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산 평가도 부실했다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7.05 22: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저널>, 예보의 부산저축은행 현지 실사 문건 입수 / 캄보디아 신도시 부지 가치 등 아주 낮게 평가돼

▲ 부산저축은행 캄보디아 프로젝트에 대한 감정평가 보고서. ⓒ시사저널 유장훈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실시한 부산저축은행그룹 업무용 부동산과 투자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그룹 산하 여섯 개 저축은행을 영업정지시켰다. 금감원은 당시 부실 경영 실태와 투자 손실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보유한 부동산과 투자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자산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산정했다. 해당 부동산과 투자 자산이 낮게 평가되면,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주요 저축은행들이 헐값에 팔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로 인해 예금자나 후순위채권 보유자의 피해액이 커질 소지가 있다.

<시사저널>은 감정평가법인이 작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캄코시티’와 ‘부산2저축은행 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 보고서를 입수했다. 특히 캄코시티 보고서는 예보 소속 부산저축은행 자산관리인이 전문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작성한 것이다. 대화감정평가법인은 예보의 의뢰를 받고 지난 5월19~30일 감정평가사 두 명을 캄보디아에 파견해 현장 실사를 했다.

이후 대화감정평가법인은 지난 6월2일 현장 실사 결과를 담은 캄코시티 감정평가보고서를 예보에 보고했다. 부산2저축은행의 업무용 부동산 감정평가는 고려감정평가법인이 맡았다. 고려감정평가법인은 부산2저축은행이 보유한 해운대지점, 덕천동 본점과 주차장, 충무동 지점, 남천동 지점 토지와 건물을 실사했다.  

대화감정평가법인이 작성한 캄코시티 감정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젝트 감정평가액은 3억4천3백만 달러나 되었다. 한화로는 3천7백억원이 넘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평가한 해당 프로젝트 가치를 5백억원 이하로 평가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소유한 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금감원 평가액도 2백12억원이다. 부산2저축은행 관리인이 고려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한 감정평가액은 4백71억원이 넘는다. 금감원의 감정평가액과는 2백6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자산 부채 인수(P&A)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을 전제로 대출 채권과 업무용 부동산을 청산 가치로 평가했다. P&A 매각 방식에서는, 인수자는 기업 가치를 청산 가치로 산정한다. 그렇다 보니 자산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영업정지에 처한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 채권이나 업무용 부동산은 청산 가치나 공시 지가로 평가하라는 감독 규정이 있다. 금감원은 적법 절차를 따른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캄코시티는 부산저축은행이 특수목적회사(SPC)를 내세워 캄보디아에서 투자한 다섯 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캄코시티 사업 부지 1백8만평의 가격이 3억3천5백만 달러에 육박한다. 캄코뱅크 예정 부지나 월드시티 사옥이 각각 5백만 달러, 1백83만 달러에 이르렀다. 논란이 불거지자 금감원은 지난 5월 삼정회계법인에 부산2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대출 채권과 부동산에 대한 실사를 의뢰했다.

예금자와 후순위채권자가 지난 5월9일 부산저축은행 초량동 본점을 점거하는 바람에 삼정회계법인은 회사 순자산 가액 평가에 필요한 자료에 접근하지 못했다. 또 캄보디아 현장 실사 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삼정회계법인은 지난 5월23일 부산2저축은행 자산 실사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 캄보디아 프놈펜 부근의 신도시 캄코시티가 들어설 사업 부지(왼쪽)와 아파트 단지(오른쪽). ⓒ부산저축은행

“제값 받고 팔면 피해 고객 보상 가능”

금감원은 부산2저축은행 대출 채권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정상 채권 수치를 마이너스 3천3백억1천3백만원으로 기재한 것이다. 정상 채권은 ‘0원’이 될 수는 있어도 마이너스가 될 수는 없다. 금감원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채권 3천3백억1천3백만원을 회수 의문 이하 채권으로 분류하는 바람에 부산2저축은행은 대손충당금 2천4백75억원을 설정해야 했다. 그만큼 부산2저축은행의 자산은 줄어들었다.

금감원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 착오이고 자기자본이나 BIS 비율 산정에는 오류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부산2저축은행 인수 협상 우선협상자로 대신증권이 선정되었다. 자산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진 다음 매각 절차가 진행되어야 부산2저축은행이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부산저축은행은 국내외 기관 투자자와 캄보디아 시엠립 신공항 사업 부지에 대한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각 협상을 추진하는 부산2저축은행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가 (시엠립 신공항) 매입 가격으로 1천6백억원을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시엠립 신공항 부지의 가치를 2백85억원으로 평가했다. 지금 협상 과정에서 오가는 금액이 최소 1천2백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금감원 평가액은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이다. 캄코시티와 시엠립 신공항 프로젝트 외에도 부산저축은행은 세 투자 건을 캄보디아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다섯 개 프로젝트 부지나 사업권을 제값에 매각하면, 예금 피해자나 후순위채권 보유자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 중앙부산저축은행에 5천만원 이상 예치한 예금자는 7천9백1명이다. 예금액 가운데 5천만원 초과 금액은 1천5백58억원이다. 후순위채권 보유자는 2천9백11명이고, 채권 금액은 1천52억원이다. 5천만원 초과 예치액과 후순위채권 투자액을 합치면 2천6백10억원이다. 캄코시티 부지만 제값을 받고 팔아도 피해 금액 보전이 가능하다. 국내 인수·합병(M&A) 전문가는 “부산저축은행그룹 산하 부산2저축, 중앙부산, 도민저축에 대한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이 해당 업체의 보유 자산이나 투자 자산에 대한 평가를 잘못해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리면 그 손해는 예금자나 후순위채권 보유자가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