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사’로 조명한 한국전쟁의 모든 것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6.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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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가장 격렬했던 전투를 각종 자료와 증언 통해 재구성

▲ 6·25 전쟁 60대 전투온창일 등 지음황금알 펴냄352쪽│1만7천원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한 책들 가운데 한국전쟁과 관련된 책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펴냈던 <6·25 전쟁 60대 전투>가 선정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이 책과 함께 많은 한국전쟁 관련 책이 쏟아졌는데, 올해에는 별로 눈에 띄는 책이 없다.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1주년이다. 당시 전투에 참가했던 군인 중 가장 어린 세대가 팔순을 앞둔 시점이다. 잊혀진 전쟁이 될 것처럼 한국전쟁에 대해 귀 기울이던 사람들이 점점 적어지고 있는 것인가. 서울 광화문 근처 거리 한편에 한국전쟁 관련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데, 땡볕 아래여서인지 그곳을 지나며 잠시 발길을 멈추는 사람을 보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한국전쟁을 되새기자는 ‘건전 가요’의 한 대목을 잊지 못하듯 한국전쟁은 분단 현실을 직시하는 데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역사이다.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에서 전쟁사를 전공한 교수진들이 집필한 이 책은, 전투사(戰鬪史)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한국전쟁을 조명해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유도한 점이 눈길을 끈다.

저자들은 한국전쟁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은 대부분 강대국과 국제 정치, 전쟁의 배경이나 전략 수행 등에 주목했지만, 정작 전투사에 대해서는 외면해왔다는 것을 이 책을 엮게 된 계기로 삼았다. 전투사에 대한 일부 연구들이 수행되었지만, 대부분 국방부 산하 기관에서 펴낸 공적 간행물들이어서 일반 독자들이 손쉽게 접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60여 년 전에 벌어진 한국전쟁에서 가장 격렬했던 전투들을 당시 상황 그대로 자세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전후 세대들이 한국전쟁에 대해 가져왔던 일부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한 해 한 해 세월이 흘러 이 전쟁을 경험했던 선배 세대들이 줄어들면서 일부 왜곡된 연구들이나, 일시 유행하는 사회적 시각을 좇아 한국전쟁을 평가하는 경우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이념과 사상을 떠나 비극인 전쟁 자체를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을 저마다 바르게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들은 한국전쟁 전체에서 60개의 격전들을 선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10개의 전투를 주요 전투로 분류해 자세하게 다루었다. 이 중에는 개전 초기 전투에서 북한군 조공부대인 제2군단이 국군 제6사단의 선전에 가로막혀 소련군 군사고문단이 수립한 최초 작전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던 ‘춘천-홍천 전투’와 미군 제24사단이 대전을 고수하기 위해서 사단장까지 포로로 잡힐 정도로 분전했던 ‘대전 전투’ 등이 포함되어 있다.

60개의 선별된 전투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저자들은 서술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전사편찬위원회, 국방군사연구소, 군사편찬연구소 등에서 출간한 공간사(公刊史)와 함께 중국, 러시아, 미국 등에서 수집한 외국 사료(史料)들을 분석하고 재구성했다. 그렇게 하니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전쟁의 새로운 측면이 드러나기도 했다. 다른 것보다 당시 일촉즉발 생사의 갈림길에서 눈앞에 벌어진 전투를 수행해야 했던 군인들의 고난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당면했던 전투를 치러야 했던 것은 이념 때문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었다는 점이 ‘리얼’하게 기록된 것이다.

그래서 한국전쟁은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과거임을 각인시킨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이 전쟁이 하루빨리 ‘종전’이 되기를 바라게 한다. 



ⓒ시사저널 박은숙
2년 전 3월이었다. ‘연기자’ 차인표씨는 첫 소설 <잘가요, 언덕>을 조심스레 세상에 내놓았다. 스타 마케팅이 잘 먹히고 연예인들의 출간 붐이 일어났던 해라서 그리 큰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소설은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바른 생활 사나이’라 불리는 그의 또 다른 면모를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가 최근 두 번째 장편소설 <오늘 예보>(해냄 펴냄)를 펴내며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잘가요, 언덕>에서 차분하고 투명한 문장으로 아픈 과거사를 조명했던 그는, <오늘 예보>에서는 고단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머와 위트 넘치는 문체로 그려냈다. <잘가요, 언덕>이 잘되지 않아 조심스레 얼굴을 다시 내밀었는데, 2년 전과 다른 언론의 취재 열기에 무척 놀란 표정이었다. 출판사측의 열의와 ‘작가’로 꼭 당당해지고 싶은 차씨의 열망이 그런 반응을 불렀던 것이다. 차씨는 2년 전의 ‘초짜 소설가’의 태를 벗고 실패를 맛보고 다시 도전하는 ‘작가’로 거듭나 있었다.

이번 소설 <오늘 예보>를 쓴 동기는 이렇다. “부대끼며, 의지하고, 서로 토닥거리며 끝까지 살아야 한다. 휴식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라는 말을 고단한 삶을 사는 이웃에게 위로의 손을 내밀듯 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차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서러운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폼’으로 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를 안아주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차씨는 1998년 외환위기로 많은 사람이 돌아갈 곳을 잃어버리고 방황을 거듭하던 때 우연히 한강변에서 울고 있는 남자를 보고 그냥 지나쳤던 것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 미안했던 마음은 이번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글이 사람을 안아줄 수는 없겠지만, 안아주고픈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 글을 끝까지 썼다”라고 밝혔다. 차씨는 특히, 청소년들이 이 책을 보고 자살 같은 것을 꿈도 꾸지 않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지치고 고단한 생에 따뜻하게 손 한번 내밀기가 어디 쉬운가. 차씨의 책이 그의 실천하는 생활과 맞물려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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