 합작 사업을 진행한다. 신규 사업 생산 설비는 2012년에 완공된다. 롯데그룹 산하 석유화학업체 케이피케미칼을 연내 합병할 것이 유력하다. 지난해 영업이익 2천4백45억원을 거둔 케이피케미칼을 합병하면 호남석유의 실적은 눈에 띄게 불어난다. 박영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남석유화학은 보유 현금이 워낙 많아 지속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고 생산 시설을 확장할 것으로 보여 성장성이 돋보인다”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 안정성과 성장성 갖춘 우량주
조수홍│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추천

현대모비스는 안정성과 성장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부품사업부(AS)는 수익률이 높고 모듈 사업 부문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 전장 제품 수요가 늘고 있고, 부품 사양도 고급화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해외 공장에서 생산 물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해외 공장으로 가는 반제품(CKD)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공장도 신규 가동에 들어갔다. 핵심 부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모듈 사업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교체 부품 사업도 성장하고 있다. 2008년 출시된 차량의 교체 부품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내 교체 부품 판매 지역이 늘어나고 북미 지역에서는 교체 부품 물류 사업이 커지고 있다. 올해 매출 26조원, 영업이익 3조5천억원가량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모듈 사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사후관리 부문 수익성이 좋고 모듈 사업도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어 그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 수주 잔량 풍부
전재천│대신증권 연구원 추천

조선 업종에서는 애널리스트가 선뜻 종목 추천하는 것을 주저한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경기 민감주로 분류되는 조선 업종은 기업 내재 가치보다 경제 지표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조선업 수주 물량은 하반기 들어 줄어들고 있다. 배값 상승 폭도 지지부진하다. 3분기 실적이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0월이 지나야 해양플랜트 생산 설비나 육상플랜트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조선주는 당분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조선 업종에서 1년가량 투자할 종목으로 현대중공업을 꼽는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보니 종목을 추천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러나 조선 업종에서 한 종목을 꼽자면 현대중공업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 사업 분야 수주 실적이 풍부하다. 현대중공업의 수주 잔량은 5백39억 달러(7월 말 기준) 규모로 지난해 1월 이래 최대치이다. 수주 잔량은 연초보다 9%가량 늘어났다. 앞으로 2년5개월 동안의 일감을 확보했다. 조선사업부에서는 드릴십(석유 시추선)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우량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매출처가 다변화되어 있다. 비조선 사업부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주력 업종인 조선뿐만 아니라 기계, 플랜트, 발전, 엔지니어링 사업 부문까지 갖추고 있어 실적 변동 폭이 경쟁 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하반기에는 비조선 사업부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영업이익은 6천9백억원가량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 탓에 종목 추천 꺼리는 애널리스트 늘어

일부 업종에서는 애널리스트가 종목을 추천하기를 꺼렸다. 유럽 재정 위기나 미국 경기 침체라는 변수가 전개되는 양상에 따라 ‘안도랠리’가 펼쳐지거나 ‘대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럽 재정 위기나 미국 경기 침체가 소프트패치(경기 연착륙) 수준에서 안정되느냐, 아니면 디폴트(채무 불이행)나 더블딥(경기 재침체)이 나타나느냐에 따라 금융 업종 주가가 극단적으로 오르내릴 것으로 보여 종목 추천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건설·플랜트 분야도 마찬가지다. 유럽 투자자가 중동의 건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유럽 재정 위기는 건설·플랜트 업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거품 탓에 종목 매입 시기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지원이라는 호재 덕에 바이오 주식에 거품이 끼고 있다. 기업 내재 가치보다 주가가 이상 급등한 탓에 한 번 주가나 정리되고 나서 투자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도움주신 분│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부장, 박영훈 IBK투자증권 연구원,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