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귀농’의 바람직한 길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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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기반 사회의 자연관·생활 자세 회복에 동참 호소
소박한 미래 -자급자족 사회를 위한 農이야기변현단 지음들녘 펴냄264쪽│1만2천원

한 지자체에서는 귀농 프로그램을 만들고 홍보한 덕에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그에 대한 기사를 실은 신문의 다른 면 칼럼에는 ‘귀농하지 말고 귀촌하라’라는 제목으로 섣부른 판단으로 귀농했다가 패가망신한 사례들을 들며 시골에 간다고 누구나 농사를 지어 먹고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기 좋은 데서 편안하게 농사나 지으며 살다 가자’라는 생각에서 ‘농사나 지으며’는 빼라는 것이다.

귀농의 바람직한 방향을 잡아주는 이들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농부학교라든지 귀농아카데미라든지 그런 이름을 건 ‘교실’을 만들고, 시골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로 화제를 모았던 변현단씨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변씨는 최근 <소박한 미래>를 펴내며 자신의 ‘귀농 철학’을 정리했다. 변씨는 귀농에서 실패하는 이유로 “심신이 지쳐 도시를 떠나도, ‘농’이라는 화두를 안고 새로운 생활을 꿈꿔도 막상 행복한 생활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욕심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귀농한 이들도 마찬가지다. 버섯으로 1억을 벌겠다고 파이팅을 하거나, 대규모 토지를 마련하고 덜컥 집부터 근사하게 지어놓고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귀농해서 자급자족하겠다고 마음먹고도 먼저 돈이 될 것부터 챙기더라는 것이다. 시골에 왔어도 행여 아이들이 프라이드치킨을 사달라고 할 때 사주지 못할까 봐, 학원에 못 보낼까 봐, 또다시 돈 벌 궁리를 하더라는 것이다. 변씨는 간이 좋지 않아 귀농했다가 지나치게 열심히 농사를 짓느라 결국 세상을 등진 지인의 예를 들기도 했다. 그래서 귀농을 하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먼저 자기를 잘 보고, 잘 알아야 한다. 자기를 잘 보는 사람만이 남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못 보면서 남을 보려고 한다면, 당연히 왜곡될 수밖에 없다”라며, 귀농에서 무엇을 수확할 것이지 잘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박한 미래>는 ‘토종 문명 비판서’이기도 하다. 변씨는 이 책에서 녹색 혁명 이후 활성화된 농·축산업의 대량생산 시스템이 불러온 비극(구제역과 AI 등 각종 질병), 민족의 고유성과 건강을 책임지는 토종을 말살하고 유전자 변이를 거친 씨앗 구매를 부추기는 거대 종자 기업의 횡포, 개인의 건강을 사고팔아 이윤을 추구하는 양심불량 식품 기업들, 정치·경제 권력의 담합이 조장하는 욕망 구조에 길들여진 소비 시스템,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얻기 위해 평생의 노동을 파는 악순환의 경제 구조 등을 일일이 되짚었다. 인간 중심의 사유 체계에서 벗어나 ‘자연’에 종속되지 않는 한, 인간을 끊임없이 길들이고자 하는 문명의 마수를 거부하지 않는 한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변씨는 ‘땅과 사람을 살리고,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자립적인 개인과 자급자족하는 농사회로 회귀’한다면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자연의 수탈을 최소화하고, 생태적 키워드로 사고와 삶의 양식을 재편하고, 식·의·주를 손수 해결하는 자급자족 농사회로 회귀해 인류의 생존을 지키자고 주장했다. 변씨는 “농사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농사여야 한다. 우리 몸과 마음이 이미 병들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병을 치유하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사회 공동의 문제에서 파생된 것들이 질병을 초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이런 문제들을 그대로 놓아둔다면 개인은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갈 수밖에 없다. 나의 질병 치유는 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같은 생각의 전환은 생태적인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사소하게는 구제역과 이상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크게는 후손이 살아갈 건강한 지구를 위해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학동네 제공
로마인이 아니라 일본 태생이었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세를 탄 작가는 곧 출생의 비밀(?)을 밝혔다. 그러자 <로마인 이야기>는 더 화제를 뿌리며 입소문을 타고 독자를 늘려갔다. 작가는 1937년 7월7일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고교 시절 <일리아드>를 읽고 이탈리아에 심취했던 작가는 1963년 가쿠슈인 대학 철학과를 졸업했다. 다음 해 <일리아드>의 고향 이탈리아로 건너간 작가는 4년 뒤인 1968년,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그 뒤 15년에 걸쳐서 ‘로마인 이야기’를 1년에 한 권씩 발표한 뒤 <로마인 이야기>의 작가가 되었던 것이다.

서양 문명의 모태인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의 역사 현장을 발로 취재하며 30여 년 동안 로마사에 천착하고 있는 작가는, ‘도전적인 역사 해석과 소설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놀라운 필력’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마인보다 로마를 더 잘 아는 로마의 이방인’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이번에는 <십자군 이야기>(문학동네 펴냄)를 한 권씩 펴내기 시작했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라는 위력적인 한마디로 촉발된 십자군 전쟁은, 그러나 그 무엇보다 인간이 일으킨 전쟁이다. 십자군 전쟁은 인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왕과 봉건 제후, 교황과 주교, 수도사, 기사와 빈민 등 십자군 전쟁에 참가했던 수많은 인물이 그 각자의 독특하고도 다른 개성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거나 어떤 국면을 만들고 또 서로의 관계 속에서 상황을 변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하면서 만들어낸 역사인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바로 우리가 너무도 몰랐던 그 시대 속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이상과 욕망, 성공과 좌절의 명암을 통해 십자군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사가들은 십자군 전쟁에서 광기와 사망자 수, 증오와 원한에 찬 비극의 기원을 발견한다. 하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인간의 욕망과 의지가 만들어낸 장대한 드라마를 발견하고, 그 빛과 어둠 속에서 매혹적인 인간 군상의 생생한 이야기를 압도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가 로마 시대와 로마인에 대한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들을 중심에 놓은 새로운 역사서로 읽혀 큰 공감과 반향을 일으켰던 것과 마찬가지로, <십자군 이야기> 역시 중세와 십자군 전쟁에 대한 새로운 역사서라 할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에 대해 “진정한 평화주의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내가 온 정성을 다해 조사하며 기록해나간 전쟁 역사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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