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3>의 첫 주 흥행세가 요란했다. 하지만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라는 호적수가 버티고 있는 데다 입소문이 썩 좋지만은 않은 탓에 흥행세가 이어질지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국내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점령하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실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볼거리만 있고 이야기가 없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3D의 입체감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기술적인 평가를 주목할 만하다. <트랜스포머 3>는 “3D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라는 의견을 내세우다 3D로 돌아선 마이클 베이 감독의 작품이다. 베이를 3D 신자로 개종시킨 사람은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이다. 카메론은 3D 무용론을 펼치던 베이를 <아바타> 촬영장으로 초대해 3D의 유용성을 전도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트랜스포머 3>의 볼품없는 3D 효과는 기로에 선 3D 영화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외형상 지구촌의 3D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블록버스터 하면 3D요, 3D 하면 대부분 흥행작으로 인식되고 있다. 올해 개봉한 대형 작품만 살펴보아도 3D 대세론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와 올해 블록버스터의 첫 테이프를 끊은 <토르: 천둥의 신> 등이 3D로 선보였다. 이어 <쿵푸팬더 2>와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그린랜턴: 반지의 약속>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2D로만 개봉한 <엑스맨: 퍼스트클래스>의 선택이 오히려 낯설게 보일 정도이다.
개봉 대기 중인 영화 대다수도 3D를 흥행 전략으로 앞세우고 있다. 7월14일 개봉하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와 <카 2>는 물론 한국형 블록버스터 <7광구>도 3D 영화이다.
<아바타>만 한 3D 영화 나오기 힘들어
영화업계가 3D 영화 제작에 열을 올리지만 관객의 반응은 점차 시큰둥해지고 있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와 <쿵푸팬더 2>의 북미 시장 3D 흥행이 기대 밖의 성과를 기록해 관계자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5월 말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캐리비안의 해적>과 <쿵푸팬더 2>의 북미 시장 입장권 수입 중 3D 비중은 각각 47%와 45%에 불과했다.
<아바타>가 3D 바람을 불러일으킨 뒤 개봉한 블록버스터의 3D 매출이 60%대의 비중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1년이 채 못 되어 급락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D 영화의 거품이 서서히 꺼지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3D 품질 논란은 <트랜스포머 3>의 것만은 아니었다. <아바타> 이후 3D 열기를 등에 업고 흥행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타이탄>은 원근감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불편하게 3D 안경을 쓰게 해놓고서는 입체감은 느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게다가 3D 영화는 2D 영화보다 값을 더 치른다. 국내의 경우 3D 영화는 5천원가량 비싸고 미국에서는 3달러 정도를 더 내야 한다.
3D 영화를 아이맥스에서 관람하면 티켓값은 더 뛴다. 미국에서는 2D의 3배가 넘는 24달러, 한국에서는 1인당 1만6천원이다. 돈을 더 내고도 별다른 차별성을 못 느낀다면 관객의 선택은 한 가지가 될 수밖에 없다.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2D 영화로 회귀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3D 붐이 시들해진 가장 큰 이유로 ‘너무 비싼 티켓값’을 꼽았다.
3D 영화에 대해 차가워진 관객의 시선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다수의 3D 영화는 비용 절감을 위해 촬영을 끝낸 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3D로 변환하고 있다. 3D답지 못하다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대부분의 영화는 이런 컨버팅(Converting) 과정을 거친다. 촬영 단계에서부터 3D 영화를 활용한 <아바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아바타>로 높아진 눈높이를 이후 영화들이 못 맞춰주니 관객들 사이에 볼멘 소리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비용이 문제이다. <아바타>의 비공식 제작비는 할리우드 역대 최고인 4억~5억 달러이다. 제작비 2억 달러를 넘으면 할리우드에서 블록버스터 중 블록버스터로 꼽힌다. <아바타>의 제작비는 광기 어린 카리스마를 지닌 제임스 카메론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액수인 셈이다. <트랜스포머 3>가 마이클 베이의 예전 작품 <아일랜드>의 일부 장면을 재활용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것도 결국 제작비 압박에서 비롯되었다.
3D에 대한 실망감이 쌓여가도 당분간 3D 영화는 계속 나올 전망이다. 제작사와 극장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객들에게서 본전 생각이 커져간다면 3D 영화도 반전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돈을 더 들여 완성도를 높일 것이냐, 3D 제작을 포기할 것이냐.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 나왈의 죽음 이후 황당한 유언장 내용을 접하고 고민에 빠진다. 죽은 줄 알았던 생부와 있는지도 몰랐던 형제를 찾아 편지를 전하되, 그 전까지는 장례도 치르지 말라는 것이다. 시몽은 유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화를 내지만, 잔느는 혼자서라도 엄마의 유언을 따르기로 한다. 그리고 찾아간 엄마의 고향. 중동으로 간 잔느는 엄마의 과거를 따라 움직이고, 결국 ‘1+1=2’라는 수학적 사실마저 붕괴시켜버린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캐나다의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 드니 빌뇌브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방식으로 이 강렬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대의 캐나다가 배경의 일부이지만 이야기는 차라리 신화적이다. 주인공의 이름과 풍경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 특정한 시기나 장소는 언급되지 않는다. 중동의 어딘가, 가상의 공간을 고향으로 둔 여인이 겪은 참상을 통해 전쟁이 남기는 흔적들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잔느와 시몽에 의해 밝혀지는 나왈의 과거는 한 인간이 모두 겪기에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비극적이다. ‘1 더하기 1이 1이 될 수 있을까’라는 시몽의 의문은 그 어떤 수학적 발견보다 경악스럽다.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강력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비밀이 드러나는 클라이맥스 이후는 강박적으로 보일 정도이다. 그럼에도 등 돌릴 수 없는 것은, 지금 이곳에도 그을린 상처와 흔적이 넘쳐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